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명지산 산행일기(2005.3.6)

OHO 2005. 3. 7. 22:49
명지산에서(2005.3.6)
 

 



<명지산 귀목고개 입구 계곡에서>

 

 

<자작시 - 눈 내리며 가는 겨울>

 

나는 이제 떠나야지!
초로(初老)의 언덕 위에 홀로 서서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본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추억의 그림 속에
그리움만큼이나 많은 슬픔과 아픈 기억들이
곳곳에 얼룩져서 상처되어 남아있다.
나는 이제 떠나야지!
병풍 속에 가득 찬 너를 향한 그리움은 미련으로 남아있다.
추억이란 이름의 미련으로
아침이면 찾아올 너를 위해 난
초로의 언덕 위에 홀로 서서
융단 같이 고운 삶을 밤새도록 자아낸다.
나의 머리 위에도 한겹 두겹 흰눈이 쌓여간다.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가루 휘날리며 아침이면 찾아올 너를 위해
난 밤새도록 하얀 그림을 그렸었다.
슬픔과 아픔으로 얼룩진 그리움의 그림을
병풍 위에 새겨진 수많은 그리움을 난 밤새도록 그렸었다.
나의 그리움은 미련으로 남아있고
나의 사랑은 슬픔으로 남아있다.
추억의 병풍 위에 하얀 그리움만 그려둔 채 나는 이제 떠나야지
아침이면 찾아올 너를 위해
나는 이제 떠나야지.........

 


<귀목고개를 오르며>

 

 

상판리의 아침은 조용하다. 도심을 벗어난, 덤성덤성 논밭들이 어우러진 한적한 시골 마을에는 인적조차 뜸하니 한가롭다. 겨우내 긴장했던 심신이 일시에 늘어진다. 저 앞 작은 산 위에 서있는 소나무 숲 가지가지마다 지난밤에 흩날렸던 눈발이 희미하게 안개 같은 모습으로 산을 둘러싸고 있다. 아직 젊음이 채 다하지 않은 초로(初老)의 모습으로 밤새워 무슨 고민을 그리도 하였을까?  이젠 3월이 들어선지도 벌써 며칠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겨울은 끝나지 않았는지 간밤에도 꽤나 많은 눈발이 휘날렸다.

 


 

<귀목고개를 지나 정상을 향하여>

 

 

마을 어귀를 지나 등산 기점인 장재울에 들어선다. 2월부터 5월까지는 산불방지를 위해 입산을 통제한다는 산림감시원의 말에 일순간 헛걸음의 아쉬움이 교차한다. 이런저런 핑계로 겨우 입산을 허락 받아 귀목고개 쪽으로 총총걸음 걸어간다. 발아랜 미끌미끌 눈얼음이 얼어있다.

 


<눈밭에서 - 이여사와 송여사>

 

 

계곡을 들어서니 생각지도 않던 백설의 향연이 펼쳐진다. 나뭇가지 위에는 가지마다 하얀 눈발이 꽃잎처럼 달려있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산기슭에는 낙엽송 곧게 뻗어 하늘 향해 팔 벌린다. 융단 같이 고운 길엔 살랑살랑 바람불면 하얀 축제가 벌어진다. 파아란 하늘위로 눈송이가 휘날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꽃가루가 휘날린다. 하얗게 하얗게 은빛축제를 펼쳐간다.

 


 

<정상에서 - 청공>

 

 

계곡길을 벗어나 귀목고개를 오른다. 여기저기 따사로운 햇살이 스쳐간다. 간간이 눈밭 위로 삐죽이 튀어나온 낙엽들도 밟아가며 봄의 햇볕 속에서 겨울길을 걸어간다. 따스한 햇살 속에 하얀 눈을 밟고 간다. 귀목고개 위에서 거친 숨을 잠재우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지나온 고갯길도 꽤나 벅찬 오르막길이다.

