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룡산 산행일기(2005. 7. 16)
경기도 최고의 오지이자 마지막 비경지대인 석룡산(1,155m)은 서울에서 동북 방향으로 약 90km, 가평읍에서는 약 30km 떨어진 지점인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가평읍 적목리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의 경계를 이룬 곳에 위치하며, 한북정맥상의 도마치봉에서 남서쪽으로 가지를 쳐 화악산(1,469m)으로 이어지는 능선 상에 있다. 「경기도의 알프스」라 불리는 가평군 북면 일대는 천혜의 자연림과 빼어난 경관 때문에 1985년 9월 환경처에서 청정지구로 고시한 지역이다.
- 산림청의 석룡산 안내에서 -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전부터 여름산행지로 이름난 석룡산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차일피일하다 보니 계속 시기를 놓치게 되어 이번 토요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석룡산을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고 며칠 전부터 계획을 세웠다.
오늘 산행을 같이 할 사람은 사중 김동성과 청공 윤만수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까지 합쳐 모두 다섯 명이다. 오전 8시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에서 만나 카풀로 석룡산으로 향한다. 서울을 벗어나 경춘가도를 달리다 가평에서 북면 방향으로 들어선다. 가평천의 맑은 물이 시원스럽게 시야에 들어올 때쯤이면 연인산, 명지산, 화악산 등 주변 명산들에 대한 이정표가 차례로 나타난다. 도심의 찌든 환경에서 벗어나 이처럼 깨끗한 산골마을에 들어선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서울에서 대략 2시간 가량을 달려 석룡산 산행기점인 38교 옆에 차를 세우고 등산로를 따라 걸어간다. 석룡산 조무락골은 여름피서지로 소문난 곳이다. 며칠 전부터 장맛비가 온 탓인지 과연 소문이 무색치 않을 만큼 산 입구부터 넘쳐흐르는 맑은 물소리는 듣기만 해도 절로 상쾌하다. 계곡 입구에는 피서객들을 상대로 한 깨끗한 음식점 대여섯 채와 평상(平床) 몇 개가 물가에 놓여져 있긴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계곡을 따라 한 20분쯤 올라가니 길 가운데 조무락(鳥舞樂)카페라는 하얀색으로 도색한 깨끗하고 큼직한 카페가 서있고 카페 왼쪽으로 난 길모퉁이는 석룡산 등산안내판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원래 산행계획은 여기서 조금 더 걸어가 농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을 오를 생각이었으나 모두들 그냥 여기서부터 바로 산 쪽으로 올라가자고 한다.
아마 부채골인가 보다. 길 한쪽 옆으로 작은 계곡을 이루며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길은 좁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닌 흔적은 역력하다. 시종일관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을 오르니 그렇게 기분이 가벼울 수가 없다. 잠시 개울가에 앉아 맑은 물에 세수도 하고 땀도 식힌다. 물소리 새소리에 긴장이 풀린 탓일까? 잠시 앉아 과일 하나씩만 먹고 일어난다는 것이 그냥 그대로 퍼져 앉아 산 입구에서 사 가지고 온 「가평 잣막걸리」 한 병을 다 비웠다.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 하지만 오늘은 모두들 여유가 만만하다. 나도 내일 쉬는 날이고 다른 친구들도 내일 특별한 일정이 없는 셈이니 그냥 되는대로 여유 있게 산행을 즐기다 갈 심산이다.
막걸리로 무거워진 배를 '씩씩!' 거리며 얼큰한 술기운으로 산을 다시 올라간다. 처음에는 우리 외에는 별로 보이지 않던 등산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산기슭을 지나 갈림길로 올라서니 길이 보다 확실해지면서 하늘은 온통 나무숲으로 가려진다. 여름산행은 자칫 얼굴을 검게 그을기 쉬운 단점이 있는데 이런 길이라면 삼림욕과 더불어 땀까지 흠뻑 흘릴 수 있어 건강에는 최고라고 할만 하다.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길도 좋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는 제법 산나물도 많아 보인다. 집사람과 청공 부인 유여사는 취나물 캐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산길을 걸으며 한끼 반찬거리를 장만할 나물도 채취할 수 있다면 그 재미 또한 특별한 것이리라! 숲은 그렇게 건강과 먹거리까지 제공하며 또한 친구간의 우정도 돈독하게 쌓아 올려준다.
