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삼각산(2006.04.08)

OHO 2006. 4. 10. 08:48

삼각산(2006. 4. 8)

 

2주간의 공백이 있었다.

아이들 학교 문제로 이사를 하게 되는 등

그 동안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배낭을 메고 나서는 기분이다.

집사람도 함께라면 더 좋았으련만

큰 딸이 갑작스런 체기가 있어 뒷수발을 한다고 혼자 갔다 오라고 한다.

조금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안가는 것 보다는 혼자라도 가는 것이 나으니까

 

<육모정고개에 세워진 이창렬박사 추모비>

 

잠시 망설이다 삼각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전부터 영봉을 통해 백운봉을 올라보자는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 혼자 조용히 그 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우이동 버스 종점에 내려 육모정 매표소를 통과한다.

다소 후미진 곳이라 내왕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다.

한 30분쯤을  올랐을까?

육모정고개에 도달한다.

고개에는 당시 한국산악회장이셨던 노산 이은상님의 글이 새겨진

지현 이창렬 박사님의 추모비가 세워져있다.

한 쪽 옆에 놓인 나무그루터기에 잠시 앉아 땀을 씻는다.

 

<영봉을 오르며>

 

영봉으로 통하는 이 우이능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출입금지 지역이었다.

연초에 친구들과 백운봉에서 하산길에 영봉을 거쳐 내려온 적은 있지만

이 길로 올라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봉을 처음 올랐을 때의 그 아름다움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지만

이젠 구면이라 그런지 그 때의 색다른 느낌은 다소 식어버렸나 보다.

무슨 일이든 처음 겪는 일이 가장 신선한가 보다.

 

<영봉에서>

 

영봉에 올라 

친구들과 함께 했던 그 날의 그 자리에서 그 때를 생각하며 인수봉을 바라본다.

극심한 황사현상으로 온산이 뿌옇게 흐려있지만

인수봉의 아름다움과 함께

거대한 암봉이 내포한 경외로움이

은근히 마음속을 압도해 온다.

자연의 무한한 힘과 인간의 나약함이 절로 비교됨을 어쩔 수 없다.

 

<영봉에서 본 인수봉>

 

인수봉!

채 피우지도 못한 젊은 영령들이

바람결에 너울대는 꽃잎 처럼 그렇게 한 잎 두 잎 낙화해 버린 아름다운 봉우리!

그 봉우리의 마력에 끌려 생사의 경계마저 잊은 채 한 가닥 밧줄로 삶을 달랬던가?

그 봉우리 앞에는 백제의 온조왕이 동생 비류와 함께 이 봉우리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고

이 곳을 백제의 도읍으로 정했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다.

 

<만경봉>

 

위문에서 백운봉을 올려다 보니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다.

오늘처럼 사람이 적을 때 손쉽게 백운봉을 오를 심산으로 봉우리로 향한다.

심한 황사바람이 시야를 뿌옇게 흐리지만

그래도 높은 산봉우리의 기상은 예나 다름없어

사방을 둘러보니 막혔던 가슴이 일시에 터지는 듯하다.

 

<백운봉에서>

 

봄은 이미 왔건만 바람은 여전히 차갑구나

백운대 둘러앉은 수많은 산객들 봄맞이 나왔건만

뿌연 흙먼지만 찬바람에 휘날리니

공허한 내 마음을 무엇으로 채울고!

 

<인수봉>

 

 

<노적봉>

 

백운봉을 내려와 만경봉의 뒤를 돈다

고요하던 노적봉도,

단아하던 원효봉도,

격조 높은 염초봉도

희미한 그림자만 남긴 채 말없이 서 있다.

 

<애기현호색 - 백운산장 옆에서>

 

묵은 낙엽 나뒹구는 북한산장 한 켠에 자리하여

도시락을 꺼내든다.

콩자반에 김치 한 쪽

보잘 것 없는 소찬이지만 내게는 꿀맛이다.

산중 소박함에 묻혀 어지러운 마음 정결하게 단장하니

오늘 산행도 보람이 있으리라

 

<노랑제비꽃 - 북한산성 길에서>

 

산성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가느린 봄꽃들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아직 여린 잎이기에

그 순수함에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아닐까?

비록 늙어 가는 몸이긴 하다마는

그 순수함 내게 옮겨 심어주길 원하노니

헛된 욕심이라 탓하지 말아다오

 

<진달래 - 진달래능선에서>

 

대동문을 거쳐 진달래능선으로 내려온다.

이름만큼이나 많은 진달래가 어우러져 있건만

아직 만개하긴 이른가 보구나

산기슭에 닿으니 비로소 꽃망울이 눈에 띄도다

연분홍 새색씨의 수줍음 같은 고운 살결

바람에 나풀거리며 얼굴을 돌리는가?

봄은 정녕 너,

수줍은 진달래의 연분홍 물결을 타고 오는구나 !

 

<진달래 - 진달래능선에서>

 

 

2006. 4. 8  삼각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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