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산 산행일기(2005. 8. 14)
소리산(小理山)은 경기도에서 오지로 알려진 단월면 석산리와 산음리에 걸쳐있다. 양평군 단월면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소리산은 강원도 홍천군과 접경을 이루는 경기도의 오지라 할 수 있다. 소리산은 해발 479m로 주변의 다른 산에 비해 큰산은 아니지만 깎아지른 바위 절벽과 맑은 계곡이 한데 어울려 예로부터 「산음리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인근의 모든 산들이 토산인데 비하여 소리산은 정상과 주능선이 깎아지른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음천의 계곡과 함께 어우려진 수려한 주변 암벽 때문에 옛부터 「산음리 소금강」으로 불린다
이젠 여름도 어느 듯 막바지에 이른 모양이다. 오늘이 말복이라 더위는 여전하지만 지난 토요일부터 내일 월요일 광복절에 이르기까지의 황금 같은 3일 연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가족 동반으로 좀 멀리 여행을 가고싶기도 하지만 고3이 둘이나 있는 형편이라 그럴 수는 없고 그냥 평소대로 조용히 당일 산행을 갔다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은근히 차량 정체를 걱정했는데 아직은 다소 이른 시각인지 차가 그리 많지는 않다. 오랜만에 시원한 한강을 끼고 양평 방향으로 차를 달린다. 과거에는 이 길도 왕복 2차선의 도로로 여름철이면 밀려드는 차량행렬로 몸살을 앓던 곳인데 한강 위로 도로를 내 놓으니 이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집사람은 지난밤에 잠이 모자랐는지 아예 좌석을 뒤로 밀고 처음부터 잠에 폭 빠져들었다. 시원하게 트인 한강의 조망과 강바람도 좀 쐬면 좋을텐데......
양수리, 양평, 용문을 차례로 지나 홍천 방향으로 달리다가 단월이란 안내표지판을 보고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초행길이라 방향 감각이 다소 모호하지만 「산음자연휴양림」의 표지판을 보고 345번 지방도를 따라 차를 달리니 산을 뛰어넘는 꽤나 긴 고갯길이 나타난다. 「비슬고개」인 모양이다. 고개를 넘어 석산리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도로변에 「소리산 소금강」이라 새겨진 돌비석이 나오고 그 옆 공터에 차를 세울 수가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조용한 주변 분위기와 함께 산음천의 넓고 맑은 물이 지난 며칠간의 비로 힘차게 흘러내린다. 개울 건너편의 깎아 세운 듯한 봉우리들은 산음천과 어울려 한폭의 그림을 그려낸다. 물이 넘쳐 개울을 건너기가 만만찮아 망설이고 있으니 휴양지를 관리하는 듯한 청년이 바로 앞에 있는 「소리산2교」밑으로 내려가면 개울 건너편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산음천을 건너 골짜기의 지류를 따라 오르면 군데군데 밧줄이 설치된 다소 가파른 계곡길로 접어든다. 지난 며칠간의 비로 인한 흔적인가? 수량도 꽤 풍부하고, 비에 떠내려온 듯한 나뭇가지들이 계곡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자그마한 폭포 줄기들의 해맑은 소리가 잦아들면서 산길은 다시 왼쪽으로 꺾이고 굴참나무 무성한 능선길로 이어진다. 수리바위로 올라가는 길이다.
나무그늘이 햇볕을 가려주고는 있다지만 다소 지루한 돌밭길에, 말복에 해당하는 마지막 더위는 기승이 심하여 연신 줄줄 땀이 흘러내린다. 더위에 지친 집사람이 산행코스를 잘못 잡은 것 같다고 불평을 늘어놓는다. 인터넷에는 분명 여름에 가볼 만한 산이라고 되어 있어 찾은 곳인데.......
그러나 그 불평도 잠시 후 수리바위에 올라서면 쓸데없는 투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바위틈에 소나무 몇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조그만 시골 도로와 그 주변의 민박집들, 그리고 건너편 봉미산(856m)의 후덕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수리바위는 소리산에서 처음 마주치는 봉우리겸 전망대이다. 산 아래로부터 냉장고 문을 막 연 것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등줄기를 타고 내리던 땀방울을 깨끗이 날려버린다.
