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지축산악회

지축산가-오서산에서(2006.11.19)

OHO 2006. 11. 20. 09:17

地軸山歌 - 오서산에서

 

 

아직 날이 밝지 않았습니다.

이젠 11월도 막바지라 그런지 

새벽의 어둠도 잠에서 깨어나기가 무척 힘이 드나 봅니다.

도톰한 겨울 파카를 입고 집을 나서는

우리 부부의 얼굴 위로 찬바람이 스쳐 지나갑니다.

늦더위와 가뭄으로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가을이었건만

세월의 힘에 밀려 벌써 저만큼 �겨 가고

얼씬년스러운 초겨울의 추위가 몸속을 파고듭니다.

 

오늘 산행지는 충남 홍성과 보령를 가르는 오서산이라고 합니다.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새벽부터 부산을 떱니다.

간밤에 딸아이 뒷바라지 하느라 필요한 물건도 챙겨주고

오랜만에 온 딸녀석과 늦게까지 이야기 하느라 잠도 좀 설치기는 했지만

억지로 일어나 샤워라도 하고 나니 몸이 개운해지는 게 한바탕 산을 누비고 다닐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여러 선후배님들이 삼삼오오 둘러서서 오랜만의 해후를 즐기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오늘 우리들이 부를 아름다운 山歌(산가)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버스는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광천으로 달립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기는 참 오랜만의 일입니다.

10시 30분쯤 되었나 봅니다. 오서산 등산기점인 성연저수지에 도착한 것은.......

눈앞에는 그저 조그만 산 하나가 서 있을 뿐입니다. 마치 마을 뒷동산 같은 느낌이 드는 .........

얼핏 보아도 멀리 서울에서 차를 타고 일부러 올만한 산은 아닌 것 같은데

그리도 유명한 산이라고 하니 아마도 뭔가 있긴 있는 게지요

 

입구에 세워진 등산안내판 앞에 모여 오늘 산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손에 잡힐 듯 빤히 바라보이는 산을 향해 올라갑니다.

드넓은 밤나무숲이 참 아름다운 정취를 풍겨냅니다.

산기슭 전체가 하나의 큰 밤나무밭 단지를 이룬 듯합니다.

멋스럽게 늘어진 밤나무 가지가 산을 오르는 우리들의 마음까지 멋스럽게 만들어 줍니다.

꽤나 넓고 긴 밤나무밭길 입니다.

 

기슭이 다한 언덕 봉우리 위에서 잠시 땀을 식힙니다.

다소 추운 날씨기는 하나 산을 오르다 보면 어지간히 추운 날에도 이마엔 절로  땀이 맺히곤 하지요.

시루봉이라 하였습니다. 기슭위의 조그만 봉우리는........

이제 이 산의 일차 봉우리에 오른 셈이지요

하지만 눈앞의 오서산 정상은 드높게 솟아 보입니다.

작은 산봉우리가 이렇게 높아 보이는 건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경사가 심한 탓인 게지요.

이마의 땀방울이 뚝~! 뚝~!  땅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능선 북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날아와 땀방울 훔쳐갑니다.

어느듯 산의 정상부에 다다른 게지요

산정에 길게 늘어선 으악새가 울어댑니다.                             * 으악새는 억새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억새밭 사이로 늦가을 찬바람이 지나가며 만들어 낸 소린게지요

으악새가 슬피우는 가을이 오면 

지나친 세월이 나를 울린다고 하였습니다                               .

차가운 북풍에 꽃잎 죄다 날려보내고

누렇게 빛바랜 억새들이  잉잉거리며 울어댑니다.

나름대로 한 생을 마감하고 이젠 긴 겨울잠에 들 준비를 하는 게지요.

으악새가 마지막 유희를 하고 있습니다.

혼신의 힘을 쏟아내며 생의 마지막 춤을 추고 있습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마지막 안간 힘을 다해 춤을 추는 모습이

온 산이 누런 억새의 물결로 출렁댑니다.

 

억새밭 한 켠에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눈앞에는 더넓은 서해바다가 펼쳐집니다.

끝없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그 바다 사이로 작은 함지박이 떠있듯

여기저기 올망졸망 바위섬들이 떠있고

또 육지의 작은 자락들도 드나듭니다.

가슴이 확~! 트이는 후련함이 나를 허공으로 날려보냅니다.

