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지방산행

설악산 산행일기(2005.6.5)

OHO 2005. 6. 6. 18:52

설악산 산행일기(2005. 6. 5)

 

 

6월 4일 토요일 저녁 10시 설악산행 버스 속에 몸을 싣고 잠시라도 눈을 붙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쉽게 잠은 오지 않는다. 스무 몇살 때 친구들과 설악산 등산가기로 하고 잠자리도 해결할 겸 일부러 야간열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 때는 열차 속에서 밤을 보내는 것도 즐거움이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피로를 더 적게 느끼면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어딜 어떻게 왔는지 모르지만 내설악휴게소라며 한계령까지는 20분만 가면 되니 아침식사와 산행시 필요한 준비물을 모두 여기서 챙겨야 한다고 말한다. 휴게소내에는 우동을 사먹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거의 20분이나 걸려 겨우 우동 한그릇 사서 얼른 먹어치웠다.
 

산행은 두팀으로 편성한다고 한다. 한팀은 원래 계획대로 오색에서 대청봉을 거쳐, 중청봉, 소청봉, 봉정암, 구곡담계곡으로 하산하여 백담사로 내려오는 팀이고, 또 다른 한팀은  한계령에서 내려 대청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중청봉으로 오른 후 봉정암으로 이동하여 용아장성능을 탄다고 한다. 용아장성능과 공룡능선은 위험하여 산행이 금지된 곳이지만 설악산 산행은 서울에서 밤에 출발하여 새벽에 산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감시원들의 눈을 피해 몰래 이 능선을 타는 산꾼들이 많다고 한다. 나는 아무래도 정상적인 산행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원래의 계획대로 대청봉을 오르기로 했다.
 


<오색매표소 안에서>

 

 

 

새벽 2시 40분, 오색매표소 입구에는 각 산악회에서 온 등산객들이 길게 장사진을 치고 있다. 당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다. 매표소를 통과하니 바로 급경사가 시작되고 등산길은 많은 사람들로 완전히 정체되어 버렸다. 무엇에 끌려 이 시간대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산을 오른단 말인가? 그리고 나는 또 무엇 때문에........

 

 

사방은 온통 칠흑같은 어둠이다. 길을 꽉 메운 사람들의 목소리와 캄캄한 어둠 속에 반짝이는 수많은 손전등이 오늘 등산의 또 다른 매력인가?  이렇게 떠밀리다시피 하면서 대략 30분을 오르니 미끄럽던 흙길은 어느 듯 끝나고 큼직한 소나무들이 가득 들어찬 송림지대가 나오면서 길은 바위길로 바뀐다. 하늘만이 유일하게 밝은 색깔을 띠고 있을 뿐 소나무들은 까만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

 


<설악폭포 주변에서>

 

 

 

대략 2시간 정도가 흘렀나 보다. 송림지대가 끝나면서 저 아래 계곡에서 물소리가 나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가니 설악폭포란 팻말이 보인다. 아직 사람들은 많이 몰려있지만 일단 정체 현상은 면했나 보다. 잠시 앉아 물 한모금을 마시며 숨을 돌린다. 벌써 저 산너머의 하늘에는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인지 하얗게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오늘 대청봉에서 잘 하면 해돋이를 구경해볼까 했는데 벌써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니 해돋이 구경은 다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제2쉼터에서>

 

 

 

밤 동안 수면이 부족한 탓일까? 아니면 입구에서부터 사람들 사이에 끼어 걷다보니 너무 힘을 빼서 그런 것일까? 처음부터 피로가 누적되기 시작한다. 이러다가 오늘 산행이 무척 힘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은근한 걱정이 떠오른다. 오늘 예상 산행시간은 10시간이라 한다.
 


<중청봉>

 

 


<대청봉 아래서>

 

 


<대청봉에서 바라 본 운해>

 

 

 

설악폭포 윗쪽도 목책계단을 설치하여 미끄러지는 것만 면했을 뿐 급경사를 이루기는 마찬가지다. 이른 새벽부터 피로에 지친 몸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에 족한 경사로다. 이제 어느 듯 8부 능선은 올라온 것인지 저 멀리서 중청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단 봉우리가 보이니 다시 힘이 솟구치면서 빨리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일어난다. 이젠 어둠도 완전히 가시고 밝게 빛나는 햇살이 따갑다. 아침해는 햇빛이 비치는 방향과 그 반대 방향이 확연히 구별되도록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린다.
 


