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도드람산(2005.10.08)

OHO 2005. 10. 8. 21:04

도드람산(2005. 10. 8)

 

 

산다는 것은
한줄기 바람같이 지나갈 짧은 시간들을
그토록 길게 느끼면서
안간 애를 태우며
부질없이 매달리는
그런 것일까?

산다는 것은

흙먼지가 바람에 날리 듯

의미없이 왔다가 의미없이 가버리는

그런 것일까?
무심한 시간 속에 무심하게 가버리는

그런 것일까?

 

 

 

중부고속도로 서이천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용인 방향으로 5분 정도 달리면 도드람산 입구 주차장인 길가의 빈터 같은 도로가 나온다. 오른쪽으로는 SK텔레콤연수원 건물이 보이고, 왼쪽은 도드람산 등산안내판이 붙어있는 산행 들머리에 해당한다. 발길을 연수원 건물로 돌린다. 전깃줄 아래로 도드람산 봉우리들의 멋진 모습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도드람산 전경>

 

SK연수원 건물을 지나 영보사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니 도드람산 산행 들머리가 나온다. 이미 많은 산악회에서 다녀갔는지 좁은 들머리에는 온갖 산악회의 꼬리표가 잔뜩 붙어있다. 입구부터 다소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간다. 도드람산은 해발 349m의 낮은 산이지만 능선을 연결하는 4개의 봉우리들이 모두 뽀죽뽀죽한 바위들로 형성되어 있어 소위 바위 맛을 보고싶어하는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산이다.

<1봉에서>

 

바위 곳곳에 뽀죽히 돋아난 돌뿌리를 잡고 제 1봉에 올라서니 어느 듯 이마에 땅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바위 봉우리라 그런지 봉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나뭇가지들이 더욱 운치를 돋우며 맑고 청명한 가을하늘 속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2봉>

 

<2봉으로 가는 바위능선>

 

1봉에서 2봉으로 넘어가는 길은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옆으로 돌아가는 길도 있지만 도드람산의 진맛은 암릉 구간에 있다고 하니 일부로라도 이 길로 가야 할 판이다. 바윗길을 이리 넘고 저리 넘고 하면서 제2봉에 도착한다.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놓인 서너 개의 벤치에는 먼저 온 등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간식을 먹으며 땀을 식히고 있다.

<2봉에서>

 

도드람산의 산행은 이렇게 바윗길과 일반 등산로가 함께 있어 각자의 취향에 맞춰 길을 선택해서 갈 수 있다. 그러나 도드람산 등산은 바위 맛을 보는데 있고 또한 산행 거리도 그리 길지 않으므로 바윗길을 택해 가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3봉으로 가면서>

 

<2봉에서 3봉으로 올라오는 등산객들>

 

3봉에 오르면 이제 거의 정상에 가까웠다는 느낌이 절로 들 정도로 주변이 모두 발 아래로 펼쳐진다. 곳곳에 널린 기암괴석들이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 빛 단풍과 함께 어우러져 눈 닿는 곳마다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낸다. 자연이 그려내는 아름다움에 심취하여 일상사의 고달픔도 잊고 온통 세상이 아름다운 것으로만 느껴지니 이 또한 병(病)이리라! 하찮은 인생살이 대범하게 살지 못하고 왜 그리 아둥바둥 매달리며 살아야 하는 지 스스로 안타까울 뿐이다.

<3봉에서>

 

<3봉에서>

 

<정상으로 가면서 본 기암>

 

제4봉은 도드람산 정상에 해당한다. 멀리서 보면 3봉이 더 높아 보이나 실은 4봉이 가장 높은 봉우리라 한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더 넓은 공간을 바라보며 마음 밑뿌리에서부터 올라오는 한 가닥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펼쳐본다. 저 아래 중부고속도로의 긴 줄기조차도 한 폭의 그림으로 와 닿는 더 넓고 큰 포용감을 느끼면서 도드람산 정상에 선 쾌감을 마음껏 음미한다.

<정상에서>

 

<정상에서>

 

<정상에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목리에 위치한 도드람산 정상에는 효자봉(孝子峰)이라고 새겨진 작은 비석이 하나 있다. 도드람산의 유래가 되기도 하는 이 봉우리명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한다.

