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도봉산(2005.12.17)

OHO 2005. 12. 17. 18:52

도봉산(2005.12.17)

 

 

혹한의 추위가 며칠째 계속된다.

아침에 눈을 뜨니 머리 속은 온통 산 생각으로 가득하였으나

휴일이라 이불 밑에서 꾸물거리며 시간만 축낸다

어제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만 해도 남양주의 주금산을 갈까 생각하였으나

혼자 이불 밑에서 '이 핑계 저 핑계'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버렸다

오늘 아침도 기온은 뚝 떨어져 수은주는 영하 10도를 밑돈다고 한다.

아침부터 늦잠에다 날씨까지 추우니 게으름이 더욱 나를 유혹한다.

'오늘 하루쯤은 등산을 접어두고 따뜻한 이불 밑에서 텔레비젼이나 보면서........'

끈끈한 유혹을 떨쳐버리는데는 무조건 '확~!' 털고 일어나는 것이 최고라

우선 이불부터 제껴 치운다.

"아이고~~! 시원~하다"

깨끗이 미련을 떨쳐내고 세수하랴 밥 챙기랴 정신없이 설친다.

 

다소 늦은 시간이라

당초 계획을 접어두고 가장 손쉬운 도봉산을 선택한다.

한 보름전쯤 이었던가?

집사람이 '오랜만에 도봉산에 한번 가봤으면......' 하던 말이 생각난다.

 

<망월사가 보이는 능선에서>

 

도봉산 매표소에 닿으니 벌써 11시 30분이다.

날씨 탓인가? 아니면, 토요일이기 때문인가?

늘 수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매표소 입구에는 찬바람만 썰렁하다.

오늘 추위를 예감하여 겨울 등산복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였건만

그래도 추위를 완전히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모자를 뒤집어 쓴 채 매표소를 통과하여 은석암 방향으로 올라간다.

평소 다녀본 바로는 이 길은 능선이 좋아 길 위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괜찮고

다른 길에 비해 아기자기한 바위맛도 있어 도봉산의 여러 길 중 내가 가장 즐겨찾는 코스다.

하지만 이 길은 올라갈 때마다 늘 입구에서 부터 답답하고 몸이 무거워짐을 느낀다.

걸어 가면서 점점 그런 증세는 해소되고 몸은 다시 가벼워지지만.........

"휴우~! 힘들어!"

 

<도봉산 정상>

 

처음 집에서 나설 때는 며칠전에 내린 눈을 생각하며 도봉산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였으나

막상 와 보니 눈은 거의 다 녹고 잔설만 남아있다.

'천만다행이로다 !'

 

날씨는 춥지만 햇살은 생각보다 따뜻하다.

그래서 그런지...............

추위에 뺨은 시리지만 두텁게 끼어입은 옷 위로 내려쬐는 햇살 때문에 등이 축축해진다.

옷을 벗자니 강추위요, 입고 있자니 땀이로다 !

땀을 참는 것도 인내요, 수양이니!

'어지간 하면 그냥 참고 가지 뭐!'

 

<자운봉을 배경으로>

 

작은 소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발 아래에는 마사토가 부서져 주르르 흘러내린다

이 길을 수없이 올라왔건만 올 때마다 늘 새롭고 정겹다.

'그 때 그사람'이란 노래가 있다더니

발 아래 밟히는 하나하나가 모두 '그 때 그 길'이로구나.

잠시 넓적바위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집사람의 옆모습을 쳐다보니 다소 힘들어 하는 기색이다.

아마 지난 한 주 산행을 건너 뛴 탓이리라!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산중턱을 넘어서니 찬기운이 더욱 심해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눈이 별로 쌓여있지 않아 길이 미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매년 겨울. 이 도봉산을 오를 때면

'눈 덮인 바위를 지나다가 혹 미끄러지면 어쩌나........' 하는 은근한 걱정을 하곤 했다.

 

<자운봉>

 

사람에겐 인생살이의 고단함이 있듯

저 산도 그런 희노애락이 있는 것일까?

아직도 젊다 생각했던 내 얼굴에도 이젠 하나 둘 주름살이 늘어난다

세월 앞엔 장사 없다더니........

내 마음 탓일까?

웅장하고 화려한 도봉산도 오늘 따라 무척이나 수척해 보인다.

필경 내년 봄이면 다시 피어날 꽃이건만

오늘 바라보는 도봉산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조용히 인고의 세월만을 기다리는 외로운 달관자의 모습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감히 흉내내지 못할 위엄과

고단한 세월을 참고 이겨낸 큰 승리자의 조용한 침묵을 느끼게 된다

도봉산아!

훌륭하다. 도봉산아!

<선인봉과 만장봉>

 

포대능선의 바로 아래에는 자운봉, 만장봉, 선인봉을 조망하는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언제 보아도 시원스런 세 봉우리는 포대능선의 절경과 어찌 그리 잘 어울리는지.......

옛날 어린시절

만화책에서 보았던 흰수염을 길게 휘날리는 도사님이 만약 있었다면

아마도 이 도봉산에서 살았으리라!

 

<포대능선>

 

포대능선은 늘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정체되는 곳이건만

토요일에 날씨까지 추운 탓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누워서 떡 먹기로 포대능선을 뛰어 넘고

자운봉의 뒤를 돌아 마당바위로 하산한다.

왠지 모를 고독함이 산 전체에 잔득 깔려있는 듯

쓸쓸한 여운을 남기며

능선을 따라 성도암으로 내려온다.

추위 때문에 서두른 탓일까?

생각보다 시간도 적게 걸렸다.

도봉매표소를 지나며 ............

한 주 동안 쌓인 심신의 피로를 툴툴 털어내고 후련한 마음으로 귀가한다.

 

 

<산행코스>

도봉매표소 - 은석암 - 다락능선 - 포대능선 - 자운봉 - 마당바위 - 성도암 - 도봉매표소

 

 

2005. 12. 17  도봉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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