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입구 자작나무숲을 오르며......>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 내리니 오랜만에 보는 한강의 물줄기가 시원하다. 아직 쌀쌀한 기운이 다소 남아있긴 하지만 주변 고수부지를 뛰어다니며 아침운동을 즐기는 부지런한 몇몇 사람의 열성이 확 트인 시야와 함께 어울려 봄이 가까이 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뚝섬 고수부지를 한가로이 둘러보다 곧이어 도착한 등반대장 중산(이윤석)부부의 차에 합류한다. 한강을 따라 시원한 강변북로를 타고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의 검단산 입구에 이르니 사중(김동성)부부, 청공(윤만수)부부, 도일(최수찬), 예산(예창기)부인 이여사(예산은 어제 토요일 직장에서 설악산을 갔다고 함), 그리고 나 오호(우오현)까지 모두 9명이 모였다. 오늘의 산행지는 검단
산이다.
검단산은 작년 겨울에 무척 많이 갔던 산이지만 이번 겨울엔 처음이다. 해발 650미터로 관악산과 비슷한 높이의 산이긴 하지만 창우동에서 접근하는 길은 산밑까지 바로 자동차로 갈 수 있고, 또 서울 동남부지역에서는 손쉽게 갈 수 있는 산이라고나 할까? 어쨋든 가긴 가야겠는데 마땅히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 가는 게으른 날의 산행지인 셈이다. 그래서 약속시간도 11시로 평소 보다 조금 늦은 시간으로 정했다.
검단산은 원래 서울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산이었지만 최근에는 하남시에 많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산 입구에 늘어선 자동차로 몸살을 앓는다. 우리도 애니메이션고등학교 앞에서 골목길로 들어선 등산로 기점의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고 6.25 참전 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현충탑을 거쳐 정상으로 향했다.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가뜩이나 게으른 산행을 더욱 한가롭게 만든다.
검단산의 산세는 처음부터 가파른 경사로 시작한다. 입구의 자작나무숲을 지나 중턱에서 두어차례 휴식을 취하면서 가져온 간식들을 일찌감치 먹어치운다. 우리가 택한 코스는 창우동에서 시작하여 정상을 돌아 다시 창우동으로 내려오는 짧은 코스로 산행시간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에 언제부터인지 이 산에만 오면 산중에서의 점심은 생략하고 간식으로 적당히 때우는 것
이 상식이 되어버렸다.
중턱쯤 올라오니 주초에 내린 눈이 아직도 깨끗하게 남아있다. 따뜻한 날씨임에도 하얗게 쌓인 눈길을 올라가니 기분이 상쾌하다. 햇살에 반짝이는 눈이 순백의 동심을 자극한다. 건너편 능선의 작은 봉우리에도 나뭇가지 사이로 눈들이 하얗게 쌓여있다. 경사로를 지나 능선을 따라 천천히 정상을 향해 다가가니 꽤나 많은 눈들이 쌓여 밀가루떡처럼 발아래 밟힌다. 숲사이로 햇살이 반짝인다.
정상에 올라서니 눈 아래에는 시원한 팔당호가 들어온다. 산 위에서 이렇게 넓고 긴 강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이곳 검단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검단산은 강 건너 예봉산과 함께 깊고 넓은 계곡을 형성하여 이처럼 아름다운 강-팔당을 만들어 북한강과 남한강을 합류시키며 더욱 넓은 호수를 만들어 낸다.
팔당댐으로 생긴 팔당호는 서울 주변지역의 식수원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강물은 꽁꽁 얼어 흐르진 않지만 그 시원한 호수를 바라보면 한폭의 동양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라는 정철의 시구(詩句)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눈 아래 펼쳐진 산하(山河)는 가히 '아름다운 산천은 그대로 있건만 나만 홀로 세월 따라 흘러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내려오는 길도 급경사이기는 마찬가지다. 눈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오후 2시가 다되었건만 이 시간에도 올라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손쉬운 산이기 때문이리라. 산아래 기슭에는 자작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비록 잎은 떨어지고 없지만 곧게 뻗은 나무들은 시원함을 더해준다.
산을 한바퀴 돌아 주차지역으로 내려오니 등산객을 유혹하는 삼겹살 장작구이가 시장기를 돋군다. 인가와 동떨어진 곳이어서 그런지 이 주변에는 유독 장작구이집이 많다. 시골향 물씬나는 풍경이지만 몇 차례 먹어본 경험이 있는 터라 그냥 지나치기로 하고 대신 일전에 갔던 광주군 퇴촌면의 남한강이 시원하게 바라보이는 붕어찜 전문집을 택했다.
<퇴촌면 식당가에서 본 남한강>
붕어찜집으로 가는 도중 어제 설악산으로 갔다던 예산이 도착하였다며 같이 합류한다. 창가로 보이는 남한강은 지난번에 왔을 때 보았던 꽁꽁 얼어붙어 있던 강물의 얼음 표면이 조금 녹아 물기를 머금었다. 봄이 가까웠기 때문이리라. 내일 하루만 지나면 어느 듯 3월이다. 기나긴 겨울도 이젠 끝이나나 보다. 붕어찜에 소주 한잔씩 돌리고 뚝섬으로 다시 돌아와 함께 사우나를 즐긴 후 헤어진다. 등산이란 의미보다는 나들이에 가까운 산행이었다.
등산지도(http://www.koreasanha.net/san/map/geomdan.jpg)
2005. 2. 27 검단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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