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軸山歌 - 오대산(五臺山)에서
젊음이란
늘 몸과 마음이 깨어 있어
새로움을 갈구하고
또 이를 정복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이다
- 오호생각 -
<오대산 상원사 입구 표지석 아래서>
아직 겨울에 속하는 2월이지만
제주도를 비롯한 일부 남쪽지방에서는 벌써 꽃망울이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금년에는 작년보다 1주일이나 빨리 개나리, 진달래가 필 거라고 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계절 감각은 한 달이나 빠른 3월 중순의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서울을 떠난 버스는 영동고속도로 진부요금소를 빠져나와
3시간만에 오늘의 산행지인 오대산 상원사 기점에 도착합니다.
늘 진흙으로 길이 질척거린다고 하여 진부라고 부르게 되었다나요?
어쨋든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도로 양 옆으로는 곧게 뻗은 아름드리 전나무가 빽빽하니 들어서 있고
한 쪽 옆 나무가지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염원하는 평창군의 플랭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한 보름전쯤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위한 IOC심사위원단들이 이 곳 평창을 방문했을 땐
생각지도 않던 눈이 펑펑 내려 좋은 예감을 전했다고 했는데
오늘 우리도 그 눈 맛을 좀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대산 상원사 입구의 커다란 표지석 앞에서 기념으로 단체사진을 한 장 찍은 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상원사로 오릅니다.
길 양 옆으로 높이 뻗은 전나무들이 한결 운치를 더해 줍니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신도들을 위한 기도회를 여는지 기도회 현수막이 상원사 전면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상원사는 월정사와 함께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하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5곳 밖에 없다는 부처님의 정골과 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 5대 적멸보궁 - 영축산 통도사, 오대산 상원사, 설악산 봉정암, 영월군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절 뒤를 돌아 가파른 산길을 수백미터쯤 오르니
비로전이란 현판이 걸린 새로 지은 듯한 깨끗한 법당이 하나 있어
법당 주변을 구경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산길을 올라갑니다.
길 위에 쌓인 하얀 눈이 햇살로 눈부실 때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확성기를 통해 낭낭하게 울려 퍼지는 염불 소리가 들려옵니다.
상원사 적멸보궁에서 나는 염불소리 입니다.
입구 돌계단은 신도들을 위해 깨끗이 정리되어 있고
법당 주변에는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리며 기도하는 신도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뜨입니다.
뒷쪽으로 돌아가 보니
부처님의 정골과 사리를 봉안한 부도인듯 한 작은 비석 하나가 쌓인 눈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을 모시는 대신 부처님의 정골과 사리를 봉안하여 모시는 법당라고 합니다.
시작부터 후미로 쳐져 있었는데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으니 이젠 제일 꼴찌가 된 듯 합니다.
다시 눈 덮인 산길로 들어서니 제일 후미로 올라가던 몇몇 선후배님들과 마주칩니다.
여기서부터는 눈도 많이 쌓여있고 경사까지 심해 아이젠 없이는 오르기가 어렵습니다.
기왕에 처진 걸음 간식도 먹고 잡담도 나누며 쉬엄쉬엄 올라 갑니다.
늦장을 부려도 4시간이내라던 산행대장의 말대로라면 그리 힘든 산은 아닌 것 같은데
심한 경사 탓인지 자꾸만 숨이 가쁘고 다리가 무거워짐을 느낍니다.
'집사람은 잘 올라 갔을까? 간밤에 딸 녀석 때문에 잠을 설쳐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은근히 걱정도 됩니다.
산 위에서 내려오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힘내세요! 다 왔습니다." 하며 용기를 북돋웁니다.
어쨋든 힘들긴 했지만 별 탈 없이 비로봉 정상에 섰습니다.
먼저 올라온 선후배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비로봉의 넓은 평지에는
봉우리의 높이 때문인지, 아니면 날씨 때문인지 ?
하늘엔 온통 뿌연 눈구름이 덮여 있습니다.
나도 한 쪽 귀퉁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눈구름으로 흐리던 하늘에서 서서히 눈발이 들기 시작합니다.
싸락 싸락 소리없이 싸락눈이 내립니다.
비로봉 정상에 둘러앉은 수많은 우리 지축가족들의 머리 위로 짙은 눈안개가 덮입니다.
금년에는 아직 제대로 된 눈산행을 못해 봤는데
뜻밖에도 2월로 접어든 오늘에야 비로소
이 곳 오대산의 정상 비로봉에서 제대로 된 눈산행의 맛을 보게 되는가 봅니다.
뭔지 모를 좋은 예감이 가슴속으로 촉촉히 스며듭니다.
건너편으로는 희끗희끗한 눈발을 머금고 억겁의 세월을 웅크린 채 인내하는 동대산이 처연하고,
북으로는 희미한 눈안개에 가린 두로봉과 상왕봉이 침묵 속에 근엄한 위엄을 풍겨내고 있습니다.
고개 돌려 뒤를 바라보니 호령봉이 또한 화답하듯 은은한 신비 속에 빠져듭니다.
산은 온통 하나의 커다란 병풍을 둘러친 듯 산군(山群)을 형성하여 사방으로 웅혼한 기상을 뿜어냅니다.
