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도봉산 산행일기(2005.4.3)

OHO 2005. 4. 5. 00:31

도봉산에서

 


<신선대에서 본 만장봉>

 

<봄비 오는 아침에>

                               -우오현-

 

아침의 창가에 봄비가 내린다.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조용히 하루의 문을 연다.
휴일 아침
그 평안함이 봄비처럼 촉촉이 마음속에 베여든다.
봄비는 기다림의 끝자락을 타고 온다.
기다림에 지쳤을 때
봄비는 촉촉이 가슴속에 스며든다.
실낱 같은 지성이 어둠에서 깨어날 때
봄비는 주룩주룩 대지 위로 흐른다.

여린 촉각 길게 늘어뜨린 채
나는 또 봄비에 젖는다.
봄비 오는 소리가 창가로 다가온다.
기다림의 자락을 타고

나지막한 소리로 다가온다.
봄비 오는 아침에
비취빛 순결함이 하늘 위에 걸려있다.
봄비 오는 아침에
목련꽃 봉오리가 봄비 속에 눈을 뜬다.

 


아침부터 주룩주룩 봄비가 내린다. 올 들어 첫 봄비라 그런지 그다지 싫지는 않았지만 오늘 등산은 어찌할꼬? 창가에 홀로 앉아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아침의 사색에 젖어본다. 오랜만에 휴일의 평안함이 마음속에 베여든다. 조용히 밀린 일들이나 정리할 생각으로 몇가지 자료들을 챙겨 책상 앞에 앉아 본다.

 

10시경. 뜻밖에도 비가 그쳐 부지런히 배낭을 챙겨 도봉산을 향한다. 도봉매표소에는 평소와는 달리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아마도 비 때문이리라. 벌써 예산부부와 중산, 사중이 나와 있다.

 


<도봉사 입구>

 

매표소를 지나 곧 바로 보문능선쪽으로 방향을 정한다. 오랜만에 가는 길이다. 길목에 있는 도봉사의 담장에 그려진 소 그림을 잠시 구경하고 다시 바쁘게 길을 올라간다.

 


<보문능선을 오르며 - 예산부부>

 

보문능선길은 도봉산의 다른 길에 비해 비교적 정리도 잘 되어 있고 또 흙이 많은 길이다. 풋풋한 흙냄새에 취해 잠시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 때는 흙장난도 꽤나 많이 했다. 흙 속에 떠오르는 어린시절의 추억이 새롭다.

 


<보문능선을 오르며 - 사중>

 


<보문능선에서 - 예산부부>

 

보문능선에서 멀리 도봉산 정상을 바라본다. 아침에 내린 비로 하늘은 맑고 깨끗한 비취빛 순결함을 드러낸다. 정상에서 드리워진 선인봉의 회백색 암벽이 말쑥한 모습으로 그 자태를 자랑한다. 그 뒤로 만장봉과 자운봉, 신선대, 뜀바위를 거쳐 주봉과 칼바위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어느 화가의 그림인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으랴! 자연이 빚어낸 한폭의 멋진 동양화다.

 


<왼쪽부터 칼바위(봉우리2개 모두), 주봉(가운데 조그맣게 올라온 바위), 뜀바위, 신선대, 자운봉, 만장대와 선인봉은 앞쪽에 겹쳐서 보인다.>

 

비온 후의 날씨는 화창하여 봄기운이 만연하다. 우린 가벼운 마음으로 그저 발길따라 걸어간다. 목적지는 오봉으로 정했지만 그냥 산이 우릴 인도하는 대로 그렇게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누가 그랬던가? 산에는 왜 가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보문능선에서 본 우이암>

 

능선 저 건너편에는 우이암이 홀로 서 있다. 나무숲만 가득한 산비탈길을 홀로 우뚝 서서 조용히 아랫마을을 바라본다. 미천한 중생들이 얽히고 설켜 살아가는 사바세계........ 억겁에 이르도록 중생들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며 그 또한 홀로 울고 웃으며 지나 온 세월들을 헤고 있는 것일까?

 


<능선위에서 본 우이암>

 

우이암능선을 올라 능선위에서 우이암을 바라본다. 나도 우이암이 되어 저 산아랫마을을 내려다 본다. 보문능선에서 볼 때와는 달리 길다란 바위자락들을 발아래로 펼쳐내리며 더욱 엄숙한 모습이다. 나무관세음보살.......!  저 사바세계의 혼탁한 소리들을 조용히 관음(觀音)한다. 일희일비(一喜一悲)......  지그시 눈을 감고 중생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니, 그 속에는 나의 소리도 섞여있다. 세상 속에서는 생존경쟁이라고 이름 붙여진 소리들이다.

 


<우이암능선에서 오봉을 배경으로 - 오호>

 

우이암능선에서 도봉산 정상과 오봉의 모습들을 바라본다. 볼수록 기묘하다. 북한산이 장대하고 남성적인 중후함을 지니고 있다면, 도봉산은 결코 가볍지 않으면서도 단아한 여성적 아름다움과 다양함을 가지고 있다. 산의 아름다움으로 치자면 단연 도봉산이 으뜸이다.

 


<우이암능선에서 정상을 배경으로 - 오호>

 

 

도봉능선을 따라 걸어가다 다시 오봉쪽으로 들어선다. 아침에 비가 내렸다고는 하나 땅은 전혀 젖은 흔적이 없다. 나뭇가지 사이로 느릿느릿 햇살이 끼어 들고 우리는 겉옷을 하나씩 벗어버렸다. 봄기운이 온 산을 감싸고 있다. 아직 작긴 하지만 곳곳에서 새싹의 봉오리가 눈에 띈다.

