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불곡산 산행일기(2005.4.9)

OHO 2005. 4. 9. 19:35

불곡산 산행일기

 


<불곡산 정상 - 상봉>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다. 남쪽지방에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저녁 무렵에는 전국적으로 내릴 예정이라 한다. 배낭 속에 우산을 집어넣고 의정부행 지하철을 탄다. 오늘 산행지는 불곡산(佛谷山)으로 정하고 혼자 조용히 다녀오기로 했다. 불곡산은 경기도 양주군의 진산으로 불국산(佛國山)이라고도 하는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나 산경표 등 고문헌에는 불곡산으로 표기되어 있다고 하며, 동네 주민들도 불곡산으로 부른다고 한다.

 


<능선에서 본 불곡산 전경>

 

 

의정부북부역에 내려 덕정리행 버스를 타는냐? 유양리행 버스를 타는냐? 한참을 망설이다 유양리행 버스를 탔다. 덕정리행 버스를 타게 되면 불곡산의 뒤쪽 부흥사를 산행기점으로 하여 산의 앞쪽으로 넘어오게 되고, 유양리행 버스를 타면 백화암을 기점으로 하여 뒤로 넘어가게 된다. 초행길이라 교과서대로 유양리에서 시작하는 산행을 하기로 하고 유양리행 버스(32번 금촌행)를 타고 유양리공단의 불곡산 입구에서 내렸다.

 


<임꺽정생가 보존비>

 

 

백화암 가는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좁은 길이다. 길따라 조금 올라가니 임꺽정 생가터로 가는 팻말이 보인다. 잠시 들러보니 산기슭의 조그만 터에 임꺽정생가보존비라는 비석이 꽤나 큼직하게 세워져 있다. 임꺽정은 조선시대에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산도적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면서 기성 양반중심의 사회질서에 항거한 괴력의 소유자로서 이름이 난 실존 인물이다.

 

 


<백화암 전경>

 


<능선에서 본 임꺽정봉>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다시 길을 돌아와 백화암 방향으로 올라가니 산길쪽으로 등산로라는 조그만 팻말이 보인다. 백화암으로 올라가는 길을 포기하고 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백화암을 조금 벗어난 산비탈길이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저기에서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며 이제 봄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생강나무>

 

 

등산로 양옆으로는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아담한 느낌을 준다. 능선에 도달하니 헬기장이 보이고, 아랫마을 초등학교 학생들이 소풍을 왔는지 많은 아이들로 북적댄다.

 


<상봉>

 

 

헬기장에서 정상인 상봉까지는 대략 20분 정도의 거리로 갈수록 양옆의 길이 좁아지면서 정상이 가까웠음을 느끼게 하더니 마침내 불곡산 정상인 상봉이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나타낸다. 상봉은 바위봉우리다. 밧줄이 설치되어 그다지 위험하진 않지만 마치 도봉산이나 수락산을 오르는 느낌이다.

 


<정상에서>

 


<정상에서>

 

 

상봉 위에는 흐린 날씨 탓인지 적잖은 바람이 불고 있다. 앞쪽을 바라보니 칠봉산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도봉산과 북한산의 산맥이 길게 띠를 두르며 떠오른다. 두어장의 사진으로 정상을 기념하고 봉우리 옆으로 난 철제계단을 타고 내려온다. 상봉에서부터 이어지는 긴 능선길은 꽤나 위험한 암릉구간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꼬불꼬불 연결되어 아기자기한 능선을 연출한다.

 

 

 


<상투봉>

 

 

능선 저 앞에는 상투봉과 임꺽정봉이 아름다운 곡선을 하늘 위로 그리며 서 있다. 벼랑 위에 홀로 서있는 듯한 상투봉은 마치 높은 망루 위에 홀로 서서 조용히 저 아랫마을을 지켜보는 듯 고아한 모습으로 서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절로 시 한 귀절쯤은 떠 오를 법도 한 그런, 절벽 위에 외로이 서있는 봉우리다.

 


<임꺽정봉>

 


<상투봉과 임꺽정봉>

 

 

그 뒤로는 임꺽정봉이 볼록하게 솟아올라 위엄과 기상을 한층 더하니 절벽 위의 아름다운 경계와 높이 솟은 산봉우리의 기상이 잘 조화되어 그 운치는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상투봉에서 본 상봉>

 


<상투봉 암릉에서>

 


<상투봉 암릉에서>

 


<임꺽정봉 가는 길>

 

 

상투봉에서 임꺽정봉으로 가는 길도 바위능선의 연속이다. 혹은 위험하기도 하고, 또 혹은 재미있기도 한 그런 아기자기한 맛을 남기며 암릉구간을 이어간다. 저 앞으로 임꺽정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바위 위로 꼬불꼬불 그려져 있고 그 속으로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임꺽정봉에서>

 


<임꺽정봉 안내판>

 

 

흐리던 날씨가 마침내 약한 빗줄기를 뿌리기 시작한다. 이젠 저 봉우리만 넘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비를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다른 등산객들도 비는 아랑곳없이 계속 올라간다. 마지막 급경사를 올라가니 임꺽정봉의 정상이다. 멀리서 볼 때는 우뚝 솟은 높은 봉우리였으나, 봉우리 위에 서니 생각과는 달리 평평한 평지에 임꺽정봉이란 팻말만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고 그 옆에는 임꺽정에 대한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임꺽정봉 아래에서>

 

 

임꺽정봉에서 대부분 왔던 길로 되돌아서 내려간다. '되돌아서 내려가야 하나?' 잠시 망설이다 다른 그룹에 섞여 계속 능선을 따라 방성리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내친 김에 완전 종주를 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시간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암릉구간을 내려오며>

 

 


<불곡산 암봉>

 


<불곡산 암봉>

 

 

능선 종주길은 바위구간의 연속이다. 다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구간마다 적당한 곳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내려간다. 산이 주는 전반적인 느낌은 내가 당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가파른 경사와 아슬아슬한 암릉구간들이 계속되어, 힘들고 어려운 산행의 묘미를 모두 맛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산이다.

 


<불곡산 암봉들>

 

 

암릉구간을 다 내려오니 앞쪽은 군사훈련지역이라 출입을 통제한다는 팻말이 붙어있다. 이젠 더 이상의 미련을 둘 필요는 없다. 넘어야 할 봉우리는 다 넘은 데다 마지막 남은 저 봉우리는 산봉우리라기 보다는 그저 나지막한 평범한 언덕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산후 방성리 마을 어귀에서 본 불곡산 전경>

 

 

옆 기슭으로 하산을 재촉한다. 빗줄기도 조금 많아졌다. 어디서 점심이라도 먹어야 할텐데........ 저 아래 계곡사이로 졸졸거리며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그 사이에서 네댓 명이 그룹을 지어 무얼 먹고 있다. 나도 적당히 자리를 잡아 컵라면을 꺼냈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불곡산! 홀로 조용히 찾아 온 보람을 느끼며 방성리의 대교아파트 앞으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향했다.

 

등산지도(http://www.koreasanha.net/img/boolgoog_map.jpg)

 

2005. 4. 9  불곡산을 오르며
우 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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