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연가(5) - 꽃샘추위(2006.03.12)
삼월 !
눈 비비고 기지개 켜던 봄이 나래를 펼치는 날
아직 겨울은 아쉬움이 남았는지 안간 애를 쓴다.
뉘라서 떠남에 미련이 없을까
은근한 봄내음에
꽃샘추위 찬바람이 소리치며 울어댄다
<코끼리바위>
수락이여~!
한참 잘 나가던 봄날씨가 갑자기 우중충해졌도다
얼마전만 해도 금방 찾아올 것만 같던 봄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없고
어제는 심한 황사바람이요, 오늘은 영하 7~8도의 추위에 바람까지 겹쳤구나
추위에 옷깃 여미며 집을 나서노라
'괜스레 나서나?' 홀로 반문하다가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와 칼바람에도 아랑곳 없이 산을 오르던 지난날을 생각하노라
"이까짓 꽃샘추위 정도에......."
<수락남서릉에서>
노원골로 접어들어 동네주민들의 운동장격인 배드민튼장을 거쳐 수락남서릉을 오르노라
내, 일전에도 이 길을 오르며 잘 닦여진 등산길을 보고
한 편으로는 감탄하고,
또 한 편으로는 소나무 가지로 듬성듬성 엮어 놓은 수많은 계단에 지겨움을 표한 바 있도다
허나 이 길은 수락서릉의 암반지대와는 달리
소나무숲이 울창하여 <수락산 산림욕장>이란 간판을 달고 있는 길이기도 하도다
<수락산 암봉>
차가운 북풍이 능선 위를 달리며 나뭇가지를 흔들며 '쌩~! 쌩~!' 요란한 소리를 내는구나
추위에 떨며 파카의 덧댄 모자를 덮어 쓰고 찬바람을 견디노라
허나, 다행스러움은
어제로써 황사바람은 끝나고 찬바람 속에서도 맑고 높은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음이 아니더냐 !
<남근바위>
남서릉의 소나무숲을 지나 정상부의 암반지대에 이르노라
코끼리바위, 탱크바위, 남근바위, 철모바위, 입석대.......
수락산 암봉들의 장대중후하고 기기묘묘한 형상에 감탄을 거듭노라
<수락산 암봉>
수락이여~!
내 너를 찾음이 한두 번이 아니건만
오늘따라 너의 자태가 더욱 아름다워 보임은
떠나는 겨울에 대한 또 다른 나의 미련인가 하노라.
맑고 파란 하늘을 가르며 그려내는 너의 온갖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난 넋을 잃고 널 바라보노라
<철모바위>
수락이여~!
난 틈틈이 산 오르기를 낙으로 삼는 한낱 촌부(村夫)에 불과 하노라
어떤 이는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른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달리 할 일이 없으니 산을 오른다고 말하기도 하노라
그러나 난 특별히 건강하지도, 또한 유유자적 낙관적이지도 못하구나
<입석대와 철모바위>
늘 어눌하여 말조차 적은 편
남다른 재능도, 붙임성도 없이 살아가는 그냥 그런 촌부라 하노라
난 언제나 그 자리의 그 산, 그 바위, 그 나무들을 바라보며 그냥 말없이 산을 오르노라
난 그런 삶을 낙으로 삼으며 또 하루를 보내노라
<입석대>
그러다 어느 날,
깊은 산속 푸른 하늘 배경으로 우뚝 솟은 바위처럼,
물안개 피어나는 산골짝 기슭의 그윽한 솔향기처럼,
그렇게 그렇게 산이 되고 숲이 되고 싶어라........
<코끼리바위 옆에서 수락산 정상을 배경으로>
<수락산 주봉>
수락이여~!
철모바위를 거쳐 수락의 주봉을 지나 헬기장에 이르노라
겨울낙엽 도톰한 언덕배기에 앉아
빵 한조각 씹으며 봄햇살을 즐기노라
꽃샘추위라 하나 양지바른 언덕배기엔 봄햇살이 모락모락 하구나
비록 풀뿌리, 나무껍질이라 한들 행복하지 않으랴?
<청학리 능선의 암봉>
오랜만에 청학리로 하산하노라
청학계곡으로 이르는 길은 어쩐지 좀 단조로울 듯 하구나
하여,
청학계곡 동쪽능선을 따라 내려가노라
이 능선 역시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발걸음이 새롭도다
따지고 보면 그 처럼 다니던 수락산도 처녀길이 많도다
내 이를 계기로 차츰 차츰 새길을 찾아 볼 생각이로다
<485 대암반>
수락이여~!
너의 아름다움은 이 곳에도 넘쳐나누나
곳곳에 솟구친 암반들은 좋은 휴식처요, 또한 장관이로다
내 너의 아름다움에 취하였노라
저기 너럭 바위 위에서 사랑하는 이와 더불어 드높은 하늘을 우르러고 싶노라
삶의 마지막 불꽃까지 '활~! 활~!' 태우며 꺼져가고 싶노라
수락이여~!
수락이여~!
내 사랑하는 수락이여~!
<등산코스>
노원골 - 수락남서릉 - 코끼리바위 - 철모바위 - 수락산 주봉 - 헬기장 - 청학리 능선 - 청학리
2006. 3. 12 수락산을 다녀와서
오호(五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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