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야산 산행일기(2005.7.2)
주초부터 내리던 비는 이번 주내내 이어진다. 이른바 장마철에 접어든 것이리라. 이번 주 산행은 건너뛰어야 하나 하는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마침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그쳐있고 일기예보도 남부지방은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어있으나 중부지방은 저녁 늦게 비가 올 거라고 한다.
토요휴무제가 시행되는 첫 토요일이라 내일 하루 더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벼운 마음으로 집사람과 산행채비를 한다. 행선지는 경기도 청평의 화야산으로 정했다. 화야산은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해발 755m의 산으로 청평으로 갈 때 강 건너편에 길게 이어지는 산 중 가장 높은 산이 이 산이다. 청평댐 건너편에 위치한 뾰루봉(709m)과 서쪽능선 위의 고동산(600m)은 모두 이 화야산에 딸린 봉우리들이다.
상봉터미널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청평에 내리니 청평 주변을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당초 계획은 삼회리행 버스를 타고 사기막에서 내려 정상으로 오른 다음 큰골로 하산할 생각이었으나 삼회리행 버스는 1시간 30분 후인 12시에나 출발한다는 말에 마침 출발하려는 설악행 버스를 타고 안골에서 하차한다. 그 바람에 산행계획도 「안골 - 크리스탈생수공장 - 주능선 - 정상 - 사기막」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가끔 집들이 한두 채 보일 뿐 인적이 드문 안골을 집사람과 둘이 호젓한 기분으로 걸어간다. 옆 개울에는 며칠동안 내린 비로 물소리가 '찰찰' 제법 요란하다. 조금 더 올라가는데 어쩐지 낯익은 흙집 하나가 길옆에 서 있다. 토속적 향기가 물씬 나는 너와지붕에 황토흙으로 사방을 둥글게 쌓아올린 벽, 전에 어디선가 본 듯한데 생각하며 지나가는데 공사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고교 동기인 최효영이 아닌가! '아-! 그렇지-!' 전에 우리 고교동기 홈페이지에 황토집 짓는 광경을 사진으로 담아 선보였던 바로 그 집이로구나! 다른 친구들은 한두 번 놀러와 보기도 했는데 나만 와보지 않아 몰랐던 것이다. 흙집연구소를 세워 도회지의 찌든 생활을 청산하고 조용히 이곳을 비롯한 몇몇 곳에서 이런 황토집을 지으며 전원생활에 흠뻑 젖어든 지 이미 몇 년째가 되는 그는 마침 교육생 2명을 데리고 열심히 황토집을 짖고 있었다.
완공된 황토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리 넓진 않지만 시원한 공기가 온 방안에 가득하다. 땀에 젖은 얼굴로 손님 대접할 요량으로 우리에게 내 주는 차 한잔도 무슨 토속 전통차인 듯 색깔과 맛도 좀 특이하다. 친구들 이야기랑 다른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아무래도 오늘 목적은 등산이기에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니 화야산 등산에 관해 몇 가지 조언을 해 준다.
생수공장을 통과하니 그 뒤쪽으로는 잘 닦여진 임도가 나타난다. 길가엔 산딸기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몇 입 따서 입에 넣고 주변을 둘러보니 뜻밖에도 길가엔 곰취를 비롯한 산나물들이 많이 나있다. 처음엔 무심코 한두 잎 따서 버리다가 너무 많아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에 비닐봉지를 꺼내서 따 담는다. 이젠 주변 구경은 아예 뒤로 돌리고 산나물 채취에만 열을 올린다. 그렇게 산나물을 뜯다보니 어느 듯 큼직한 비닐봉지 하나가 가득 찬다. 베낭 하나에 완전히 꽉 찰 정도로 뜯은 셈이다.
어쩐지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든 건 한참 후의 일이다. 생수공장을 지나 임도로 들어선지 1시간 반이 다 되어서야 제대로 된 등산길을 접하게 되는데 이정표는 뾰루봉(0.6㎞)과 양지말 방향만이 표시되어 있다. 시간은 벌써 1시가 다 되어 가건만.......... 늦어지면 뾰루봉만 오르기로 하고 능선 위로 올라간다. 길을 잘못 들어서게 되니 방향 감각마저도 생기질 않는다. 어느 듯 능선 위에 올라서니 바로 뾰루봉 정상 부근인 듯 하나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생수공장에서 옆 계곡 방향으로 걸어 뾰루봉 정상 200~ 300미터 지점으로 가게된 것 같다.
