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산(낙영산 포함) 산행일기(2005. 6. 12)
아침 7시 동대문주차장을 빠져나온 버스는 양재역 등을 거치면서 오늘 산행지인 도명산(道明山)을 함께 할 회원들을 속속 태우니 여기저기 텅텅 비어있던 좌석들이 가득 채워진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 여주, 음성, 괴산 등을 차례로 지나면서 10시 40분경 오늘 도명산의 산행 기점인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의 공림사 앞 공터의 간이주차장에서 버스는 멈춘다. 바로 눈앞에는 낙영산(落影山)의 큼직한 암벽과 나무숲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오늘 산행의 목적지는 도명산이지만 도명산만으로는 산행거리가 짧다고 여긴 임원진의 판단에 따라 도명산과 같이 속리산의 산군(山群)에 속하면서 그 산줄기를 이어가는 또 다른 봉우리인 낙영산까지 같이 종주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주차장 조금 위에 있는 공림사의 대웅전 안에는 마침 예불시간인지 많은 승려들과 신도들이 모여든다. 일부는 자리에 앉아 예불 준비를 하고 또 일부는 대웅전 앞에 서 있다. 공림사는 신라 경문왕 때 자정선사가 창건하였다고 하는데 조선중기 때는 법주사보다도 더 흥한 곳이지만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소실되고, 지금의 전각들은 근래에 새로 지은 것들이라고 한다.
<공림사 앞 주차장에서 본 낙영산의 모습>
<공림사 범종루 앞에서>
<공림사 대웅전과 법당 앞의 석탑>
공림사 절의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니 금방 매표소가 나오면서 수풀 우거진 등산길이 시작된다. 약간 경사가 급한 길을 대략 30분쯤 오르니 절고개가 나온다. 고개를 넘어가면 도명산 방향이고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면 낙영산이다.
<절고개에서>
절고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호흡을 가라앉힌 후 낙영산 방향의 비탈길을 올라간다. 대략 20~30분쯤 올랐을까? 정상이 보이는 듯 하여 얼른 올라가 보니 낙영산 684미터라는 팻말은 보이는데 앞서 간 일행들은 보이지 않고 우리 가이드 한사람만이 홀로 앉아 기다리면서 '여기가 정상은 아니니 좀 더 가야 한다'고 말한다.
<절고개 위의 능선을 오르며>
<낙영산 684봉에서>
문바위일까? 시원스럽게 날개를 펼친 듯한 큼직한 바위가 길 한쪽 편에 자리하여 시선을 끌고 있다. 육산이라고 느껴지던 낙영산이 바위 몇 개로 인하여 갑자기 새로운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두어번의 오르내림을 더 하니 헬기장에 도착한다. ‘여기가 낙영산 정상인가?’ 하는 또 한번의 혼동을 거치면서 헬기장에서 저 멀리 앞에 보이는 산이 낙영산 정상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문바위 위에서>
<헬기장에서 낙영산 정상을 배경으로>
앞서간 선발대가 달아둔 안내표시를 따라 헬기장 아래의 산기슭으로 내려가면서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아스러움이 자꾸만 고개를 든다. 너무 앞서가다가 길을 잘못 들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다른 동료들이 내려온다. 잘못된 것은 없다는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기슭을 계속 내려간다.
산기슭이 끝나는 지점에는 커다란 바위 하나가 우릴 기다리고 있고 그 앞에는 역시 안내표시가 꽂혀있다.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범바위 안부인가 보다. 이젠 앞에 놓인 마지막 봉우리만 올라가면 된다. 그 동안 보이지 않던 회원들이 언제 어떻게 왔는지 일시에 거의 모든 회원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제각각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오리무중을 헤매고 있을 때에는 동료들을 확인하며 올라가는 것이 마음도 든든하다.
낙영산(落影山)은 해발 746미터의 충북 괴산군 사담리에 위치한 산으로 신라의 진평왕 때 당(唐)의 고조가 세수를 하기 위해 세숫물을 받아 보니 아름다운 산의 모습이 대야에 비쳐 신하를 불러 그 그림을 그리게 한 후 산을 찾게 하였으나 찾지 못하여 고민하던 중 어느 날 한 동자승이 나타나 그 산은 신라에 있다고 가르쳐 주게 되고, 신라에서는 한 도승이 나타나 그 위치를 알려주어 산을 찾아내니 바로 낙영산이다. 이런 연유로 이 산은 '그림자가 비친다'는 또는 '그림자가 떨어진다'는 의미의 낙영(落影)이란 이름을 붙여 낙영산이 되었다고 한다.
<낙영산 정상에서>
낙영산은 도명산과는 달리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 우리 회원들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북으로는 도명산의 암봉들이 아담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동쪽으로는 헬기장과 함께 그 뒤로 조봉산이 우뚝 솟아 고고함을 자랑한다. 또 남으로는 멀리 속리산의 주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낙영산 정상에서 본 헬기장과 조봉산>
<낙영산 정상에서 본 속리산>
<낙영산 정상에서 속리산을 배경으로>
하산길은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다시 헬기장까지 내려온다. 낙영산 정상을 밟고 난 후 다시 다른 산의 정상을 올라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 때문일까? 범바위 안부에서 다시 헬기장까지 오르는 경사길이 무척이나 힘들고 피곤하게 느껴진다.
헬기장에서 도명산을 바라보며 오른쪽 능선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도명산의 정상이 빤히 보이지만 벌써 장단지가 뻣뻣해진다. 산행은 쉼 없는 인생길과 같은 것일까? 일단 산중에 들었으니 이젠 힘들어도 걷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도명산 가는 길은 거의 평길 수준에 가깝다.