 


<오봉>

 


<오봉>

 

오봉 앞에 다다르니 능선 저 건너편에는 다섯 개의 봉우리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서있다. 봉우리마다 작은 꼭지를 하나씩 달아두기라도 한 듯 각각 작은 바위가 하나씩 올려져있다. 기이한 형상이다. 조물주의 작품인가? 비바람의 조화인가? 그 형상들도 각각 다른 모습들이다.

 


<1봉>

 

1봉을 바라보니 여자의 젖꼭지를 세워둔 듯 봉긋하니 솟은 봉우리 위에 젖꼭지 같은 작은 바위 하나가 외로이 올려져있다.

 


<2봉>

 

2봉은 비바람에 단련된 수도승의 모습인 양, 둥그스름한 봉우리 위에 매끈한 사각기둥 같은 바위가 단아하게 올려져 있다.

 


<1봉과 2봉>

 

3봉의 봉우리 위에 올려진 바위는 두어 줄의 바위틈이 문과 같을 형상을 하고 있어서 마치 숫한 고행과 깨달음이 없으면 결코 열지 못할 열반의 문인 양, 열릴 듯 하면서도 열리지 않은 채 굳게 닫혀 있다.

 


<3봉>

 

4봉은 큼직한 봉우리 위에 약간 고개를 숙인 듯 비스듬한 경사면을 가지고 서 있는 바위 하나가 조용히 생각에 젖어있다.

 


<4봉>

 


<1봉부터 4봉까지>

 

5봉은 평범한 산봉우리다. 얼른 보아서는 봉우리 같지 않지만 넓고 평평한 바위들이 그 위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주변 경관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5봉>

 


<오봉을 배경으로 - 중산과 사중>

 


<오봉을 배경으로 - 예산과 오호>

 


<오봉 위에서>

 


<오봉위에서 - 오호>

 


<오봉위에서 - 사중>

 


<오봉에서 본 북한산>

 

오봉 위에서 바라보면 건너편의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운대와 인수봉을 하늘 위에 걸어두고 그 위로는 무심한 구름만이 하얀 머리를 풀어헤치고 바람따라 흘러가고, 세월따라 흘러간다. 맑은 하늘 있고, 아름다운 산이 있고, 그 속에 내 있으니......  내 마음도 저 산에 걸어두고, 저 하늘에 띄워두고....... 둥둥...... 나도 구름따라 흘러가고.......

 


<오봉 위에서 본 도봉의 봉우리 들>

 

오봉위에서 바라보는 도봉능선의 봉우리들 또한 그 멋이 대단하다. 칼바위, 뜀바위를 거쳐 주봉(柱峯),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 등등 기암괴석의 암봉들이 줄을 지어 달려가며 장관을 연출한다.

 


<도봉의 봉우리들>

 


<뜀바위(앞쪽)와 만장봉(뒷쪽)>

 

오봉능선을 지나 칼바위와 뜀바위를 우회하여 신선대로 향한다. 모두 50고개를 넘었으니 위험구간은 가급적 피하고 건강관리 차원의 등산을 목적으로 하는 '스스로 분수를 지키기'를 실천하고자 함이다.

 


<만장봉과 주변 암벽들 - 왼쪽 바위부분은 자운봉이다.>

 

신선대에 올라 만장봉을 바라본다. 원통 모양의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육중하게 서서 저 아래 마을을 내려다보는 만장봉은 그 높이가 만장(萬丈)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하여 만장봉이라 한다. 만장봉의 우측 기단으로 신선이라도 나올 법한 암벽들이 멋들어지게 이어져 있다.

 


<만장봉 기단의 암벽들>

 

그 앞으로는 만장봉에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선인봉이 있고, 선인봉과 만장봉의 앞쪽은 회백색의 화강암이 깨끗하고 말쑥한 모습으로 암벽면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반대편에서 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만장봉 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 나는 아직 만장봉을 올라가 본 적은 없지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라갈 정도라며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혹 금물일지도 모를 일이다. 바위등산은 오랜 경험과 단련 속에 얻어진 산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선대에서 - 중산과 예산>

 

바로 앞에는 도봉산의 주인격인 자운봉이 그 뒷모습만을 육중한 바위로 남겨둔 채 말없이 버티고 서 있다. 감히 범하지 못할 위압감이다.

 


<신선대에서 자운봉 정상 - 너무 가까워서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신선대의 동쪽으로는 포대능선이 아기자기한 경계선을 길게 그리며 이어진다. 오후 4시 30분경의 늦은 시간이라 늘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있는 포대능선에도 지금은 사람들이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신선대의 소나무>

 

신선대를 끝으로 이젠 그만 하산하기로 했다. 아침 늦게 출발한 탓도 있지만 오늘은 꽤나 많이 걸은 셈이다. 도봉산장(도봉대피소) 방향으로 하산길을 정하고 내려간다. 하산길은 바위가 많은 길이라 무릎의 충격이 크다. 충격을 줄이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천천히 내려간다.

 


<도봉공원에서 발견한 야생화>

 

오늘 산행도 적지 않은 행복을 한 배낭씩 짊어지고 도봉공원으로 내려오니 오후 6시다. 마무리는 사우나 후 추어탕 한그릇으로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등산지도(http://www.koreasanha.net/san/map/dobong_1.jpg)

 

2005. 4. 3 도봉산을 오르며
우 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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