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국망봉 산행일기(2005.2.6)

OHO 2005. 2. 24. 16:46

국망봉에서

 


<정상에서 - 이여사, 중산, 송여사, 서여사, 오호, 도일, 사중, 예산>

 

 

아침의 맑은 공기를 가르며 차는 시원스럽게 달린다. 서울과 포천을 잇는 47번 국도는 한차례의 막힘도 없이 길을 열어주어 중간 약속장소인 내촌휴게소에 우리를 세운다. 한 주일도 산을 찾지 않으면 몸살나는 예산(예창기)부부가 일찍부터 카풀을 위해 우리 아파트 입구에서 나 오호(우오현)부부를 기다린다. 늘 미안한 생각은 들지만 어쩌나...... 내차는 이미 낡을 대로 낡은 똥차다. 몸보신을 위해 염치 불구하고 멀리 뛸 때는 늘 신세지기로 아예 작정을 했다. 미안하다 용서해라.......

 

예상대로 약속시간보다 무려 2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우리 만남에 늘 일이십분의 지각생도 있건만 오늘따라 유독 빨리 출발하는 바람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찬바람에 떨며 아까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커피 한잔과 뻥튀기 하나를 사서 먹으며 친구들이 도착하길 기다린다.

 

곧이어 중산(이윤석)부부와 도일(최수찬)이 도착하고, 늘 일찍 도착하던 사중(김동성)이 오늘따라 20분쯤 지각이다. 어부인 이여사는 어디 가고 홀몸이다. 홀몸으로 오는 주제에 감히 지각까지...... (표현이 좀 심했나?)

 

차를 몰아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장암리에 있는 이동중학교로 가는 골목길을 따라 산길 입구에 도착하니 11시다. 오늘 산행지인 국망봉의 산봉우리가 저 멀리 하늘 위로 날개를 넓게 펼치고 솟아있다.

 

 

<국망봉 등산 개념도 - 오른쪽 능선에서 부터 정상을 거쳐 왼쪽 신로령 앞으로 내려옴>

 

 

등산로 입구에 조그마한 휴양림을 운영하는 땅주인이 등산객을 상대로 입장료를 받고있어 입장료 다툼을 피하기 위해 입구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오른편 밭길을 따라 간다. 산기슭의 철조망을 뛰어넘어 장암저수지 둑 아래쪽을 오른편으로 통과하여 임도를 따라 몇 걸음 더 올라가니 철제계단이 나온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로다.

 

울창한 잣나무 숲길을 뚜벅뚜벅 올라간다. 여름이라면 빽빽이 들어선 나무들로 짙은 녹음을 드리울 길이지만, 겨울이라 그런지 곧게 뻗은 나무는 가지 끝만 아롱거릴 뿐 하늘은 뻥∼ 뚫린 채 파아란 나신을 드러내놓고 있다.

 

초입부터 경사가 다소 가파르다. 모두들 호흡 조절이 쉬이 되지않는지 힘들어한다. 입춘이 엊그제여서 그런지 날씨가 생각보다 따뜻하다. 따끈한 햇살이 온 산에 내리쬔다. 지난 겨울 추위와 바람 속에 쌓아올린 온갖 사연들을 하나둘 녹여내리며 따스한 햇살은 조용히 산 위로 내려온다. 바람마저 고요히 녹아내리는 듯하다.

 

두어 차례 휴식을 거듭하며 호흡조절을 하니 이젠 좀 적응이 되는지 평소대로 한발한발 안정적인 산행을 해 나간다. 힘든 산길을 걱정이라도 하듯 햇살은 시종일관 등뒤로 따라온다. 등줄기를 타고 땀방울이 촉촉이 적셔온다. '헉-! 헉-!' 발걸음을 따라 숨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정상을 오르며 - 중산, 송여사, 이여사, 서여사>

 

 

이젠 산중턱은 넘어섰는지 반대편의 신로령이 천천히 발아래로 내려간다. 재작년이었던가? 설날 차례를 지낸 3형제부부가 이 산을 올랐다가 눈속에서 길을 잃고 조난을 당하여 2형제 부부 4명이 얼어죽었다는 보도가 있었던 산이다.

