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백운산 산행일기(2005.9.3)

OHO 2005. 9. 3. 21:50

백운산 산행일기(2005. 9. 3)

 

해발 904m의 백운산은 경기도 포천군과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이 일대에는 광덕산, 박달봉, 백운산, 국망봉, 명지산 등의 고산준령들이 연봉을 이루며 하나의 긴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백운산의 백운계곡은 물이 맑고 기암괴석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낸 수려한 풍광으로 여름철 피서지로도 좋은 곳이라 해마다 여름철이면 가족 나들이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매주 토요일이면 의례 가는 등산이라 아침 일찍부터 서두러곤 했는데 오늘따라 집사람이 조금 늦장을 부린다. 마음속으론 애가 타지만 기실은 나도 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온몸이 나른하다. 휴일이면 늦잠도 자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리라. 한창 입시 준비를 하느라고 휴일도 없이 학교를 가는 고등학교 3학년인 쌍둥이 딸들의 아침 준비와 함께 오늘 산행준비를 서두느라 뒤늦게 바쁜 집사람을 재촉할 수도 없어 그냥 기다린다. 오늘 비소식이 있다고 했는데 은근히 걱정이 되지만 하늘을 보니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9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집을 나서 47번 국도를 달려 포천의 도평삼거리에서 광덕고개 방향으로 돌려 산행기점인 흥룡사 입구에 도착했다. 백운산 등산은 일반적으로 광덕고개를 산행기점으로 많이 잡고 있지만 자동차를 가져가면 원점회귀형 산행을 해야 하므로 오늘 산행기점을 흥룡사 입구로 잡은 것이다.


<백운산 등산안내판>

 

11시 30분경 흥룡사 입구에서 백운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요즘은 매주 1회 이상 비가 내려 어느 산을 가도 계곡에는 맑은 물이 넘쳐흐르지만 이 곳 백운계곡의 물은 어느 계곡보다 맑고 풍부한 느낌이다. 흘러 넘치는 물의 맑고 깨끗함에 탄성을 자아내고, 계곡 곳곳에서 보게되는 크고 작은 바위들의 해맑은 모습과 그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또 한번의 감탄을 자아낸다.


<백운산 흑룡사 사명비>

 

작년가을 친구들과 이 곳 백운산을 찾았을 땐 지금 올라가는 길로 올라갔다가 다시 이 길로 내려와 조금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 집사람과 함께 이 산을 다시 찾게 된 것은 백운산이 여름 산행지로도 이름난 곳이지만 지난가을 산행에서 아쉬웠던 점을 보충하려는 마음도 은근히 작용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백운계곡에서>

 

옥류선인지 선녀탕인지 이름은 알수 없지만 넓게 펼쳐진 바위지대 위를 티끌하나 없는 듯한 옥류가 흘러내리는 계곡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든다. 산수가 아름다우니 그 속에서 손 씻는 마누라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 속에 어울려 선녀(?) 같은 모습이다. 내 마누라도 저렇게 이쁜 모습으로 보일 때도 있구나! 신선이 달리 신선이 아니라 아름다운 산수에 묻혀 자연과 함께 생활하다보면 저절로 신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리라!


<백운계곡에서>

 


<백운계곡에서>

 


<백운계곡>

 


<백운계곡>

 


<개망초 옆에서>

 

잠시간의 꿈에서 깨어나 다시 발길을 산으로 향한다. 계곡물의 맑고 아름다움도 모두 물과 함께 흘려보내고 땀으로 얼룩진 산행의 고달픔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마지막 여름을 뜨겁게 달궈내는 산행을 하리라! 이제 9월이라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여름철 무더위가 극성스럽게 매달리며 몸의 열기를 더욱 더 끌어올린다. 산 속은 온통 숲으로 가득하여 뜨거운 햇살은 피할 수 있다지만 온몸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이다.


<능선에서>

 


<능선에서>

 


<능선에서>

 

저 계곡 건너편에는 오늘 우리가 하산기점으로 생각하는 도마치봉이 뽀죽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산의 정상부는 아직 보이지도 않는데 하산기점을 먼저 보게되니 아직 올라야 할 거리가 많이 남았음을 짐작케 하는 것이다. 백운산은 생각보다 깊어 산 아래에서는 정상을 쉽게 확인할 수가 없다. 산 전체에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하기만 하던 산에 서서히 사람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앞서가던 부부 한 쌍이 우리 뒤로 처지기도 하고, 산 위에서 하산하는 등산객들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이젠 정상에 가까웠음이랴!


