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지방산행

소백산 산행일기(2005.5.21)

OHO 2005. 5. 25. 15:49

소백산 산행일기(2005. 5. 21)

 



<소백산 정상 비로봉에서>

 


소백산은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의 경계를 이루며 백두산, 태백산과 함께 우리 민족의 성산(聖山)으로 추앙받고 있다. 겨울철이면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고 하여 소백산으로 불린다는 소백산은 초원과 철쭉, 주목군락이 어우러진 철쭉 명산이다. 특히 희방사에서 오르는 연화봉은 철쭉능선이 수천평에 달하여 지리산 바래봉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쭉 명산으로 5월말부터 6월 초순까지 이어지며 이 기간중에는 철쭉제가 열린다.

 


<소백산 비로봉 표지석 뒷면에 있는 서거정 시를 배경으로>

 


또한 소백산은 북동으로부터 남서로 신선봉(1,389m), 상월봉(1,394m), 비로봉(1,439m),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도솔봉(1,314m) 등 1,300미터가 넘는 영봉(靈峰)들이 줄지어 20㎞가 넘게 이어지는 장대한 산봉들의 군락이다. 봄이면 진달래, 철쭉이 온산을 뒤덮고, 나리, 원추리, 동자꽃, 솜다리 등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 천자만홍(千紫萬紅)을 이루며, 여름이면 무성한 녹음과 계곡마다 쏟아내는 맑은 물, 가을이면 온 산을 물들이는 만산홍엽(滿山紅葉), 겨울이면 하얀 설경을 펼치면서 아름다운 눈꽃을 피워내는, 그야말로 사시사철 계절마다의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연화봉 표지석>

 


아침 7시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10시 30분경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의 소백산 등산기점에 도착했다. 당초 계획은 희방사 입구에서 시작하여 비로봉에 오른 다음 천동리로 내려가기로 하였으나 5월말부터 6월 초순까지는 소백산 철쭉제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을 태운 수많은 버스 때문에 수킬로미터의 아스팔트를 걸어야만 겨우 등산기점에 다다를 수 있어 부득이 산행계획을 수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소백산 정상의 목책계단>

 


삼가리 산행기점은 보통 하산 코스로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등산객들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 매표소를 통과하여 계곡을 왼쪽으로 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왠 자동차들이 산길을 그렇게도 많이 올라오는지? 그 중에는 등산객까지 끼어있다. '차를 타고 산을 오를 바엔 뭣 하러 산을 찾는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삼가리 등산로 입구>

 


한 30분 가량 부지런히 올라가니 비로사 앞인지 등산길이 갈라지면서 이젠 길도 좁아지기 시작한다. 잣나무 숲이 우거진 길을 통과하여 한동안 힘든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너도나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간다. 이제부터는 개개인의 체력에 따라 서서히 거리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곳이다.

 


<비로사 주변의 갈림길에서>

 


<잣나무 숲에서>

 


삼가리 쪽 능선은 특별히 눈에 띄게 볼거리는 없고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산길의 연속이다. 간간이 나무 숲 사이로 키 큰 철쭉들이 꽃을 피우고 있긴 하지만 군락이란 표현은 힘들고 그저 두어 그루 피어 있을 뿐이다. 그렇게 대략 2시간 정도 올라가니 마침내 소백산 정상이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해발 1000미터 구간의 갈림길에서>

 


<소백산 정상부의 목책계단에서>

 


정상에 올라서니 비로봉(毘盧峯)이라 새겨진 커다란 표지석이 하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경쟁적으로 표지석 앞에 서는 바람에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을 찍기가 힘들 정도다. 어렵사리 옆 사람에게 부탁하여 한 장을 찍긴 했지만 내가 생각한 구도와는 영 딴 판이다. 소백산 표지석의 뒷면에는 조선시대 초기의 대문장가인 서거정(徐居正)이 지은 '소백산’이란 한시(漢詩) 한편과 한글 번역문이 새겨져 있다.


