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광교산 산행일기(2005.5.22)

OHO 2005. 5. 23. 22:16

광교산 산행일기(2005. 5. 22)

 


<안부에서 본 광교산 정상>

 

 

광교산(光敎山)은 해발 582m의 수원시 장안구와 용인시 수지읍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수원의 북쪽을 감싸 안고 있는 수원의 진산이다. 한남정맥에 속하는 산으로 바라산, 백운산 등의 봉우리가 함께 연결되어 있어 산의 높이가 낮은데 비하면 상당한 큰 규모를 가진 매우 넓게 펼쳐진 산이다.

광교산의 원래 이름은 광악산(光岳山)이라고 한다. 고려 야사에 의하면 서기 928년 태조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징벌하고 귀경하는 도중에 광악산 행궁에서 군사들을 위로할 때, 이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았다고 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란 의미에서 광교산(光敎山)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용인시 수지지역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완공되면서 입주가 시작되고 있는 이 곳에 우리 산행팀의 단골 멤버인 사중(김동성)이 오십여평의 아파트를 가지게 되어, 집들이도 할 겸 광교산 산행을 하기로 하여 지하철 분당선 미금역에서 10시 30분에 만나 마을버스(15번)을 타고 LG자이 2차아파트 입구에 내리니 사중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광교산 등산개념도>

 


오랜만의 만남을 반가워하며 아파트 뒤쪽으로 난 등산로를 타고 올라간다. 원래 광교산 등산은 수원시의 경기대학교 방향에서 시작하여 형제봉을 거쳐 정상에 오르거나 수원시 상광교동에서 KBS 통신탑과 억새밭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수지읍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오늘 우리가 오르는 이 길을 따라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등산길로 입구>


아파트 단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금방 잣나무가 우거진 마을 뒷산 같은 등산길이 나온다. 조금 올라가면 잣나무 숲도 끝나겠거니 하며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가면 갈수록 숲길이 점점 더 울창해지는 느낌이다. 날씨조차 구름이 적당히 끼어 산행을 하기에는 더욱 안성마춤이라고나 할까? 서늘한 기운이 숲 사이로 스며든다.

 


<등산길로 접어들어>

 


오솔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동네 사람들의 아침 운동을 위해 곳곳에 여러 가지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다. 거의 완만하고 평탄한 오솔길 같은 등산길 양옆으로는 잣나무, 참나무, 아카시아 등이 우거져 처음부터 끝까지 숲터널을 이루고 있다. 산림욕을 겸한 가족 산책로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길이다. 이런 길이라면 아무리 걸어도 좋을만한 그런 뒷동산 같은 다정다감한 산길이다.



<숲속 길을 걸으며>

 

 

오늘 저녁에 비소식이 있다고 했는데 벌써부터 날씨가 찌부둥하더니 마침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워낙 숲이 좋아 이 정도의 비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런 산길에서 이슬비를 맞으며 걸으니 오랫만에 한창 시절 때나 가질만한 센티멘탈한 감정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비를 맞으며 걸으니 까닭 모를 환희에 사로잡혀 어느새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어느 팝송가수의 노래였든가 'Listen to the falling rain, Listen to it pour .........' 그 땐 늘 삼류소설에서나 나옴직한 비애에 휩싸인 주인공이 되곤 했다. 이젠 나이도 먹어 이런 감정과는 거리가 멀어질 때도 되었건만 이놈의 감정이란 나이와는 무관한 것인지? 예나 지금이나 주인공이 되고 싶긴 매 한가진가 보다.



<숲속 길을 걸으며> 

 

 

거의 평길에 가까운 등산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동안 폭삭거리는 부드러운 흙의 촉감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진다. 흙은 어머니라고 했든가? 울창한 나무숲을 따라 오솔길 같은 산길을 폭삭폭삭 밟고 가는 그 흙 속에는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과 같은 모성이 서려있다. 어젠간 나도 또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그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 생각하며 홀로 지나온 세월을 헤아려 본다.



<헬기장 아래의 나무계단>

 

 

쉬엄쉬엄 이렇게 대략 2시간 가량을 걸었을까? 헬기장이 나오면서 드디어 광교산 정상이 눈앞에 들어온다. 여기가 안부에 해당하는가 보다. 누가 세워두었을까? 키 작은 장승 두개가 나란히 서 있다. 왠지 모를 친근감은 그 속에 깃든 우리 고유의 신앙 때문일까? 옛날엔 어른 같이 생각되던 장승도 이젠 친구처럼 느껴진다. 나도 늙어가고 있음이랴!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진다.



<헬기장 옆 장승과 함께>

 

 


<장승 옆에서 - 청공부부>

 

 


<장승 옆에서 - 오호와 중산>

 

 

광교산 정상에는 '광교산 시루봉'이라 쓴 표지석이 있다. 다른 산들의 표지석이 조그만 비석형이거나 커다란 돌로 예술작품처럼 꾸며 놓은데 비하면 광교산 정상석은 좀 특이하게도 성문(城門)형이다. 아마도 수원성을 상징해서 만들었나 보다. 



