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위봉 산행일기(2005. 5. 29)
<두위봉 철쭉기념비에서>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방제리와 남면 무릉리, 사북읍 사북리에 걸쳐있는 두위봉(斗圍峯)은 해발 1,466미터의 고봉이긴 하지만 탄광지역으로 널리 알려진 강원도 정선의 첩첩산중에 자리하여 탄광지역의 특성과 교통불편 등으로 그 동안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지도상에도 잘 표시되어 있지 않는 산이다.
<철쭉기념비 옆에서 본 두위봉의 능선>
최근 이 지역 주변에서는 석탄산업의 사양화에 따라 광구를 폐쇄하고 강원랜드카지노를 설립하는 등 지역발전의 위한 핵심 사업으로 관광자원의 개발과 홍보에 몰두하고 있으며, 두위봉도 몇 년 전부터 두위봉 철쭉제를 치르는 등 정상 부근의 수만평에 이르는 연분홍 철쭉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기 시작하면서 차츰 이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아지게 되었다고 한다.
<정상 주변의 철쭉>
산이 두리뭉실하게 생겼다고 하여 두리봉이라고도 부르는 두위봉은 다른 고봉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기암절벽이라든가 높이 솟은 산봉의 고고함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저 평범하고 두리뭉실한 별 특징이 없는 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백산, 함백산 등의 산군에 속한 고봉에 해당하여 산행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산이다.
<두위봉 주목>
아침 7시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제천, 영월, 정선을 거쳐 11시 10분경 산행기점인 자미원역에 닿았다. 자미원역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고지대의 역으로 해발 700미터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역 주변에는 인가는 거의 보이지 않고 황량하게 텅 빈 공간으로 이어지는 몇 가닥의 긴 철로와 함께 숨이 턱턱 막히도록 따가운 뙤약볕 아래에서 풍겨나는 녹슨 듯한 쇳가루의 냄새만이 진동할 뿐이었다. 사람냄새라곤 방금 도착한 우리 일행들의 발자국이 만들어 낸 뽀얀 먼지밖에 없다. ‘이름도 없는 오지’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간다.
<철쭉 옆에서>
산비탈을 개간한 강원도 오지의 특유한 밭길 사이를 지나 등산로에 접어든다. 자미원역에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한때는 계곡이었음직한 돌무더기가 어지럽게 늘려있는 골짜기, 수목이 무성한 산림 사이의 등산길, 그리고 갈대숲 등을 차례로 지나면서 점차 능선 중간지점에 다가서게 된다. 샘터와 물웅덩이 비슷한 천연호수를 지나 어느 듯 단곡계곡에서 아라리고개로 올라오는 길과 합쳐지는 산마루길로 들어선다.
<자미원역 등산기점에서>
아라리고개는 정확히 이 곳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정선아리랑의 유래가 깃든 지명이다. 정선아리랑의 '아라리’라는 명칭은 조선 초기에 고려의 선비들이 이곳 정선지방에 숨어 들어와 살면서 고려의 멸망에 대한 비통함과 고려에 대한 변함없는 충절을 나타내기 위한 심정을 노래로서 표현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일제강점기에는 나라를 잃은 민족의 서러움과 울분을 표현하는 노래로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 는 남녀간의 사랑이나 시집살이의 고달픔을, 또 때로는 삶의 애환을 표현하는 노래로서 사용되기도 했다.
<산마루길에서>
산마루길 표지판 바로 위에는 참나무 군락지가 있고, 그 위로부터 정상까지가 철쭉군락지다. 두위봉 철쭉은 사람 키보다 조금 낮은 크기로 철쭉기념비까지 수만 평에 걸쳐 넓게 펼쳐져 있으며, 그 색깔은 연분홍색을 띄고 있다. 철쭉군락지에 도착하니 '이젠 다 왔다'는 생각에 기운이 절로 난다. 사방에는 철쭉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모두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꽃이 가득 피어있다. 역시 꽃을 보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보다. 아직 완전히 활짝 피어오르진 않았지만, 원래 철쭉은 만개 직전의 봉우리 상태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참나무군락지에서>
<찰쭉군락지 등산로>
철쭉군락지 위의 철쭉기념비에는 진용선님의 시 한편이 새겨져 있다.
<철쭉. 작은사랑을 위해>
- 진용선 -
막 피어나는 사랑
꽃샘바람에 움추리다가
살랑이듯
작은 몸짓으로 부르면
가까이 와
수줍은 햇살이 되고
설렘이 된다.
두리둥실 두리봉에
연분홍 물결
짱짱한 몸짓이 된다.