점심시간이 지나 배도 고프고 하여 점심을 먹고 자리를 정리하니 2시가 다 되었다. 길 옆 이정표에는 「화야산 4.3킬로미터, 뾰루봉 400미터」로 표시되어 있다. 좀 어렵더라도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집사람을 설득하여 화야산으로 향한다. 일단 능선 위에 올라서니 별 어려움이 없는 산길이다. 울창한 나무숲과 낙엽으로 푹신푹신한 능선길은 걷기에도 별 어려움이 없고 기분도 괜찮은 편이라 여유있게 낭만을 즐기며 걸어간다. 간간이 가랑비가 '또또똑!' 하며 나뭇잎 두드리는 소리를 내고 지나가지만 나뭇잎에 가려 우리에게까지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짙은 구름이 산 전체를 넓게 덮은 탓인지 숲 속에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한시간여를 걸었을까? 이정표를 보니 생수공장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 표시가 보인다. 이 길로 왔더라면 거의 2시간 정도를 단축하였을 것을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던 화야산 종주를 하게 되었다. 화야산은 일단 능선 위에 오르기만 하면 대체로 길이 좋은 편이다. 약간의 오르내림과 돌바위 능선을 제외하고는 푹신푹신한 낙엽으로 뒤덮혀 있어 기분 좋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다. 길가에 피어난 나리꽃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 우리 부부만이 걸어가는 듯 산중에서 통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화야산 안부에 닿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집사람은 발목이 좋지 않은 듯 아까부터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젠 내려가기보다는 올라가서 정상적으로 하산하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화야산 정상 주변은 울창한 나무와 짙은 안개구름으로 주변을 분간하기가 힘들다. 잠시 정상인줄 착각하고 앉아 있던 자리가 어쩐지 정상치고는 아무런 표시가 없어서 서운하던 차에 내려오면서 보니 옆쪽으로 다시 올라가는 길이 있어 따라 가보니 비로소 정상이 나온다.
화야산(禾也山) 정상에는 우리 보다 먼저 도착한 두사람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기막골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정상에서는 북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고 했는데 사방은 온통 하얀 구름만이 가득하여 조망은 고사하고 주변을 분간하기조차도 어렵다. 두어 장의 사진만을 찍고 너무 늦지 않게 하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하산을 재촉한다. 시간도 5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까지 내리는 데다 집사람은 발도 불편하다.
사기막골로 내려오는 길은 처음부터 급경사가 시작된다. 산정을 바로 깎아 내리기라도 할 듯한 경사다. 집사람이 불편한 발로 어렵사리 내려온다. 대략 30분을 걸어 내려오니 물소리가 들리며 계곡에 이른다. 계곡의 곳곳에는 빗물이 넘쳐 길까지 덮치고 있다. 만약 비가 더 온다면 길이 온통 물바다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갈수록 구름이 짙어지고 주위도 어두워진다. 아직 6시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어두워질 줄 몰랐다. 아마 울창한 숲과 구름 때문이리라.
<사기막골로 내려오며 - 구름과 나무숲으로 주위가 어두컴컴하다>
산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은 점점 더 많아지면서 '콸콸' 소리를 내면서 흐른다. 하산길의 곳곳에는 계곡물을 건너야만 하는 곳이 많은데 물이 넘쳐흐르는 바람에 신발을 벗고 건너가지 않을 수 없다. 이 정도 비이기에 망정이지 더 많은 비가 왔더라면 꼼짝없이 산속에 갇힐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집사람도 어려운지 아픈 발을 호소하며 짜증을 낸다. 가랑비를 맞으며 그렇게 계곡을 내려와 산속을 완전히 벗어나니 6시 30분경이 되었다.
<빗물로 넘쳐흐르는 사기막 계곡물 - 주변까지 어둡다>
포장길을 따라 마을어귀에 도착하니 대략 7시다. 삼회2리 버스정류장에서 30분 정도 기다려 시내버스(막차)를 타고 청평에 도착하니 금방 상봉행 직행버스가 도착한다. 고단한 몸을 차에 싣고 오늘 산행을 마감하니 집사람도 오늘 산행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결과는 좋았다며 은근히 만족스러워 한다.
등산지도(http://www.koreasanha.net/spg-data/data/mountmap/20040321120958.jpg)
2005. 7. 2 화야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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