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관악산 산행일기(2005.4.24)

OHO 2005. 4. 24. 20:58

관악산에서

 

 


<관악산 정상에서>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두어 정류장을 가면 서울대학교 정문 앞이다. 일요일이면 서울. 경기지역의 등산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하게 들어서는 곳이 관악산이다.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바쁜 걸음으로 등산로 쪽으로 걸어간다. 수많은 등산객들이 공원 입구를 꽉 메우고 있다.


<관악호수공원에서>

 

 


관악산은 서울 관악구와 경기도 과천시, 안양시에 접해있는 해발 629미터의 그다지 높지는 않은 산이지만 송악산, 화악산, 운악산, 감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중의 하나로 불리는 명산이다. 산의 모양이 갓을 쓰고 있는 것 같아 관악(冠岳)이라고 불렀다는 이 산은 정상 일대에 뽀죽하게 솟은 봉우리들의 모양이 마치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다 하여 '불의 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관악산공원 입구>


 

 

공원 안으로 들어서니 벚꽃이 만발하여 주변 길가엔 온통 하얀 꽃잎으로 수를 놓았다. 길을 가득 메우고 올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엔 활기가 넘쳐흐른다. 나도 그 속에 섞여 봄기운을 만끽하며 함께 올라간다. 하얀 꽃잎은 햇살에 반사되어 더욱 하얗게 보인다.

 


<관악산 등산로 입구>

 

 

 

관악호수공원에 들어서니 공원관리소 측에서 상춘객들의 들뜬 마음을 더욱 부채질이라도 하려는지 연못 속의 분수들을 높이 쏘아 올린다. 분수대가 뿜어내는 하얀 포말이 건너편의 진달래와 벚꽃나무의 꽃 색깔들과 어울려 색의 조화를 선보인다. 수양버들마저 어린 잎사귀를 내밀며 샛노란 봄을 꿈꾸어 나간다. 봄의 생명들이 만들어 내는 절묘한 하모니들이다. 관악산 제1광장 아래에 위치한 이 호수공원은 '97년 3월에 준공되었다고 한다.


<관악호수공원>

 

 

 


<관악호수공원>

 

 


<관악호수공원>

 

 

 

호수공원을 지나 계곡길로 올라간다. 이 길은 관악산 연주대로 가는 지름길이다. 길을 따라 시종일관 계곡물이 졸졸거리며 맑고 영롱한 봄의 음악을 만들어낸다. 두어 개의 나무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아카시아동산이다. 아직 철이 이른 탓인지 아카시아꽃은 구경하기 힘들었지만 대신 진달래와 벚꽃이 활짝 피어 그 자리를 대신해 주고 있다.


<호수공원을 지나 아카시아동산으로>

 

 

 

아카시아동산이 다하는 곳엔 연주대와 무너미고개로 가는 갈림길인 제4야영장이 있다. 장소도 꽤 넓은 편이라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가지고온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도 기념사진 한 장을 찍고 다시 연주대로 향한다. 돌다리를 건너고 숲 사이를 지나 계곡길을 계속 올라가면 무명폭포가 나온다. 물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폭포란 느낌만은 확실하다.


<제4야영장에서>

 

 


<무명폭포>

 

 

나뭇가지 사이로 관악산 정상의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관악산의 상징이 되어버린 KBS 송신소와 송신탑이 이젠 꽤나 가까이 보인다. 사진을 한 장 찍어두고 싶었지만 나뭇가지에 가려 아무래도 좋은 사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등산로 옆 계곡에서>

 

 

두어번 길을 돌고나니 깔닥고개 아래다. 고개를 올라가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거친 숨소리를 토해낸다. 저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들도 힘들어 하기는 마찬가지다. 마지막 남은 몇 발자국이 오늘 이 산행에서 가장 힘들여 올라가는 곳인 듯하다.


<깔닥고개 아래>

 

 


<깔닥고개 아래서 본 관악산 정상 - 봉우리 위에 KBS 송신소가 보인다>

 

 

깔닥고개에 오르니 양옆으로 관악산의 봉우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연주대 방향으로 KBS 송신소와 그 반대편의 송신탑, 그리고 팔봉능선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봉우리들,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굴곡들이 하늘위로 크고 작게, 울퉁불퉁한 선을 그리며 높이 솟구쳐 그 위엄을 드러낸다.


<깔닥고개 위에서>

 

 

 
<말바위 능선 앞에서 - 봉우리 위에 KBS 송신소가 보인다>

 

 

아! 저것이다. 내가 찾던 봉우리의 모습이 바로 저런 것이다. 능선을 따라 울퉁불퉁 솟구치고 꿈틀꿈틀 움직이며 그 머리를 하늘로 치켜세우고, 양허리는  잘라낸 듯 아득한 절벽! 그 위로 나 있는 좁은 바윗길! 그 길을 걸어가면 나도 모를 야릇한 쾌감에 휩싸인다.


<말바위 능선을 타고 관악산 정상을 오른다>

 

 


<말바위>

 

 


<말바위를 지나 잠시 뒤돌아 본다>

 

 

 

말바위를 지나 송신소 앞에서 다시 길 아래로 내려온다. 눈앞에는 보이는 - 날카로운 불꽃 줄기들이 바위 밑뿌리에서부터 치솟으며 활활 타오르는 불꽃바위!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조그마한 암자! 바로 연주대다.