석룡산 정상은 다른 산들과는 달리 특별히 넓은 공간을 형성하지 않고 그저 능선을 지나가다 보면 저절로 스쳐 지나가듯 정상을 지나게 된다. 여기가 정상인지 저기가 정상인지 많은 사람들이 정상이 어디냐고 물어볼 정도로 정상이 에매하다.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정상으로 알고 표지석을 세워두었던 곳이 재측량 결과 정상이 아님을 알고 다시 정상으로 확인된 곳에 표지석을 세워 두었다고 하는데 그 곳도 역시 정상처럼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길가에 앉아 가져온 점심을 꺼내놓고 막걸리 한잔을 곁들여 식사를 한다. 무슨 일을 하든 여자들이 끼어야 먹을 것도 풍부해지고 분위기도 좋아지게 마련인지 집사람과 유여사가 따라오니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종일관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먹거리도 풍족하여 한참을 먹었는데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먹다 남은 것은 조무락골에 가서 다시 먹기로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쉬밀고개를 거쳐 조무락골로 향한다. 빽빽한 원시림 사이로 간간이 햇살이 들어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온통 나무그늘로 가려져 얕은 어둠이 내려앉은 듯하다. 산기슭 저 쪽에서 화악산이 하얀 구름을 덮어쓰고 둥그스럼한 능선을 드러낸다. 짙은 나무그늘과 잡목 사이를 몇 차례 드나드니 산 아래로부터 요란한 물소리가 끊임없이 들여온다. 마침내 석룡산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조무락골로 들어선 것이다.
석룡산 조무락(鳥舞樂)골은 가평천의 최상류에 해당되는 가장 깊고 험한 계곡이다. 조무락이란 이름은 늘 새들이 춤추고 노래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대략 6km에 걸쳐 폭포, 담(潭), 소(沼)를 이루는 조무락골은 가평지역의 청정피서지로 유명하다.
조무락골 상류에 앉아 산행의 피로도 풀 겸 계곡 물에 발을 담가본다. 물이 차서 마치 얼음 같다고 해야 할까? 발 담근 지 2~3분만에 발이 시려 더 앉아 있을 수가 없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셔지는 계곡물이 더없이 맑고 신선하다. 얼른 세수도 하고 머리도 씻는다. 차가운 물 기운에 심신의 고달픔을 깨끗이 날려보낸다.
조무락골을 따라 하류로 내려온다. 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은 생각보다 길어서 길을 다 내려오는데는 제법 긴 시간이 소요된다. 시종일관 계곡 물의 졸졸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맑고 깨끗한 물이 자꾸만 머리 속에서 연상되며 떠나지 않는다.
계곡이 점점 멀어지는 듯 하더니 산허리에 길게 뻗어 오른 낙옆송 무리들이 보이고 어느 듯 삼거리에 다다른다. 삼거리에는 당초 등산 갈림길로 지목해 두었던 농가가 있었다. 우리가 처음 상상했던 농가는 거의 다 쓰러져 가는 허름한 옛가옥 한 채가 길가에 서있는 정도였으나 생각과는 달리 농가 주변은 아예 등산객이나 피서객들을 상대로 음식장사를 할 요량으로 넓은 터에 여기저기 평상(平床)을 벌여놓고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음식장사를 하고 있었다. 자본주의 세상에 돈벌이가 최고이긴 하지만 이런 청정지역에 여기저기 판을 벌여놓고 음식장사를 하는 것은 왠지 입맛이 쓰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조무락카페 앞에 도착하여 계곡길을 따라 38교로 내려온다.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보기만 해도 상쾌하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벌써 오후 6시다. 산 입구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 40분경 이었으니 대략 7시간 이상을 산에서 보낸 셈이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한 산행이라 기분도 괜찮은데다 내일에 대한 부담까지 없으니 모두들 더욱 마음이 느긋해진 때문이리라. 차를 달려 서울에 도착하니 오후 8시다.
<석룡산 등산지도 http://www.koreasan.com/data/m/sug.jpg>
2005. 7. 16. 석룡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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