 

옛날 이 산 근처의 마을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자가 있었는데 어머니가 이름 모를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자 효자는 정성을 다해 어머니를 간호하며 의원을 찾아 온갖 약을 다 썼으나 어머니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었다. 그런 어느 날 시주를 왔던 스님이 그 효자의 딱한 사정을 듣고는 도드람산에서 자라는 석이버섯을 따다가 어머니께 드리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효자는 스님이 알려준 대로 석이버섯을 따다가 어머니께 드렸더니 과연 눈에 띄게 병세가 차도가 있었다. 그날도 효자는 석이버섯을 따기 위해 이곳에 이르러 한가닥 밧줄을 몸에 묶고 절벽에 매달려 석이버섯을 따고 있는데 난데없이 산돼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게 생각한 효자가 절벽을 올라가 보니 산돼지는 간 곳이 없고  몸을 지탱하던 밧줄이 바위 모서리에 닳아서 거의 끊어질 순간이었다. 효자의 효심을 가상하게 여긴 산신령이 산돼지를 보내 효자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그로부터 산 이름을 돋(돼지)울음산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이 돋울음산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도드람산이 되었다고 한다. 한자로는 돼지 저(猪)에 울 명(鳴)를 써서 저명산(猪鳴山)이라 부른다고 한다.

<정상에서>

 

<효자봉 비석 뒷면에 새겨진 글>

 

<정상에서 바라본 중부고속도로>

 

발길을 다시 돼지굴 방향으로 옮긴다. 도드람산 산행의 백미는 돼지굴로 향하는 바위능선에 맛볼 수 있는 짜릿한 암벽등산과 또 그 속에 펼쳐진 능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라고 하니 이 또한 놓칠 수 없는 것이다. 1봉에서 4봉까지 이어지는 암릉구간도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었지만 돼지굴로 향하는 바윗길은 정말 짜릿한 쾌감을 가져다 줄 정도다. 곳곳에 철제 손잡이나 발판이 마련되어 있어서 위험하진 않지만 그래도 일반 등산객들에게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아찔한 절벽들이 계속 연결되는 위험구간임에 틀림없다.

<돼지굴로 가면서 본 괴석>

 

산에서 위험하다는 느낌은 다른 한편으로는 멋진 경관이 펼쳐지는 곳이라는 말과도 일맥 상통한다. 산은 우리에게 무한한 희망을 주고 또 산은 우리에게 더 넓은 가슴을 펼쳐준다. 산 아래로 넓게 펼쳐진 나무숲은 한 폭의 융단을 깔아놓은 듯 부드럽게 부드럽게 펼쳐진다. 날개라도 있다면 훨훨 날아 솜털 같은 이불위로 사뿐히 내려앉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돼지굴로 가는 바위능선길>

 

<돼지굴로 가는 바위능선 위에서>

 

<전망대 부근>

 

암릉구간의 끝에는 전망대가 있다. 말이 전망대지 그 동안 걸어온 길 전체가 하나의 전망대나 마찬가지여서 굳이 이 곳 전망대를 꼬집어 전망이 좋다고 말할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다. 전망대 아래가 돼지굴이지만 지금은 철계단이 설치되어있어 굳이 돼지굴을 통과할 필요가 없다.

<전망대에서>

 

<전망대에서>

 

전망대 아래서 점심을 먹고 다시 발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팻말에 표시된 장암리 방향의 하산길은 별 볼 것이 없다고 하여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만 대신 이번에는 바위능선길이 아닌 일반 등산로로 걸어간다. 올 때와는 달리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다 지나간 시간대여서 그런지 산 전체가 조용하다. 산길은 소나무와 밤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조용히 삼림욕을 즐기는 기분으로 하산한다. 유독 밤나무가 많은 도드람산은 비록 작은 밤송이지만 9월이면 밤을 주우러 와도 될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천 쌀 축제 공연>

 

<이천 쌀 축제에서>

 

하산 후에는 마침 이천 쌀 축제가 한창이라고 하여 이천도자기 전시장에서 벌어진 쌀축제와 도자기 구경을 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서울로 향한다. 나른한 피로가 온 몸을 엄습하며 운전을 어렵게 하는 바람에 집사람과 교대로 핸들을 잡으며 오후 4시경 집에 도착했다.

<이천 도자기 전시장 앞에서>

 

 

2005. 10. 8  도드람산을 다녀와서

오호

 

 

 

'등산 > 수도권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 부산동기들과 함께 합동산행(2005.10.23)  (0) 2005.10.24
청계산(2005.10.16)  (0) 2005.10.16
북한산 산행일기(2005.09.19)  (0) 2005.09.19
대금산(2005.09.10)  (0) 2005.09.10
백운산 산행일기(2005.9.3)  (0) 200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