 


<정상에서 - 예산부부>

 

 

능선길을 따라 급경사를 올라간다. 고도가 높다는 건 알았지만 갈수록 급경사다. 중턱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귀목봉과 청계산이 삼각뿔로 솟아나고, 멀리 국망봉과 운악산이 병풍처럼 에워싼다. '첩첩산중'이라더니 겹겹이 골짜기요 첩첩이 능선이다. 사방을 빙 둘러 산중에 싸여있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산세가 커다란 원형으로 나를 둘러싼다.

 


<하산길에서 - 중산부부>

 

 

푹푹 무릎까지 빠져드는 눈밭길을 걸으며 겨우내 갈망했던 눈더미에 묻혀본다. 때늦은 눈으로 겨울과 봄이 자리바꿈 하는 갈림길을 걸어간다. 겨울은 봄을 위해 하얀 눈을 밤새도록 쏟아낸다. 융단 같은 고운 털을 밤새도록 흩날린다. 찬바람과 눈보라가 남기고 간 혹독한 상처를 하얗게 하얗게 은빛가루 휘날리며 밤새도록 지워간다. 아침이면 찾아올 봄의 향연을 위해 하얗게 하얗게 지워나간다.

 


<정상을 향한 발걸음 - 청공과 중산>

 

 

거친 숨을 몰아쉬며 침니바위를 지나치니 마침내 1199봉(명지3봉)이다. 눈앞에는 명지산 정상 1267봉이 손에 잡힐 듯 빤히 보이지만 벌써 2시가 다 되었다. 마음은 정상을 거쳐 반대편 익근리로 하산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두어장의 사진으로 오늘 목적지를 기념하고 바위자락 한켠 양지바른 곳에 앉아 점심을 해결한다.

 


<정상에서 - 오호>

 

 

하산길은 원래 연인산 방향으로 가다 아재비고개로 내려올 생각이었으나 뜻밖의 눈 때문에 모두가 지쳐있다. 시간도 생각보다 많이 흘러, 왔던 길로 되돌아서 빠른 시간내에 하산하기로 했다. 깊은 눈수렁에 이리저리 빠지면서 폭썩푹썩 내려온다. 가파른 눈길이 몹시도 위태하다. 찬바람에 묻어 눈보라가 휘날린다. 주변 산세를 두어번 더 감상하고 내려오니 귀목고개다.

 


<정상을 오르며 눈속에 묻혀본다>

 

 

한낮의 햇살이 따뜻한 탓이었든지 나뭇가지 위에 매달렸던 눈꽃들이 모두 녹아 없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산아래 계곡에도 눈이 거의 다 녹아 질퍽거린다. 길을 따라 장재울로 내려오니 마을 입구에는 서너명의 등산객들이 산행을 끝내고 이야기를 나누며 쉬고 있다. 개울가로 내려가 신발을 정리한 후 자동차에 오른다. 겨울은 하얀 그리움만 남긴 채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간다.

 

명지산은 해발 1,267미터로 경기도에서는 화악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산행 들머리는 맑은 계곡과 명지폭포로 유명한 가평군 북면 익근리 들머리와, 하면 상판리 들머리가 대표적 코스다. 그 외에도 백둔리, 적목리 등의 코스가 있다. 상판리 코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상습정체 구간인 경춘가도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서울 - 포천을 잇는 47번 국도를 이용할 수 있는 상판리 코스를 택했다.

 

오늘 산행은 등반대장 중산과 송여사, 예산부부, 청공, 사중, 나 오호 모두 7명으로 산행 후에는 포천에 자리한 명덕온천에서 등산으로 젖은 땀과 피로를 말끔히 해결하고, 돌아오는 길목에 보리밥 한그릇으로 마감했다. 뉴스를 들으니 부산에서는 100년만의 폭설로 시내가 온통 마비되었다고 한다.

 

등산지도(http://www.koreasanha.net/san/map/myeongji.jpg)


2005. 3. 6  명지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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