<도마치봉(왼쪽)과 흥룡봉(오른쪽)>

 


<백운산 정상 - 오른쪽 뒤에 보이는 봉우리>

 


<능선에서>

 


<능선에서>

 

거의 2시간을 쉬지 않고 올라간다. 집사람은 자신이 요즘 매일 집 뒤에 있는 봉화산을 올라가는 바람에 몸에 무리가 생겨 힘이 딸린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땐 매일 작은 산이라도 올라간 덕분에 몸이 산에 잘 적응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시간을 쉬지 않고 올라가는데도 그다지 불평이 없다. 이젠 주변 산봉우리들이 차츰 차츰 발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다. 정상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다소 답답함은 있지만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조금 피로하더라도 정상에서 느긋하게 쉬기로 하고 계속 발걸음을 옮긴다.


<도마치봉을 바라보며>

 


<도마치봉>

 

백운산 정상에는 서너 팀이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고 있다. 멀리 광덕산의 기상관측소가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고 상해봉과 박달봉의 모습도 확연하게 보인다. 정상에 돌비석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면서 이정표에 새겨진 백운봉이란 글자로 정상석을 대신하여 기념사진을 하나 남긴 후 삼각봉이라 표시된 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도마치봉으로 가는 길이다.


<백운산 정상에서>

 


<정상에서>

 


<백운산 정상에서 본 광덕산>

 

능선길은 완만하여 걷기에 매우 편한 느낌이다. 능선 곳곳에는 이름도 모를 야생화들이 우릴 반겨준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든 탓일까 꽃들도 씨를 남길 준비를 하는지 조금씩 갈색으로 변한 꽃들도 눈에 띈다. 계절 따라 산의 모습도 조금씩 바뀌게 될 것이다. 백운산 정상에서 도마치봉까지는 대략 2Km 정도 되어 1시간이 조금 못 미치는 거리다. 헬기장 표시가 되어있는 도마치봉에서는 국망봉과 화악산의 모습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단지 나뭇가지들로 인해 시야가 약간 가려질 뿐이다.


<도마치봉에서>

 


<도마치봉에서 본 국망봉>

 


<도마치봉에서 본 화악산>

 

도마치에서 흥룡봉 방향으로 길을 돌린다. 길게 자란 풀들이 길을 덮고 있지만 길을 찾아 내려오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제법 가파른 경사를 대략 30분 가량 내려오면 도마치봉과 흥룡봉 사이의 안부에 이르고 여기서 백운계곡의 본 줄기로 내려가는 계곡길과 흥룡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당초 계획은 흥룡봉을 거쳐 내려갈 심산이었으나 계곡방향으로 난 길에 각종 산악회의 꼬리표가 많이 붙어있어서 이 길이 더 잘 알려진 길로 생각하고 계곡길로 접어든다.


<흥룡봉 안부의 적송 군락>

 

계곡길을 따라 조금 내려오니 물소리가 들려온다. 더위 끝에 들어보는 물소리라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오늘 이 산에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 얼른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든다. 물 속에 몸을 담근 지 1분도 되지 않아 온 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진다. 물이 찬 때문일까? 아니면 계절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1주일 사이에 물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깊은 산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백운계곡 상류>

 

계곡길은 생각보다 길어 내려갈수록 점점 더 끝이 없는 듯한 느낌이다. 처음 계곡으로 접어들었을 땐 한 30분이면 백운계곡 본류에 접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거의 2시간 정도의 먼길이다. 게다가 길 마저 찾기 힘들고 계곡 이쪽 편과 저쪽 편을 번번이 갈아가며 건너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 어려움을 감내한 덕에 계곡의 수려함을 한껏 맛볼 수 있었다고 할까? 곳곳에서 넘쳐흐르는 물소리와 계곡 사이에 널버려진 바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구경하며 무려 2시간 정도의 계곡길을 내려와 백운계곡의 본줄기와 합류한다.


<계곡에서>

 

백운계곡 본줄기와 합류하면서 하산길도 거의 끝나게 된다. 넓게 펼쳐져 흘러내리는 옥류에 잠시 오늘 산행을 마감하는 휴식을 취한 다음 흥룡사 앞을 통과하여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오후 5시 30분경이다. 무려 6시간의 산행을 한 셈이다. 우리와 같은 코스를 밟은 부부 한 쌍이 동고동락의 감정을 가지게 된 탓일까? '산행기점을 역을 잡아 이 계곡으로 올라갔다면 중간에 지쳐 완주를 못했을 것' 이라며 은근히 계곡길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나도 생각보다 긴 계곡에 피로를 느끼긴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의 긴 산행에 온몸에 찾아드는 나른함을 느끼며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한다.


<백운계곡 상류>

 

 

(등산지도-http://www.koreasanha.net/san/map/gwandeog.jpg)

 

2005. 9. 3  백운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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