<대청봉에서>

 

 


<대청봉에서>

 

 


<대청봉에서>

 

 

 

아침 7시쯤 되었는가 보다. 이 시간에도 대청봉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다. 모두 다 지난밤을 버스 속에서 보내고 캄캄한 새벽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얼굴에는 피로의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산정에 오른 상쾌함과 생동감에 가득 차있다. 멀리 보이는 게 오대산인가 보다. 아직도 산봉우리에 서린 안개가 채 가시지 않아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운해가 하얗게 호수처럼 떠서 희미하게 보인다. 북쪽으로 화채봉과 칠성봉이, 그 왼쪽에는 울산바위가, 서쪽으론 천불동계곡의 상류에서부터 불그스레한 암봉들이 곳곳에 그 잇빨을 드러낸 공룡능선이 있고, 그 끝엔 나한봉과 마등령이, 그 뒤로 멀리 황철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겹겹이 산이요, 첩첩이 계곡이라. 그 사이에 아련히 떠오르는 희미한 산안개가 더욱 신비롭다.
 


<화채봉>

 

 


<울산바위 - 가운데>

 

 


<공룡능선, 마등령, 황철봉>

 

 


<중청봉대피소를 배경으로>

 

 

 

대청봉을 지나 중청봉으로 향한다. 중청봉에는 산봉의 형세가 다소 낮은데다 기상관측소 같은 기지가 하나 있어 산봉우리의 매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대청봉에서 많은 사람들 때문에 일일이 다 볼 수 없었던 주변 경관을 안내표지판과 비교해 가면서 다시 한번 산봉우리들의 이름과 형태를 잘 살펴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또 대청봉에서는 볼 수 없었던 용아장성능의 형세도 중청봉에서는 볼 수 있다. 중청봉대피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용아장성능을 배경으로>

 

 


<대청봉>

 

 


<중청봉>

 

 


<소청봉에서>

 

 


<용아장성능>

 

 


<울산바위>

 

 


<봉정암 옆에서>

 

 


<봉정암 위의 암봉들>

 

 

 

소청봉을 지나 봉정암으로 가는 도중에는 조그마한 산장이 하나있다. 이 산장에서 보면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능이 보다 뚜렷하게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공룡능선이 길고 더 위험하겠지만 용아장성능도 만만치 않은 암봉들이 곳곳에 용의 잇발을 드러내고 있다. 이 용아장성능은 봉정암이 등산기점이라고 한다.
 


<사자바위에서>

 

 

용아장성능 아래로 난 길을 따라가면 바로 구곡담계곡길이다. 이 길도 경사가 급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통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 조금씩 물소리도 들린다. 설악산은 산이 크고 깊어서 그런지 물이 많고, 또한 흐르는 물줄기가 만들어낸 물길은 바위 사이사이를 침식하여 V자형 암반수로를 이룬 곳이 많다. 뿐만아니라 그 물길이 끝나는 지점마다 담(潭)과 소(沼)를 이루어 맑은 물과 청량한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신선한 멋을 자아내기도 한다.
 


<구곡담계곡에서 본 봉우리들>

 

 


<쌍폭>

 

 


<수렴동 산장>

 

 

 

구곡담 쌍폭을 거쳐 수렴동산장을 지나 길고 긴 산행이 끝나갈 무렵에는 다리가 꽤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을 보니 촉박하다. 오후 2시에 버스가 서울로 출발하기로 되어있다. 백담사에 거의 다 와 간다는 생각이 들 때쯤에 약간의 여유를 갖고 개울물에 발을 담가본다. 하류지점이라 그런지 물이 그리 차갑지는 않다. 세수를 하고 땀을 씻어내니 없던 힘이 다시 생겨나는 기분이다. 무려 10시간의 산행을 끝내고 백담사 입구에 도착한다.
 


<백담사>

 

 


<백담사 앞에서>

 

 

백담사 입구에는 아랫마을 용대리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생각보다 줄이 길어 버스에 오르는데는 1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용대리로 내려오니 아직 우리 팀은 절반도 도착하지 않았다. 특히 용아장성능을 탄 사람들이 하나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백담사 입구의 버스 대기 시간 때문에 늦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오후 2시 출발 예정이던 버스가 5시경에야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등산지도(http://www.koreasanha.net/img/seolagsan.jpg)

 

 

2005. 6. 4  설악산 무박2일(2005.6.4 - 6.5)의 산행을 다녀와서
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