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검단산 산행일기(2005.3.13)

OHO 2005. 3. 14. 20:01

검단산에서(2005.3.13)

 


<팔당 방면에서 바란 본 검단산>

 

 

오늘은 아침 8시가 되어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 혼자서 아무 산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던 차에 중산으로부터 검단산으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며칠간의 꽃샘추위가 기승을 떨더니 오늘 아침에는 꽤나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분다고 한다. 혹 추위에 떨지 않을까 걱정되어 '옷을 한겹 더 입을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아파트 창밖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이 그다지 추워 보이지는 않는다.

 

오랜만에 내 고물승용차를 타고 혼자 드라이브하는 마음으로 차를 몰아본다. 왠지 자동차가 덜덜거린다고 생각하면서도 차의 성능에 비위를 맞춰가며 조심스럽게 몰아보니 어쩌면 오늘 하루 별탈 없이 잘 굴러갈 것 같은 느낌이다. 오랜만의 운전은 늘 다니던 자동차 길조차도 낯선 느낌을 가지게 한다.

 

미사리 방향으로 차를 몰아 검단산 입구에 차를 세우고 휴게소로 들어간다.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약속시간인 11시가 넘어가건만...... 중산에게 전화를 해보니 오늘 아침에 열린 국제마라톤 때문에 찻길이 꽉 막혀 늦어진다고 한다. 잠시 후 중산부부와 도일이 도착하니, 나까지 합쳐 모두 4명이 오늘 멤버의 전부다. 좀 서운하긴 했지만 제각각 할 일이 있고 또 사연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김밥 한줄로 공백을 매우면서 잡담을 나누다가 구한말 개화기 시대의 서유견물록의 저자인 유길준 묘소 쪽을 향해 올라간다. 뉴스와는 달리 날씨는 약간의 바람만 빼고 나면 정말 괜찮은 봄날씨라 할만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산행의 고달픔을 달래가며 유길준 묘소 앞에 이르니 어느 정도 몸이 산에 적응하는 것 같다. 물 한모금과 빵부스러기를 나눠 먹으면서 다시 한숨을 돌린 후 능선 위로 올라가니 저 멀리 팔당대교가 눈앞에 들어온다.

 

검단산 산행의 백미는 역시 팔당댐 위로 시원스럽게 펼쳐진 팔당호수의 조용하고 평화스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리라! 나도 저 호수처럼 무심하게 살아야지! 저 강물처럼 아무런 거슬림 없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야지! 이런 저런 세상사에 사로잡히지 말고 저렇게 잔잔하게 소리없이 살다 가야지!

 

능선 위에는 제법 찬바람이 불어온다. 모자를 눌러쓰고 바람을 가려보지만 꽃샘추위가 꽤나 기승이다. 능선을 피해 약간 기슭으로 내려와 걸어간다. 아직도 비탈 한쪽 구석엔 눈발이 조금 남아있다. 다시 능선을 올라 정상을 눈앞에 두고 작은 봉우리 앞 기슭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아 컵라면도 끓여 먹고 봄햇살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따뜻한 햇살에 봄이 완연함을 느낀다. 등산이고 뭐고 그저 우리 넷이서 봄바람 쐬러 온 것으로 하고 마냥 앉아서 햇살을 즐긴다.

 

검단산 정상에도 봄기운은 완연하다. 이맘때면 늘 눈이 녹아 질퍽거리던 정상 주변의 땅이 오늘따라 꽤나 말라있다. 눈이 녹은지도 며칠이 지났나 보다. 봉우리 한쪽 옆에서 몇몇 여자분들이 손위에 과자 부스러기를 올려놓고 주변의 개똥쥐바뀌를 유혹한다. 새들도 그런 일엔 이제 제법 익숙해졌는지 두어번 눈치를 살피다가 손바닥 위로 올라와 얼른 과자 부스러기를 한입 물고 달아난다. 정겨운 봄풍경에 마음까지 따사롭다.

 

내려오는 길은 역시 비탈길이다. 눈이 녹아 길이 다소 질퍽거리긴 하지만 날씨는 확실히 봄이란 걸 느끼게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속으론 이젠 당분간 이 산도 자주 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한다. 날이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지면 보다 큰산을 가든지 아니면 멀리 나가야지 하루를 검단산에서 다 보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다.

 

점심 겸 저녁은 저 멀리 퇴촌 강변을 지나 인적이 드문 곳에 비닐하우스를 쳐 놓고 우렁이무침을 잘 한다는 집이 있다기에 그곳으로 가서 동동주 한잔에 점심을 곁들여 시간을 보낸다. 이젠 긴박했던 겨울등산의 서두름도 없어졌다. 하루 해도 길어지고 날씨까지 풀리니 마음마저도 느슨해진다. 남한강변의 얼음도 이젠 다 녹고 기슭에 약간의 잔얼음만 남아있다. 아마 다음 주부터는 봄등산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차를 몬다.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의 남한강 변>

 

지도보기 http://www.okmountain.com/photo/kumdansan/roadmap.jpg

 

2005. 3. 13  검단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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