 

칠팔백미터쯤 올라왔을까? 유사시를 위한 대피소가 세워져 있다. 먼저 와 진을 치고있는 다른 팀과 합세하여 막걸리 한잔씩 돌리고 다시 호흡조절 후 심기일전 올라가니 마침내 안부(정상의 봉우리 능선과 능선 사이에 잘룩하게 내려앉은 부분)에 닿는다.

 

위를 올려다보니, 억! 이럴수가? 산봉우리가 하늘을 뚫을 듯이 가파르게 솟아있다. '허억-! 허억-!' '휴우-! 휴우-!' 걸음마다 거친 숨을 몰아쉰다. 계속되는 60∼70도의 경사로를 숨가쁘게 올라간다. 뒤를 보니 모두가 지친 표정이다. 발끝의 잔설이 무척이나 미끄럽다. 로프에 의지하여 심호흡 다시 하고 마지막 남은 길을 옹골차게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이다.

 

해발 1,168미터의 국망봉은 화악산과 명지산에 이어 경기도에서는 세번째로 높은 산이다. 바위가 거의 없고 산이 큼직하여 능선이 길고 광활한 이 산은 겨울철에는 많은 적설량과 함께 힘든 산행의 역설적 즐거움을 만끽하려는 등산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산이기도 하다.

 

국망봉(國望峯)이란 이름은 후삼국 시대에 태봉의 왕 궁예가 왕건에게 �겨 철원을 버리고 이 곳으로 도망와 멀리 도읍지인 철원이 불타는 것을 바라보고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경기도 포천군과 가평군의 경계를 이루는 광주산맥의 주능선이기도 한 국망봉은 산이 높아 산맥을 따라 저 멀리 도봉산과 북한산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중심지대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하여 국망봉(國望峯)이라 이름하였다는 말도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북쪽 철원 방향으로 백운산을 거쳐 광덕산과 대성산이, 남쪽으로는 개이빨산, 궁예가 첫째부인 강씨를 귀양보냈다는 강씨봉, 민둥산, 운악산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한북정맥의 줄기들이다. 동쪽으로는 화악산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산중에서 먹는 점심은 특별한 반찬이 없어도 맛이 있다. 모두들 가져온 점심을 꺼내놓고 희희낙락이다. 진수성찬은 무엇하며! 산해진미는 또 무엇하랴! 아무거나 꺼내놓기만 하면 다 별미인 것을-! 라면국물로 한바탕 쟁탈전을 치루고 '꺼억-!' 하고 배불리니 세상만사 부러울 게 하나도 없다.

 

따스한 햇살아래 커피 한잔 더 나누고 천천히 배낭 꾸리니 하산길이다. 포천군과 가평군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 1,000미터 이상의 고지대 능선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몇차례 하고 나니, 난데없이 이게 왠 눈썰매장이냐! 송마나님(중산 어부인)을 선두로 엉덩이에 돗자리 깔고 '쫘악∼'하고 미끄러져 내려간다. 갑작스런 동심에 들뜬 마나님들, 일제히 눈썰매를 타고 미끄러져 내리니 영락없는 코흘리개들이다. 쯧쯧-!! 나이 오십에....... 언제 철들는지......

 


<삼각봉에서 도마치고개를 뒤로 하고>

 

 

마음은 계속 도마치고개를 넘어 길을 따르고자 하나, 몸은 늦기 전에 산 아래로 내려가야 하니, 한없는 아쉬움이 가슴을 쓸어 내린다. 신로령 아래 계곡인 광산골로 내려간다.

 

광산골계곡도 가파르기는 마찬가지다. 무릅이 욱신거리는 아픔을 느끼면서 내려오니 계곡물이 얼어붙어 멋진 광경이다. 기회를 놓칠새라 얼른 찍사(예산) 불러 너도나도 겨울연가 주인공이나 된 듯 난리굿이다.

 


<하산길의 마지막 장암저수지 위를 걸어가며>

 

 

어느 듯 하산길도 끝나고 산입구에 도달하니 오후 5시다. 47번 국도에 차를 올려 포천에서도 꽤나 크다고 소문난 명덕온천 앞에 차를 세워 산 속에서 흘린 땀과 피로를 온천욕으로 말끔히 씻어내고 밥 한그릇 먹고나니 저녁 9시다. 다음 주는 설날이 끼어있다. 모두들 설명절 잘 보내라는 덕담을 뒤로 하고 산행을 마감했다.

 

 

2005. 2. 6 국망봉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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