한없이 높이

높~이 날려보냅니다.

참 멋있습니다. 가을은

가을의 멋은 곧 성숙의 멋입니다.

온갖 어려움과 고난을 이겨낸 그런 성숙함이 배어 있는 멋 말입니다.

그건 또한 스스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슬픈 아름다움이기도 한 것이지요

 

바람따라 너울대는 억새밭 사이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저마다 싸 온 먹거리들이 입맛을 당깁니다.

더넓은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보이고

누런 억새가 바람따라 너울너울 춤을 추는

축제의 한 마당에 자리하여

덩실~ 덩실~ 억새와 더불어 가을춤을 춥니다.

성숙한 인생의 춤을 춥니다.

덩실~! 덩실~!

 

산등성이는 길게 이어지고

그 능선의 끝엔 작고 아담한 오서정(烏棲亭)이란 정자가 하나 있습니다.

한 땐 까마귀가 많아 이 산의 이름을 오서산(烏棲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 눈길을 걸을 때  흐트러지게 걷지마라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 오늘 내 발자국은 뒤에 오는 이의 이정표가 되리니

 

오서정 안에 걸어둔 작은 목판액자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모름지기 남의 앞에 서는 사람은 이처럼 성숙한 언행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그 속에는 스스로를 버리고 살신성인하는 마음이 있고

나아가서는

으악새의 슬픈 울음같은

성숙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는 게지요

참 멋있습니다. 가을은

오늘 우리가 찾은 오서산의 가을도

정말 멋있습니다.

 

하산길은 능선고개를 따라 내려오다 정암사로 향했습니다.

가을따라 내려오는 발걸음이 아쉬워 잠시 고개 돌려 산정을 쳐다봅니다.

긴 능선 위로 넘실대는 으악새가 참 슬퍼 보입니다.

우리 인생도 종내에는 그러하겠지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슬픔 속에는 성숙한 아름다움이 있기에

찬바람 속에서도 우리들의 으악새는 결코 슬퍼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우리 지축인들이 부르는 산가도 또한

결코 슬퍼지는 않을 것입니다.

슬픔이기 보다는 오히려

행복으로 가득 찬 하나의 커다란

희열일 것입니다.

  

 

 <성연저수지 기점에서>

 

 

 <밤나무숲길을 오르며>

 

 

 <시루봉에서>

 

 

 <정상을 눈앞에 두고>

 

 

 <오서산 정상에서>

 

 

 <오서산 정상에서>

 

 

 <정상에서>

 

 

 <정상에서>

 

 

 <정상에서>

 

 

 <정상에서 본 천수만 일대>

 

 

 <정상에서>

 

 

 <정상에서>

 

 

 <정상에서>

 

 

 <정상에서>

 

 

 <정상에서> 

 

 

 <정상에서 - 오서정을 배경으로>

 

 

 <억새밭에서 점심을.........>

 

 

 <억새밭에서 점심을..........>

 

 

 <오서정에서>

 

 

 <오서정에서>

 

 

 <정암사로 향하는 하산길에서>

 

 

 <하산길에서 본 오서산 정상의 모습>

 

 

 <하산길의 아차산?>

 

 

 <정암사에서>

 

 

 <오서산 등산지도>

 

 

<산행코스>

 

성연리 - 시루봉 - 오서산 정상 - 오서정 - 능선고개 - 정암사 - 중담 주차장

 

 

<참여하신 분들>

 

  9회 : 김무남님, 백명부님 내외분, 안진수님, 배영민님
10회 : 배기필님
11회 : 이형대님 내외분, 하은구님, 이명득님
13회 : 김정묵님 내외분 
14회 : 권영진님 내외분
15회 : 박창욱님 내외분
16회 : 박원병님, 박성흠님, 이종후님, 강상걸님, 김지식님, 박한조님, 조광식님
17회 : 김외석님, 임영섭님, 한석수님, 정형섭님
21회 : 김동관님, 노민규님
22회 : 이윤석님, 우오현님 내외분, 예창기님 내외분
23회 : 오광남님 내외분
26회 : 양대용님
27회 : 송두진님, 왕종수님
30회 : 양정권님 내외분

 

총 41명

 

 

 

2006. 11. 19  오서산을 다녀와서

오호 우오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