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축령산 산행일기(2005.2.13)

OHO 2005. 2. 25. 13:33

축령산에서

 

 


 

<정상에서 서리산을 배경으로>

 

 

봄은 저 언덕 위에 서있다.
솔나무 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을 타고
봄은 내게로 다가온다.
살랑살랑 나뭇가지 사이로 실바람을 일으키며
봄은 살며시 내게로 다가온다.
봄은 부끄러운 듯 살며시 나의 옆을 지나간다.

발그레한 얼굴을 다소곳이 숙이고
상큼한 여인의 살내음을 남기며
봄은 그렇게 살며시 나의 옆을 지나간다.
봄은 저 언덕 위에 서서 내게로 손짓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앉는 햇살을 타고
올망똘망 꽃망울 가지를 흔들며
봄은 배시시 웃으며 내게 오라 손짓한다.
폭삭폭삭 발자국을 따라 흙먼지를 일으키며
봄은 살며시 내게로 다가온다.
나는 봄향기에 취해 나른다.
비잉- 비잉- 꽃향기가 되어 나른다.
봄은 저 언덕 위에 서서 내게 오라 손짓한다.

 

 

전지라골의 아침 햇살은 유리창을 뚫고 자동차 속을 하나둘 비집고 들어온다. 따뜻한 햇살이 차 속에 가득하다. 몸이 나른한 걸 보면 봄이 되어 가는 것이리라. 주차료를 아끼기 위해 자동차를 축령산 입구 전지라골 빈터에 세워두고 축령산 자연휴양림 쪽으로 올라갔다.

 

휴양림 입구에 들어서니 시원하게 자란 잣나무 숲이 공원같은 분위기로 조성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축령산은 해발 886미터의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라 그 옆에 나란히 붙어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서리산까지 연결하여 오르기로 했다.

 

보통의 경우 축령산을 먼저 오르고 연이어 서리산으로 넘어오지만 우린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오르기 쉬운 서리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리산을 오르며>

 

 

서리산쪽 들머리는 아름드리 잣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올라가고 있는 이 곳은 남양주시 수동면이지만 산 반대편은 가평군 상면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가평잣의 원산지다. 굵고 곧게 뻗은 잣나무 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상쾌한 바람이다. 아직 봄이 아니어서 잎은 비록 싱그럽지 못하지만 몸에 좋다는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니 한번이라도 더 들이쉬고자 너도나도 심호흡을 한다.


경사가 완만한 서리산의 기슭은 따스한 햇살이 내리쬔다. 앞서가는 발자국을 따라 폭삭폭삭 흙먼지가 일어난다. 겨울 가뭄으로 땅이 메말라 있기 때문이리라. 봄의 기운이 저만치 다가온다고 생각하니 흙먼지까지도 정겹기만 하다.

 

세상살이 이야기를 나누며 두어번 쉬고 나니 철쭉동산이다. 지난 봄에 여길 찾았을 땐 철쭉꽃이 만발하여 정말 황홀한 동산이었다. 아직 꽃망울조차 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이 꽃 저 꽃 날아다닌다. 햇살은 벌써 봄인 줄 알고 여기저기 바쁘게 뛰어다니며 꽃을 깨우려 하나 꽃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긴 이른가 보다.

 

 

 

 

 

 

 

 

 

 

 

 

 

 

 

 

 

 

 

 

 

 

 

 

 

 

 

 

 

 

 

<서리산 중턱에서>

 

 

서리산은 상산(霜山)이라고도 한다. 아마 이 산에는 서리가 많이 내리나 보다. 그래서 우리말로는 서리산이다. 서리산 정상을 지나 절고개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축령산으로 올라간다. 배가 불러 숨소리가 '씩씩!' 거린다. 경사도 급한데 밥까지 먹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절고개에서  점심을>

 

 

축령산(祝靈山) 정상에는 태극기와 함께 조금마한 돌탑이 세워져있다. 사방을 둘러보니 북쪽으로는 운악산이 서남쪽으로는 천마산이 보인다. 두어장의 사진으로 정상을 기념하고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을 따라 내려온다.

 


 

<축령산 정상에서>

 

 

암릉길은 두어 차례 휘감아 내려오니 왼쪽은 거의 절벽에 가까운 벼랑길이다. 벼랑 아래 펼쳐지는 크고 작은 산등성이의  앙상한 나무들이 카펫을 깔아놓은 듯 작고 부드러운 털이 결 따라 펼쳐져 있다.

 

얼마쯤 내려오니 남이바위다. 남이장군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조선시대 태종 이방원의 외손자로 태어나 함경도 지방의 여진족 토벌과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여 그 공을 인정받았던 남이장군이 이 바위에서 곧 잘 휴식을 취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白頭山石 磨刀盡(백두산 돌은 칼 갈아 없애고)
頭滿江水 飮馬無(두만강 물은 말 먹여 없애고)
男兒二十 未平國(남자 나이 이십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後世誰稱 大丈夫(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일컬으리오)

 

남이장군의 기개가 어린 시이다. 그러나 이 시의 未平國을 未得國(나라를 얻지 못하면)으로 고치는 모략에 의해 남이는 유자광에 의해 역적으로 몰려 20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남이바위에서>

 

 

조금 더 내려오면 수리바위다. 옛날에는 이 주변에 독수리가 많이 날아다녔고, 또한 이 바위에 독수리가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하여 수리바위라고도 하며, 바위가 마치 독수리 머리와 모양으로 생겨 수리바위라고도 한다. 바위는 벼랑 끝에 매달려 마치 구름 위에 내가 서 있는 듯 저 아래 산들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인다. 나도 한 마리의 독수리가 되어 저 하늘을 한바퀴 천천히 비행하다 잠시 이 바위 위에 날개를 접고 앉아 멀리 허공을 바라본다.

 

휴양림 입구로 내려오니 휴양객들을 위한 팬션이 몇 채 잣나무 숲 사이로 멋들어지게 서 있다. 시원한 여름밤을 가족들과 함께 저런 곳에서 하루쯤 지내는 것도 괜찮으리라.

 

아직 시간이 4시도 채 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팔당을 가로질러 광주군 퇴촌면의 남한강변에 자리한 그럴싸한 식당에서 붕어찜을 시켜놓고 별미를 즐겼다.

 

예산(예창기)부부, 중산(이윤석)부부, 도일(최수찬), 나 오호(우오현)부부 모두 7명이다.

 

등산지도

http://www.gosan21.net/san/map/chukryung.jpg

 

2005. 2. 13  서리산과 축령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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