<철쭉기념비>
정상 주변의 기념비에서는 어디서나 의례 그렇듯이 이 철쭉기념비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기념비 뒷면에는 1999년 5월 30일 함백청년회의소에서 개최하는 두위봉 철쭉제를 기념하고 이 봉우리 아래의 아득한 계곡으로 이어지는 철쭉과 이에 감동해 산의 품에 든 이들을 기리기 위해 이 기념비를 세운다고 기록되어 있다.
<철쭉축제기념비문>
두위봉은 다른 산과는 달리 절벽이나 단애가 거의 없는 두리뭉실한 산이지만 그래도 이 곳 철쭉기념비가 있는 봉우리와 두 곳의 정상 봉우리에서는 한쪽 끝에는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절벽이 있다. 철쭉기념비 한쪽 옆에 있는 바위 위에 서서 그 아래로 펼쳐지는 아득한 계곡과 주변 능선들의 부드러운 곡선을 바라보며 산이 나에게 보여주는 굽이굽이 너울대는 능선의 아름다움과 아득한 골짜기의 포근함에 도취되어 나도 몰래 절로 눈과 마음이 끌려간다. 아직 걸어야 할 길은 멀기만 한데 북쪽으로는 민둥산과 가리왕산이, 동쪽으로는 태백산이, 남쪽으로는 소백산이 가야할 길만큼이나 멀리 아련하게 펼쳐진다.
<철쭉기념비 단애에서>
두위봉은 다른 산들과는 달리 주능선 위로 1Km의 거리를 두고 산 정상이 두개나 있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가 원래 정상이었는데, 철쭉기념비를 세워놓은 바위로 된 봉우리가 경관이 더 좋아 99년도에 이곳에 정상 표지석을 세워놓은 후 마치 이곳이 정상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해발 1,466m 임을 알리는 팻말이 원래의 두위봉 정상에 세워져 있으며, 그 아래쪽 능선에서 바라보는 정상부의 절벽과 어우러진 철쭉 풍광 또한 압권이다. 여기서 조금 더 이동하면 주목 고사목도 볼 수 있다.
<두위봉 신동읍 정상>
<정상의 단애를 배경으로>
<두위봉 원래의 정상>
<고사목>
<두위봉의 능선들>
<두위봉 정상의 능선>
이렇게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면 어느 듯 능선삼거리(큰도사곡고개)에 닿는
다. 여기서부터는 사북리의 도사곡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바로 아래에는 우
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로 알려진 수령이 1.400년이나 된 주목이 7~8그루나 있다.
밑동둘레 4미터, 높이 17미터라고 하는 이 주목들을 위해 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호
하고 있다고 한다. 나이가 너무 많은 나무라 언제 죽을지 모르니 잘 보호해야 한다고 되
어 있지만 내 눈에는 아직 청년기의 나무들처럼 튼튼하고 단단해 보이는 기둥과 곧게 뻗
은 가지들이 늠름한 모습으로 위엄까지 풍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능선삼거리에서>
<두위봉 주목>
두위봉은 산나물로 가득 찬 산이다. 사방에 산나물이 지천으로 깔려있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다. 특히 주목군락지 부근에는 산나물이 더 많은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아주머니들이 산나물을 채취한다고 정신이 없다. 나도 몇 잎 따보다가 차라리 좀 더 여유를 갖고 주변 경치나 잘 살펴두고 좋은 사진이나 몇 장 더 찍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따둔 참나물까지 버리고 열심히 카메라를 누른다.
<주목 앞에서>
이젠 두위봉 산행도 어느 정도 끝나는가 보다. 도사곡 상류의 맑은 물이 바위 계곡 사이로 졸졸거리며 흘러내린다. 많은 사람들이 땀과 피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내기 위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세수도 한다. 나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오늘 하루종일 나를 위해 고생한 두발과 두다리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특별히 좀더 신경을 써서 깨끗이 씻어준다. 얼음같이 차가운 물은 5분을 견디기가 어렵다.
<도사곡 광장에서>
도사곡자연휴양림이 끝나는 곳에는 과거 탄광지역이었음을 기념하는 탄전기념비가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광부들을 위해 세운 아파트가 두어 채 서있다. 5시간여의 산행을 끝내고 산악회 측에서 제공하는 시레기된장국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 후 오후 5시에 버스는 서울로 향한다. 마음속으로 오늘 산행을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도록 지난 일주일간도 몸과 마음이 잘 관리된 데 대한 감사함을 스스로에게 표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등산지도(http://koreasan.com/data/m/dw2.jpg)
2005. 5. 29 강원도 정선군의 두위봉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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