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연가(2005. 11. 20)
산봉우리 올라서면
- 오호 우오현 -
산봉우리 올라서면
나는 한 그루 푸른 소나무가 된다.
타오르는 태양에도 메마르지 않고,
살을 에는 눈보라에도 잎 지지 않는
산봉우리 높은 곳에 홀로 서있는
한 그루 늘 푸른 소나무가 된다.
산봉우리 올라서면
나는 한 줄기 실바람이 된다.
거친 몸짓으로 휘날리지 않고,
고요히 한 자리에 머물지도 않는
산들산들 솔잎 사이로 소리 없이 불어오는
시원한 한 줄기의 실바람이 된다.
산봉우리 올라서면
나는 두둥실 푸른 하늘 떠다니는 흰구름이 된다.
얼기설기 세상일에 얽매이지 않고,
이리저리 시류따라 흐르지도 않는
허허공간 텅 빈 하늘 마음껏 떠다니는
두둥실 푸른 하늘 흰구름이 된다.
산봉우리 올라서면
나는 이름 없는 산사의 수도승이 된다.
고요하고 아늑한 인적 드문 산사의........
산봉우리 산사에서 사바세계 바라보며
희노애락 고행길을 말없이 걸어가는
이름 없는 산사의 수도승이 된다.
<수락산 암봉>
수락이여!
내 너를 흠모한 지 어언 수여 년이 흘렀구나.
빼어난 너의 몸매!
기암괴석 어우러진 아름다운 너의 자태에 취해
내 너를 찾기를 그 동안 몇회든가?
게다가.....
교통 편리하고, 입장료 한푼 없이 내 마음대로 너를 찾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로다 !
살피건데
가히 서울의 뭇산들이 너에 비할 바가 못되는구나!
한가지 아쉬움은,
내 그 동안 너를 너무 자주 대하다 보니
너에 대한 새로운 감흥이 없고,
또, 너무 많은 산객들이 너를 찾아 먼지도 많이 일고 혼잡하기도 하여
한 동안 너를 멀리하였도다.
참으로 미안하구나.
<입석대>
정말 오랜만에 수락산역에 내렸도다!
내 늘 다니던 덕성여대 생활관 옆길을 피해 노원골로 향하노라!
일요일이면 너무 많은 산객들이 그 길로 오르기에
내 심기가 심히 불편하여
다소나마 인파의 행렬을 피해보고자 부득불 취한 조치이니라!
노원골 동민들의 놀이터인 배드민턴장을 지나 서쪽능선을 따라 오르니
소나무 가지를 잘라 만든 소박한 나무계단들이 나를 맞이 하는구나!
잘 관리된 등산로라는 느낌은 들었으나
역시 산에서 계단길을 오름은 좀 지겨운 감이 있구나 !
11월 늦가을의 쌀쌀한 바람이 귓가를 스쳐 가는도다!
<능선에서>
쌍계동, 중계동에서 올라오는 수락산 남서능선과 합쳐지는 지점에 이르니
점점 사람들의 행렬도 불어나기 시작하는구나!
햇살은 좋건만은 시절이 시절인지라 두 뺨은 차갑도다.
마침내 만추도 다 거(去)하고, 입동이 문턱에 래(來)하였도다.
건너편 서능의 긴 경사면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추워 보이는구나!
과년(過年) 1월의 어느 날 이었던가?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저 능선을 내자(內者 : 아내)와 더불어 오르던 기억이 새롭구나.
머리에 뒤집어 쓴 털모자 위로는 눈보라가 사정없이 내려치고,
두 겹이나 끼고 있는 겨울장갑 사이로 뚫고 들어오는 송곳같은 추위에,
연방 '후~ 후~!' 입김으로 손을 녹이며 올라가던 그 기억이......
얼굴은 싸늘하게 얼어붙은 채
사람 하나 없는 저 능선을 나의 내자와 단둘이 고군분투하며 올라가던 그 기억은
아마도 우리 내외가 평생동안 잊지 못할 추억의 수락이 될 것이니라!
<능선에서>
만추지절의 수락 하늘은 무척이나 높고 푸르도다.
높고 푸른 저 하늘 위에 걸린 수락의 암봉들 또한 고고하도다!