 



<비로봉 표지석에서>

 



小白山連太白山(소백산연태백산) - 태백산에 이어진 소백산
위이百里揷雲間(위이백리삽운간) -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사이 솟았네
分明劃盡東南界(분명획진동남계) - 뚜렷이 동남의 경계를 그어
地設天成鬼破간(지설천성귀파간) - 하늘 땅이 만든 형국 억척일세


  * 한글로 표시한 부분은 인터넷상에서는 한자 표시가 잘 되지않으니 詩碑 참고 바람

 


<바로봉 표지석 뒷면에 새겨진 서거정의 시>

 


소백산의 정상인 비로봉(毘盧峯)은 초원지대로 형성되어 있고 능선이 북동에서 남서 방향으로 길게 뻗어 산 정상부를 가려줄 아무런 장애가 없기 때문인지 항상 북쪽으로부터 심한 바람이 불어온다고 한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어서 산정에 서니 세찬 바람에 옷깃이 흩날린다. 비로봉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반대 방향의 목책계단을 따라 내려가서 주목 군락지 앞의 감시초소 앞에서 잠시 바람을 피한 후 삼거리에서 다시 능선을 따라 연화봉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대로 주목 군락지로 내려가면 천동리로 내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소백산 주목>

 


<연화봉 가는 길>

 


연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철쭉이 군락을 이루는 곳이다. 나지막한 철쭉이 여기저기 무리지어 있는 곳도 있지만 소백산 철쭉은 대부분 키가 크고 색깔이 연분홍색이다. 큰 철쭉나무들이 등산로 양옆을 에워싸듯 무리 지어있다. 아직 철이 이른 탓인지 제대로 핀 철쭉을 구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할까? 간간이 두어 그루 피어있는 것만 봐도 반가울 정도다. 하긴 이 능선으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생각하면 그나마 꽃이 피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다.

 


<소백산 정상 주변의 철쭉>

 


<연화봉 가는 길에서 본 비로봉>

 


<연화봉 가는 길에서>

 


<연화봉 가는 능선 위의 철쭉 군락지>

 


철쭉나무 사이를 굽이굽이 돌아 다리가 뻐근해질 만할 때가 되니 제1연화봉이란 표지판이 보인다. 제1연화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목책계단을 내려와 연화봉을 향한다. 연화봉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아마도 희방사에서 여기까지만 오는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다. 어느 교회에서 왔는지 기독교인인 듯한 사람들이 무리 지어 내려가면서 연화봉 구경을 잘 하였다는 말들을 나누고 있다. 하긴 희방사 아래에서 보면 연화봉이 최고봉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화봉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천문대가 있다.

 


<제1연화봉에서>

 


<제1연화봉에서 갈 길을 바라본다>

 


<철쭉 옆에서>

 


<연화봉 표지석에서>

 


<연화봉에서>

 


<연화봉에서>

 


<연화봉에서>

 


<천문대>

 


연화봉에서 희방사로 내려가니 길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급경사다. 만약 이 길로 올라왔더라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희방사는 대략 1,300년전인 신라 선덕여왕 때 세워졌다고 하는데 그 명성에 비하면 별 보잘 것 없는 작은 절인 것 같다. 희방사 앞 계곡물에서 세수도 하고 발도 씻는다. 물이 맑고 깨끗한 때문인지 아니면 날씨가 더운 탓인지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발을 물에 담그고 세수도 하며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희방사 경내에서>

 


<희방사 기념비>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경과하여 서둘러 하산을 재촉한다. 희방사 조금 아래에는 희방폭포가 있는데 영남 제일의 폭포라고 한다. 해발 700미터의 고지대에 높이 28미터에 달하는 이 폭포를 서거정은 천혜몽유처(天惠夢遊處)라 하여 '하늘이 내려주신 꿈속에서 노니는 곳'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희방폭포>

 


<희방폭포를 배경으로>

 


서둘러 관리사무소로 내려오니 산행 리더가 기다리고 있다가 계곡길로 내려가라고 한다. 당초 버스 출발시간이 16시 30분으로 정해져 있어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혹 하는 마음에 서둘러 버스에 오르니 약속된 시간보다 겨우 5분 빠른 16시 25분이다. 하지만 아무도 도착한 사람이 없다. 분위기를 보니 1시간 정도는 늦어질 것 같다는 리더의 말에 잠시 땀도 식히고 허기진 배도 채울 겸 주차장 옆에 있는 음식점에서 손두부에 동동주를 시켜놓고 다른 사람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1시간이 지나서야 모두 내려와 산행시간이 너무 짧다고 불평한다. 하긴 나도 바쁘게 걸었지만 6시간이나 걸렸다. 17시 30분에 소백산을 출발한 버스는 20시 30분경 동대문에 도착했다.


 


<주차장의 장승들>

 

 

 

등산지도(http://www.koreasanha.net/san/map/sobaeg_02.jpg)

 


2005. 5. 21 소백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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