地軸山歌 - 도봉산에서
온세상을 뜨겁게 달아올리던 불볕더위도 이제 서서히 고개를 숙이려나 보다
태풍 "우쿵"이 올라온다더니 그 때문인가?
하늘은 온통 희미한 회색구름으로 덮여있다.
아침마다 뜨거운 햇살에 진저리를 치곤 했는데 오랜만에 햇볕 없는 시원한 거리를 마음 놓고 걸어본다.
간간이 내리는 이슬비도 모처럼의 산행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린다.
도봉산역에 내리니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총무를 맡고 있는 중산(이윤석)부부다.
한 달 보름 여만의 만남이라 반가움이 여느 때 같지 않다.
그 간의 안부와 산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도봉산역을 빠져 나간다.
길 건너편에는 왕종수, 이원균, 송두진, 김영성 등 몇몇 열성파 후배님들이 먼저 와서 진을 치고 있다.
늘 우리 지축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그들의 모습이 은근한 믿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같이 산행하며 동고동락 하다 보니 그런 생각도 더욱 깊어진 것이리라
40여명의 선후배님 내외분들이 모여 다락원매표소로 향한다.
대략 10시가 되었나 보다.
다락원매표소 앞에 모여 대오를 정돈하고 인원을 확인한 후
김동관 산행대장님의 산행계획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도봉산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오르내린 산이지만
이 곳 다락원매표소에서 시작하기는 이 번이 처음이다.
내가 그러하듯 다른 사람들도 그러한지 다락원매표소 주변에는 인적이 뜸하다.
수많은 인파가 북적대는 도봉매표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역시 산행도 인적이 드문 해야 제 맛인가 보다
짙은녹음 아래 길게 늘어지는 행렬은 시원한 여름산의 정취를 한껏 북돋운다.
지난 몇 주간은 '더위야 뭐야' 하며 이런 저런 핑계로 산행을 미루곤 했다.
행여나 집사람의 체력이 달릴까 걱정했는데
오랜만에 맞는 시원한 날씨와 도봉이 풍겨내는 특유의 산향(山香)에 취해 모두가 유유자적이다.
분위기가 그러하니 비록 오랜만의 산행이라고는 하나 힘들지 않음도 또한 당연지사로다
다락능선은 도봉의 여러 코스중에서도 산행의 묘미가 뛰어난 곳이기도 하다.
시야가 좋아 능선 좌우로 시원스레 펼쳐지는 산자락들,
크고 작은 바윗길을 심심찮게 오르내리게 되는 다양한 변화와 아기자기함,
정상부의 빽빽한 바위숲을 지나며 아찔한 두려움과 함께 맛보게 되는 짜릿한 쾌감,
만장(萬杖)의 봉우리들이 뿜어내는 산세의 웅장함 ,
그리고 포대능선이 그려내는 산계의 아름다움,
이 모든 것들은 다락능선이 아니면 쉬 느낄 수 없는 도봉의 묘미요.
또한 도봉을 도봉(道峰)답게 만드는 조물주의 도술(道術)이기도 하다.
기기묘묘 능선 바위길을 이리 돌고 저리 돌고
위태위태 아찔아찔 두려움과 흥분 속에
높은 산, 깊은 골 조심조심 걷다보면
멀어만 보이던 도봉도 어느 듯 눈앞에 다가선다.
"휴~!"
심호흡 길게 들이키며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도봉의 웅장함에 취해본다.
천길 낭떠러지 만장(萬杖) 벼랑 위에
하얀 백발을 바람에 휘날리며
어느 도인(道人)이 천지간에 조화를 부리는가?
높은 봉우리는 구름 속에 희미하고
깊은 골 산자락엔 푸른 산향(山香) 그윽하니
이 어찌 신령스런 도봉(道峰)이 아니리오 !
포대능선에 올라 잠시 도봉의 경외로움에 취해 넋을 잃고 바라본다.
엷은 구름 휘날리는 도봉의 모습은 그냥 그대로 신령스런 한 신선의 모습이다.
추측컨대,
도봉이란 이름도 이런 연유로 선인(仙人), 만장(萬杖), 자운(紫雲)이라 불리는 것이리라!
포대능선 정수리에서 멀리 사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아름다움 또한 그지 없다.
짙은 녹음 사이로 곳곳에서 하얀 속살(바위)을 드러내며 구비구비 이어지는 능선길은
감춘 듯 드러낸 듯 은은한 향취를 풍겨낸다.
그 길을 따라 잠시 발길을 옮기다가
이내 산비탈로 꺾어 원도봉계곡으로 내려간다.
다소 급경사를 이루는 이 길은 다른 길에 비해 단시간 내에 하산을 끝낼 수가 있다.
여름산행인데다가 많은 일행이 함께 하니 일부러 짧은 길을 택했음이리라 !
하산 도중 넓은 공터에 자리잡아 잠시 기념사진도 찍고
여흥으로 노래 한 곡까지 선보이는 동문님이 있으니,
지축의 합창은 고조되고
동문간의 사랑과 우정 또한 더욱 무르익는다.
산자락이 끝날 즈음
계곡 바위 틈의 물가에 앉아 산행으로 찌던 심신을 가다듬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마을 어귀로 들어서니
이젠 지축의 노래도 끝날 때가 되었는가?!
마을 어귀 아담한 식당 뒷마당에 둘러앉아 두부찌개와 소주 한 잔으로 아쉬움을 달래면서
못다한 정일랑 다음으로 미루고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다락원매표소에서>
<다락능선 암릉 구간>
<구름에 둘러싸인 도봉산의 모습 - 은석암 옆에서>
<다락능선 암릉 구간>
<다락능선 암릉 구간>
<다락능선 암릉 구간>
<도봉산 정상을 배경으로>
<포대능선 안부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포대능선 안부에서>
<엷은 구름에 둘러싸인 도봉산 정상 자운봉의 모습>
<선인봉, 만장, 자운봉의 모습>
<포대능선에서>
<포대능선에서>
<포대능선에서>
<사패산 방향의 포대능선>
<원도봉계곡으로 내려오며>
<하산길에서 잠시 노래 한 곡 - 21회 노민규님>
<산행코스>
다락원매표소 - 다락능선 - 은석암 - 말바위 - 포대능선 안부 - 포대능선 정상 - 포대능선 -
원도봉계곡 하산길 - 원도봉매표소
<참석하신 분들 - 총 44명>
9회 김무남님, 백명부님, 허정님
10회 박웅사님, 배기필님
13회 김정묵님 내외분
14회 권영진님
15회 박창욱님 내외분
16회 이종후님 내외분과 아우 이종성님
17회 한석수님, 백동일님, 김경수님, 정형섭님
18회 강진희님
21회 김동관님, 박두호님, 노민규님
22회 이윤석님 내외분, 우오현님 내외분
23회 오광남님 내외분
24회 문병옥님 내외분, 이기헌님, 한경용님, 김태환님, 최용태님, 박근우님, 김병섭님, 이근중님,
이휴곤님
27회 왕종수님 내외분, 송두진님, 이원균님
29회 김영성님
30회 양정권님 내외분
2006. 8. 20 도봉산을 다녀와서
오호(五湖) 우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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