소리산은 유독 굴참나무가 많이 우거져있다. 산 전체가 굴참나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거진 굴참나무 숲 그늘과 깎아지른 서쪽 절벽 아래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산행중 내내 더위를 잊게 해준다. 능선을 타고 출세봉, 바람굴, 446봉을 거쳐 소리산 정상에 이른다. 소리산은 대체로 육산에 해당하나 정상 주변은 바위지대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정상부 북쪽 사면은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어 그 아래를 바라보면 섬뜩한 전율이 일어날 정도의 깊은 단애를 이룬다.
소리산 정상에 올라 주변을 바라보면 멀리 용문산과 중원산은 물론이고, 이름도 모를 크고 작은 산들이 사방을 빙 둘러 아름다운 경계를 이루고 있다. 정상에서 북쪽 바로 산밑으로 내려다보이는 물레울(문례)은 산음천 냇가에 옛날 두개의 물레방아가 있어 붙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345번 지방도가 뚫리기 전까지 양평지역에서도 손꼽히는 오지마을이었다고 한다.
소리산의 본래 이름은 정상 동쪽 밑에 수리 형상을 한 바위가 있어 수리산이었다고 한다. 그 수리형상을 한 바위의 부리가 물레울을 향하고 있었는데, 물레울에서 먹이를 쪼아 산너머 마을로 집어던지기 때문에 옛부터 물레울 마을은 가난했다고 한다. 그러나 몇 년 전 여름에 수리바위에 벼락이 떨어져 바위가 깨졌고, 그 뒤로는 마을이 꽤 살만하게 됐다고 한다. 요즘은 물레울에서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몰려들고, 참취·장뇌삼 등을 재배해 살기가 훨씬 나아졌다고 한다.
정상에서 동쪽 방향의 피난봉으로 향한다. 몇몇 산악회에서 온 듯한 사람들로 갑자기 조용하던 산이 '왁짜지끌' 요란하다. 대부분 노인들과 여자들이다. 아마도 소리산이 그다지 높지도 않으면서 여름 한철 피서지로 괜찮은 곳으로 생각되기 때문인가 보다.
피난봉을 지나 산길을 벗어나니 시멘트 포장의 임도가 나타난다. 그냥 감각적으로 길 아랫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소향산장이란 팻말이 보인다. '아하~! 길을 잘못 들었구나.' 산길을 벗어나 길 윗쪽으로 가야하는데......... 다시 길을 올라간다. 일단 내려왔던 길을, 그것도 시멘트 포장길을 다시 올라가자니 마음부터 지쳐버린다. 그늘 하나 없는 포장도로 위로 내리쬐는 햇살의 따가움은 속된 말로 '죽을 맛'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시멘트 포장길을 벗어나 임도를 따라 논골로 향한다. 길가엔 몇 송이 야생화들이 제법 그럴듯한 자태를 뽐내고, 시원한 나무그늘도 있지만 아무래도 임도는 일반 산길보다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길이 험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논골에 도착하여 다시 계곡으로 가는 길로 들어선다.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던 듯 길은 뚜렷하지만 숲이 우거져 걸어가기가 만만찮다.
다시 계곡길에 이르니 여기저기서 사람소리가 들리며 산악회 소속인 듯한 등산객의 무리가 계곡길로 하산하고 있다. 그 사이에 섞여 내려가다 계곡 한쪽 옆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 후 느긋한 마음으로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더위도 식힌 다음 계곡길을 따라 산음천으로 내려온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고생은 좀 했다지만 시간은 아직도 3시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산음천에 도착하니 수많은 피서객들이 개울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아침에 우리가 도착했을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조용하던 개울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한여름의 열기가 가득하다. 개울이 넓고 물이 많으니 찾는 사람도 많음이리라! 내리쬐는 햇살을 가로질러 다시 비슬고개를 넘어 서울로 향하는 6번 국도에 차를 올려 집으로 향한다.
<소리산 등산지도> http://www.koreasan.com/data/m/sori.jpg
2005. 8. 14 소리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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