어쩌면 오늘 같이 옅은 눈발이 휘날리는 날이라야
오대산의 위엄을 제대로 맛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로봉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니
오대산(五臺山)은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비로봉(1,563m)을 주봉으로 동대산(1,432m), 두로봉(1,421m), 상왕봉(1,485m), 호령봉(1,432m)의 5개의 봉우리가 병풍 처럼 펼쳐져 있다 하여 오대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신라 선덕여왕 14년(645년)에 왕명을 받아 당나라로 유학했던 자장율사가 이 산이 중국의 상서성에 있는 청량산의 별칭인 오대산과 매우 유사하다 하여 그렇게 명명하게 되었다고도 합니다.
어느 것이 맞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북한산의 백운대에서도 그 예를 볼 수 있듯이
전망이 좋은 산봉우리를 봉(峯)으로 부르지 않고 대(臺)라고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과연 오대산은 이름 그대로 다섯 개의 멋진 산봉우리인 동시에 훌륭한 전망대임에 틀림없는 듯 합니다.
비로봉에서의 즐거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상왕봉으로 옮깁니다.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 상왕봉으로 가는 동안
조금씩 내리던 눈발도 점점 더 굵어졌습니다.
오늘 제대로 된 눈산행을 하게 되어 모두들 마음이 약간 들뜬 듯 합니다.
말소리도 훨씬 밝아졌고 간간이 남녀들의 웃음소리도 들립니다.
저 눈송이와 더불어 지난세월 우리에게 드리워졌던 어둠의 그림자도 깨끗이 지워질 것입니다
저 웃음소리와 더불어 그 동안 우리들을 울렸던 아픔의 상처도 이젠 말끔히 아물게 될 것입니다.
모진 바람 힘겨워서 땅으로만 낮게 자란 나무들이 분재처럼 예쁩니다.
수북히 쌓인 눈더미 위로 달리던 바람이 멋진 눈보라를 날립니다.
참 아름다운 능선길입니다.
참 멋진 눈산행입니다. 금년들어 처음 맛보는..........
오늘 웬지 예감이 좋았다니까요!
능선 비탈길로 내려서니 수백년은 족히 됐음직한 주목나무들이 한결 운치를 돋굽니다.
우리 지축 선후배님들 모두가 적게는 40고개를, 많게는 60의 언덕을 넘어 70으로 향하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만큼은 모두가 젊음이 넘쳐 흐릅니다.
학창시절 우리가 교정에서 선후배로 어울려 함께 했던 그 때 처럼
순수하고,
활기 넘치는 몸과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갈구하며
또 이를 정복하고자 땀 흘렸던 그 때 처럼
모두가 젊었습니다.
젊음이란,
나이에 있지 않고
새로운 것에 감격하고, 또 도전하는 마음
바로 그 속에 젊음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어느 지축가족이 불렀던 노래가 생각납니다.
"쿵짝, 쿵짝, 쿵짝, 쿵짝, 젊은 그대 잠 깨어 오라~!"
"사랑스런 젊은 그대, 태양같은 젊은 그대 ! 아~! 아~! 젊은 그대~!"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가 젊었습니다.
새해에는 모두가 복 많이 받으시고,
또 젊은 소망 이루시기 바랍니다.
..... 이후에는 식사 후 관광버스 노래방으로 젊음을 과시하며 기분좋게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
<상원사 비로전 앞에서>
<비로전 위의 능선길에서>
<적멸보궁 앞에서>
<적멸보궁 뒷뜰의 부처님 정골을 봉안한 부도 비석>
<능선에서>
<비로봉 도착 직전의 능선길에서>
<비로봉에서>
<비로봉에서 - 9회 김동연 선배님>
<비로봉에서 - 점심식사중>
<비로봉에서 - 점심식사중>
<비로봉에서 - 22회 우오현 부부>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 30회 양정권 부부>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 22회 우오현 부부>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서>
<상왕봉에서 - 9회 백명부 선배님 부부>
<상왕봉에서>
<상왕봉에서 - 23회 오광남 부부>
<하산길>
<오대산 산행지도 - 한국의 산하 홈페이지에서 발췌함>
<등산코스>
상원사 입구 - 상원사 - 적멸보궁 - 비로봉 - 상왕봉 - 상원사 입구 주차장
<참여하신 분들>
9회 : 김동연님, 김무남님, 백명부님 내외분, 안진수님, 허정님
10회 : 최용훈님, 배기필님
13회 : 김정묵님 내외분, 김규양님
16회 : 이종후님, 박성흠님, 이석경님, 김지식님, 박한조님, 정부남님
17회 : 김외석님, 임영섭님, 한석수님, 이유조님, 백동일님, 김경수님, 정형섭님
21회 : 김동관님 내외분, 노민규님
22회 : 이윤석님, 예창기님 내외분, 우오현님 내외분
23회 : 오광남님 내외분
27회 : 왕종수님, 이원균님
30회 : 양정권님 내외분
35회 : 서종호님
별도참석, 이종성님
총인원 : 40명
2007. 2. 25 오대산을 다녀와서
오호(五湖) 우 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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