입석대, 철모바위, 코끼리바위, 그리고 이름도 없는 또 다른 바위들 조차도
수락의 능선을 화려하게 수 놓는구나.
가까이 다가가면 수많은 산객들로 먼지 '푹! 푹!' 이는 길이건만
여기 멀리서 바라보니 천하절경이 별거더냐 하노라 !
<바위능선 위에서>
이젠, 정상이 지척이라.
두어 개의 암봉을 넘어 널찍한 바위 위에 올라서니
아래로는 수락계곡의 깊은 낭떠러지가 아득하고
양옆으로는 길게 뻗은 능선 위로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도다.
바람마저 시절을 아는지 싸늘하게 불어오도다 !
내,
이런 날 산봉우리 위에 올라서면,
산 속에 은거하며 세상을 등진 옛 선비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도 같은데.........
세상살이 고달프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찌기 익혀 알고 있건만
무엇이 또 그리 더 애닯을 것이 있더란 말인가?
세상 떠나 산 속에 파묻히면 산봉우리 위의 저 소나무와 더불어 독야청청 하련만은......
속세의 번민들을 저 바람에 날려보내고
둥둥~! 흰구름처럼 자유롭게 떠다닐 것을..........
오호라~!
대답 없는 메아리만 허공 속에 가득하도다 !
<코끼리바위>
어언, 능선을 다 올라 철모바위 옆에 서는구나.
오를 때의 고단함은 바람결에 날려보내고
저 아래 수락계곡의 더 넓은 공간을 바라보니
허허탕탕~! 텅~ 빈 공간이로다 !
세속에 찌든 마음 저 텅~ 빈 공간으로 흘려보내고
두둥실 구름같이 유유자적 살아보자 !
아하~! 수락이여~!
일망무제(一望無際)로다 !
눈앞에 그칠 것이 없구나~!
철모바위 옆을 지나 수락의 정상으로 향하노라
수락의 정상이여~!
너는 어이하여 수려한 몸매, 아름다운 자태와는 어울리지 않게
한낱 뒤안길 같은 길목에 자리하였는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너의 머리에는 몇개의 큼직한 바위더미 솟아 있고
그 위에는 찬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가 있음이라 !
수많은 산객들이 복잡하게 얽혀 자갈치 시장같은 너를 뒤로 하고
아쉬운 마음 달래며 발길을 장암으로 돌리노라 !
장암길의 장관은 역시 홈통바위가 으뜸이라 !
거대한 경사면의 바위 위에 긴 한줄의 홈통이 패였구나.
하여,
너의 이름을 홈통바위라 하였는가?
홈통바위 밧줄에는 수많은 산객들이 매달렸으니
마치 알사탕을 줄줄이 엮어 놓은 형상이로다!
내 처음 홈통바위를 밟았을 때의 그 아슬아슬한 감격은
일생일대의 스릴 이었건만
지금은 이 내 맘도 시들하여
긴 바위 경사면엔 위험만이 가득해 보이는구나.
한 가닥의 밧줄에 몸 맡기고 내려오면
"휴우~!"
어찌 이리 기분이 꺼림직 하단 말인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 길이건만
감흥이 한숨으로 바뀌었으니
이 모든 게 다 변덕스런 내 마음 탓이로다!
<수락산 암봉>
장암계곡 위의 능선을 따라 하산하니
저 아래 계곡물이 날 원망하는도다
내 여길 오르내릴 때마다 계곡길을 이용하였건만
어찌하여 이번에는 계곡길 마다하고 능선으로 가시는가?
아서라~!
장암계곡이시여 !
일편단심 민들레도 좋으나
이왕에 가는 길 다른 길로도 가보세
한많은 여인네의 하소연을 애써 못들은 체하며 능선따라 장암으로 내려오니
장단지는 아프지만 운동은 좀 더 하게 되었구나 !
하산을 완료하니
피로는 쌓였으나,
아름다운 산천, 시원한 풍운과 더불어 벗하며 멋진 하루 보냈구나 !
스트레스 해소하여 마음까지 후련하고, 건강까지 챙겼으니
일석이조로다 !
수락이여~!
나의 사랑, 수락이여~!
훗날을 다시 한번 기약하며
이젠 그만 이별을 고하고자 하노라 !
2005. 11. 20 수락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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