<도명산 정상의 모습>
<전망대에서 도명산을 배경으로>
도명산 안부에 이르니 거대한 암벽이 비스듬히 서서 산정을 가로막고 있다. 다행히 맑은 날이라 햇볕에 잘 달아오른 바위는 표면이 꺼칠꺼칠하여 미끄러질 염려가 거의 없다. '빠득! 빠득!' 소리를 내며 바위에 올라붙는 신발의 감촉을 발바닥을 통해 느끼며 천천히 바위 위를 밟고 올라간다. 나는 원래 바위 등반은 위험해서 일부러 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엔 어쩔 수가 없다. 암반 위를 오르며 바라보는 바위 양옆으로 펼쳐지는 탁-! 트인 공간의 시원함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느낄 수 없는 상쾌함이라고 할까?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성취감과 통쾌함이 심리적 상승효과를 일으키며 더욱 진한 황홀감에 빠져든다.
<도명산 암벽>
<도명산 암벽을 오르며>
<도명산 암벽 위에서>
도명산 정상은 몇 개의 커다란 바위로 되어 있다. 그 위로 올라가 기념사진을 한 장 찍은 다음 주변 경치를 살펴본다. 도명산은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에 속한 해발 643미터 산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정상 주변의 기암괴석과 함께 잘 어우러진 소나무들이 일품이라고 할까? 다른 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색다른 아기자기함이 느껴진다. 잠시 앉아 빵 부스러기를 먹으며 정상 정복에 따른 긴장감도 풀 겸 휴식을 취한다.
<도명산 정상의 표지석 옆에서>
<도명산 정산의 암봉 위에서>
<도명산 정상에서>
하산길은 철제 난간이 설치된 학소대 방향으로 내려간다. 학소대까지는 대략 한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니 약수터가 보이고, 그 위로는 생각지도 않던 큰 바위가 양옆으로 우뚝 서 있다. 기이하게 여겨 사진 두어장 찍고 돌아서는데 마애삼존불이란 안내판이 붙어 있다. 그제야 깨닫고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바위 벽면에 부처님의 그림이 하얗게 선을 남기며 그려져 있다. 역시 면장도 알아야 할 수 있다더니 이런 명소도 미리 알고 가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리라.
<마애삼존불>
이젠 다 왔다는 생각에 한가한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며 내려온다. 철다리를 건너 얼마 지나지 않으니 '촬촬!' 물소리가 들려온다. '다 왔나 보다 !’ 저 앞 계곡에는 많은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 세수도 하고 발도 씻고 있다. 나도 들어가고 싶지만 좀 더 내려가서 씻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냥 더 내려간다. 미리 씻어도 내려가는 도중에 또 땀 범벅이 되고 만다.
한참을 내려오니 학소대교다. 학소대교 위에서 바라보이는 학소대(鶴巢臺)는 정말 아담한 멋을 풍기고 있다.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좀더 물이 맑고 많았으면 하는 것이다. 학소대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가니 다시 물살이 급해진다. 물길 한쪽 옆 수풀이 우거진 곳에서 조용히 홀로 땀도 씻고 피로에 지친 발도 깨끗이 씻어 준다. 오늘도 발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며 정성스레 발을 정리한다. 평소에는 더럽다고 푸대접하는 발이지만 그래도 역시 발이 없다면 어떻게 이런 구경을 다 하며, 또 이런 운동을 할 수 있으랴! 발의 고마움이 역시 으뜸이다.
<학소대>
학소대교부터 주차장까지는 포장이 잘 된 평길이다. 여기서부터는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계곡을 따라 걸어가면 조선 인조~숙종 때 좌의정을 지낸 우암 송시열 선생님이 만년을 보내면서 중국 복건성과 강서성에 있는 무이산계곡의 무이구곡을 본 따 명명하였다는 와룡암(臥龍岩), 첨성대(瞻星臺), 금사담(金砂潭)과 암서재(岩棲齊), 운영담(雲影潭) 등의 화양구곡이 차례로 펼쳐진다.
<와룡암>
<첨성대>
<화양3교에서>
<금사담과 안서재>
<화양서원묘정비>
<화양서원 묘정비문>
<우암 송시열 선생님의 유적 복원사업 현장>
<운영담>
어느 듯 화양2교를 지나 매표소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일부 회원들이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있다. 꽤나 많이 걸었던 탓인지 나도 마침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회장이 퍼주는 따끈한 조개된장국에 밥 한주걱 떠 넣어 먹으니 뱃속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잠시 후 다른 회원들도 하나둘 얼굴을 보이면서 주차장 주변에는 피로에 지친 몸을 한끼의 식사로 달래는 모습들로 가득하다.
낙영산과 도명산! 속리산의 여러 산군(山群)에 속한 두 산은 지도상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산이지만 나름대로의 아기자기한 매력과 듬직한 남성적 풍광을 함께 지닌 그런 산들이다. 두 개의 산을 동시에 넘기는 다소 힘들고, 그렇다고 서울에서 일부러 와서 도명산 하나만 오르기엔 하루가 다소 아까운 그런 산행이라 그저 마음 편하게 '도명산 하나 오를 회비만 내고 낙영산까지 두 개를 넘었으니 낙영산은 덤이로구나' 생각하며, 오늘도 나른한 피로와 함께 찾아오는 또 다른 만족감을 느끼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등산지도>
2005. 6. 12 낙영산과 도명산을 다녀와서.......
오호
'등산 > 지방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봉 산행일기(2005.6.26) (0) | 2005.06.27 |
---|---|
용화산 산행일기(2005.6.19) (0) | 2005.06.21 |
설악산 산행일기(2005.6.5) (0) | 2005.06.06 |
두위봉 산행일기(2005.5.29) (0) | 2005.05.31 |
소백산 산행일기(2005.5.21) (0) | 2005.05.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