<연주대와 불꽃바위>

 

 

 

관악산은 예로부터 불의 산(火山)이라 하여 조선 태조가 궁궐터를 송악에서 지금의 경복궁 자리로 옮길 때, 무학대사가 이곳은 관악산과 마주 보이는 자리로 관악산의 화기가 궁을 눌러서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하였지만, 남쪽으로 한강이 가로질러 있어서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정도전의 주장을 받아 들여 지금의 경복궁을 창건하였다 한다.


<관악산 정상 주변의 봉우리들>

 

 

 

그 후 태종 때는 왕자의 난, 세조의 왕위 찬탈,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경복궁에 발생한 수차례의 화재 등을 풍수지리설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대원군은 경복궁을 재건할 때 관악산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앞에 바다의 신으로 상징되는 상상의 동물인 해태의 조각상을 만들어 세운다.


<관악산 정상 주변의 봉우리들 - 봉우리 위에 KBS 송신탑이 보인다>

 

 

 

 


<관악산 정상 주변의 봉우리들>

 

 


<관악산 정상 주변의 암봉>

 

 


<관악산 정상 주변의 암봉>

 

 


<관악산 정상 주변의 암봉>

 

 

연주대(戀主臺)는 신라의 의상대사가 신라 문무왕 17년(677년)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관악사를 건립할 때 함께 건립한 것으로 원래 이름은 의상대라 하였으나 그 후 관악사는 연주암으로, 의상대는 연주대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연주대란 이름은 고려가 망하자 고려에 대한 연민을 가진 사람들이 조선의 개국 이후 이 곳에서 개성을 바라보며 고려의 충신들과 망해버린 고려를 연모하였다 뜻으로 연주대(戀主臺)라 불렀다고도 하며,


<연주대 안내판>

 

 

또 다른 하나는 이성계가 연주암을 중창한 뒤, 태종의 첫째 왕자인 양녕대군과 둘째 왕자인 효령대군은 태종이 왕위를 셋째인 충녕대군(세종)에게 물려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방랑하다가 이 곳 연주대(戀主臺)에 올라 왕위에 대한 미련과 동경의 심정으로 왕궁을 바라보았다 하여 연주대(戀主臺)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연주대 정경>

 

 

 

그리고, 예전엔 관악산을 삼성산(三聖山)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신라의 고승 원효, 의상, 윤필 세 승려가 이 산에서 일막, 이막, 삼막의 세 암자를 짓고 따로 수도하여 득도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일막, 이막은 소실되고 삼막사(三幕寺)만 남았다고 한다.


<관악산 정상에서>

 

 

 

관악산 정상의 암봉에서 점심을 먹고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다시 연주암 위를 지나 팔봉능선으로 접어든다. 사방의 봉우리들이 온통 기괴한 바위들로 이루어져 그 아름다움과 특별한 형상은 어느 쪽을 보아도 혼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연주암>

 

 

 


<팔봉능선 위에서 본 말바위능선 길>

 

 

팔봉능선은 관악산에서도 가장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능선이다. 능선의 길이가 다소 길기는 하지만 크고 작은 바위 봉우리들을 차례대로 오르내리다 보면 여덟 개의 봉우리를 다 넘어가게 된다. 때론 위험하고 때론 재미있는 바위능선의 묘미와 능선종주의 뿌듯한 감정도 만끽하고, 간간이 능선 위에서 만나게되는 바위들의 아름다움과 기괴한 모습들, 그리고 저 앞으로 꼬불꼬불 이어지는 능선의 아름다움과 건너편 안양방향으로 이어지는 육봉능선의 오르내림, 서울대 방향에서 연주대로 이어지는 능선의 완만하고 시원스런 경사도 구경하면서 심신의 피로를 씻어낸다.


<팔봉능선 위의 암봉>

 

 


<팔봉능선>

 

 


<팔봉능선>

 

 


<팔봉능선 - 뒤에 삼성산이 보인다>

 

 


<팔봉능선>

 

 


<팔봉능선 위에서>

 

 

적당한 피로를 느낄 때쯤이면 안양유원지로 이어지는 계곡이 나온다. 맑고 시원한 계곡물은 산중에서 흘린 땀을 씻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잠시 앉아 세수도 하고 간식으로 가져온 떡도 한조각 먹어본다.


<왕관바위>

 

 


<팔봉능선과 왕관바위>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가면 안양유원지로 가게 되므로 서울대 방향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방향을 돌린다. 무너미고개다. 무너미고개는 서울대 방향의 관악유원지와 안양시의 안양유원지를 연결하는 길인 동시에 관악산과 삼성산의 경계를 이루는 길이다. 무너미고개 삼거리의 약수터에서 약수물 한바가지를 들이킨다. 뱃속까지 시원해지면서 산중에서 흘린 땀을 단숨에 씻어내리는 듯하다.


<무너미고개 삼거리를 지나서>

 

 

무너미고개를 조금 내려오면 제4야영장이다. 이제부터는 아카시아동산을 거쳐 처음 올라갈 때의 그 길을 따라 내려간다. 길옆의 계곡에서 시원함을 더해주는 물소리가 벌써 봄의 언덕을 넘어 여름을 재촉하는가?  여기저기 둘러앉아 세수도 하고 간식도 먹는다.


<제4야영장으로 돌아와서>

 

 

호수공원에 도착하니 분수는 꺼져있고 벚나무가 이를 대신하듯 높은 가지 위에서 꽃잎을 날리며 휘날레를 장식한다. 관악공원 입구까지 가득 메운 등산객들의 긴행렬과 그 위로 떨어지는 하얀 꽃잎들! 때늦은 황홀감에 빠지며 6시간에 걸친 오늘산행을 마무리한다.

 

 

 

 

2005. 4. 24  관악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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