<시루봉 표지석에서 - 중산>

 



<시루봉에서 - 남응부부>

 

 


<시루봉에서 - 예산부부>

 

 


<시루봉에서 - 청공부부>

 

 


<시루봉에서 - 오호> 

 

 

시루봉에서 바라보는 저 건너 하늘가엔 옅은 비구름으로 흐릿하긴 하지만 어느 산 못지 않은 일망무제(一望無際)의 후련함으로 가슴속에 맺힌 답답한 심정을 깨끗이 씻어내려 준다. 정상에 올랐으니 비를 맞으면서도 기념사진도 찍고 멀리 산경을 바라보기도 한다. 저 앞에는 백운산과 KBS 통신탑이 보이고 산아래에는 고기리의 작은 마을이 살갑게 다가온다.



<시루봉에서> 

 

 

시루봉에서 노루목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지점에는 1999. 1. 19 수원시 장안구에서 광교산에 어울리는 시 공모작중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고 하는 수원북중학교 3학년 4반의 장세영이란 학생의 시 ‘광교산’이란 시를 적은 표지판이 있다.

 


<장세영 학생의 시 표시판>

 

 

새벽 이슬 머금은 산에 오르면
고향 어머니 가슴이 느껴진다.
늦은 밤 반딧불이 축제를 열고
종달새, 꾀꼬리 새벽잠 깨우는
푸른 광교산은
우리 어머니를 너무 닮았다.

 

새벽 안개 자욱한 산에 올라
어머니 가슴을 느껴본다.
김준용장군의 용맹스러움도
효성 지극한 최루백 마음도
골골이 피어나는 안개 속에 담아
씩씩한 마음 착한 마음 심어주는
안개 속에 광교산은
보랏빛 동화나라를 닮았다.

 

광교산 정상에 오르면
사랑을 품고 사시는
고향 어머니가 보인다.
옆집 순이네
아랫집 철수네
모두 잘 되어야 할텐데
바다만큼 깊은 사랑 품고 사시는 어머니
늘 푸른 광교산은
우리 어머니를 너무 닮았다.

 

맑고 푸른 하늘을 가슴에 품은 광교산은
고향 어머니를 닮았다.
힘들다 먹구름 낀 아버지 마음도
공부하기 싫다 투정하는 내 마음도
참아라 참아라 감싸주시는 어머니
늘, 맑고 푸른 광교산은
선잠깬 수원 시민을 가슴에 안고
지혜롭고 당당한 삶을 가르치고 있다.

 

 

 

노루목 대피소에는 비를 피해 들어온 등산객들이 점심을 꺼내놓고 먹느라고 음식냄새로 가득하다. 우리도 人倫之大事(?)에 속하는 일이라 그 대열에 낙오하지 않으려고 기어이 한자리 차고앉아 제각각 가져온 점심을 꺼낸다.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먹는 것 보다 더 좋은 일은 없는가 보다. 신나게 먹고 마시고 나니 비가 멎기 시작한다.



<노루목 대피소에서 먹고 살려고 애쓰는 모습들> 

 

다시 왔던 길로 돌아 시루봉을 거쳐 하산길은 재촉한다. 그쳤던 비가 다시 나무숲을 때리며 온산은 빗소리의 리듬으로 가득찬다.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내려가는가 싶더니 중간에서 천주교성지가 있는 동천리계곡으로 내려간다. 약간의 변화를 꾀하면서 이 마을의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사중의 배려로 생각된다. 계곡 아래 마을에는 신축 전원주택단지인 듯 그럴싸한 전원주택들이 꽤 많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아파트 입구에 모인 우리는 사중의 집들이 겸 저녁식사로 근처 소담골이란 한식점에서 중참 겸 저녁을 먹은 후 집구경을 하러 갔다. 여기서부터는 사생활에 속한 부분이지만....... "사중-! 그~ 너무 큰집에 사는 것 아닌냐?? 그리고 그렇게 큰집에 왜 TV나 컴퓨터도 한대 없냐?" "아끼던 나폴레옹꼬냑 잘 먹고 집구경 잘했다. 집에 양주 많던데 다음 등산갈 때 괜찮은 양주 한병만 가져 온나...... 이건 부탁이다!" 버스 타고, 또 지하철 두어번 갈아 타고, 또 버스 갈아타고....... 이렇게 천신만고 끝에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다 되었다.
 

 

오늘 등장인물은 예산(예창기)부부, 청공(윤만수)부부, 남응(김종문)부부, 중산(이윤석), 오호(우오현), 그리고 주인공 사중(김동성) 모두 9명이다.

 

 

등산지도(http://www.koreasanha.net/san/map/gwanggyo.jpg)

 

 

2005. 5. 22 광교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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