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산 산행일기(2005. 8. 6)
휴가철이 한창이라 그런지 47번 국도 위에는 아침부터 수많은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에서 포천까지 계속 이어지는 차량 행렬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애꿎은 시간만 빼앗는다. 도평삼거리에서 백운계곡을 지나 광덕고개를 넘어선다. 광덕고개는 6.25 전쟁 때 미군 병사들이 행군 도중 졸다가 고개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일이 많아 카라멜을 나누어줌으로써 졸음을 막았다고 해서 '카라멜고개'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지금은 포장이 잘 되어있어서 그런 걱정은 없으나 굽이굽이 산허리를 길게 휘감아 도는 고갯길은 얼핏보아도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긴 길임이 틀림없다는 느낌이 절로 들게 한다.
'광덕휴게소'를 지나자마자 왼쪽으로 난 '광덕산식당' 옆으로 난 좁은 길로 들어선다. '광덕산 등산로'라 새겨진 조그만 팻말이 있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안내표지판을 구경할 수가 없어서 산행입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길옆에 별도로 만들어 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 옆으로 난 큰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지만 뭔가 허전하다. 등산안내판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당초 산행계획은 광덕산 입구에서 능선을 타고 바로 광덕산 정상으로 오른 다음 상해봉까지 가서 회목현으로 내려올 생각이었으나 지금 가고있는 이 길은 회목현으로 가는 길인 것 같다. 산행입구도 찾기 어렵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 할수 없이 산행계획을 수정하여 회목현으로 올라간 다음 상해봉을 거쳐 광덕산 정상으로 향하기로 한다.
크고 넓게 펼쳐진 임도를 따라 계속 걸어가니 이윽고 물소리가 끊어진다. 옛날에는 군사도로로 사용되었다고 하는 이 길은 따가운 여름 햇살과 변함없는 넓은 길 때문에 지루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한시간 가량을 그렇게 걸어 올라가니 회목현 입구에 다다르고 곧 이어서 능선 삼거리에 도착한다. 능선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5백m 지점이 상해봉이고, 왼쪽으로는 광덕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먼저 상해봉으로 향한다. 상해봉 입구에서 처음으로 산길다운 산길을 걷게 되면서 답답하던 마음이 다시 맑아진다.
상해봉은 광덕산의 북쪽 봉우리중의 하나로 해발 1,010m에 달하지만 산행기점인 광덕동이 이미 해발 620m에 위치하여 생각보다는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을 이룬 규암석 바위지대가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암초와 같다해서 상해봉이라 부른다고 한다. 상해봉 정상에 서면 멀리 북쪽으로는 대성산과 복주산이, 남쪽으로는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화악산이, 서쪽으로는 명성산과 같은 주변 명산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오늘따라 날씨가 좋은 탓인지 산 위로 펼쳐진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매력적인 장관을 연출한다. 상해봉은 오늘 산행의 덤으로 생각하며 오른 곳이지만 이렇게 멋진 봉우리인줄 몰랐다. 정상 주변의 암봉도 그러하지만 그 봉우리와 어우러져 하늘을 수놓은 구름들의 아름다움은 하늘과 땅을 어우른 멋진 풍광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봉우리 위에 서서 바라보면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에 아스라이 떠오르는 주변 명산들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곡선들....... 상해봉에 오른 것 하나만으로도 오늘 산행의 보람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해봉에서 내려와 다시 삼거리능선을 거쳐 광덕산으로 향한다. 넓은 임도의 지루함은 광덕산 레이더기상관측소까지 이어진다. 능선을 따라 펼쳐진 이 길은 마치 지리산의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길을 연상케 한다. 그리 먼 길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포장과 비포장을 반복하면서 트럭도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넓은 길이다.
기상관측소 뒤를 돌아 다시 숲 속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광덕산 정상이다. 광덕산 정상은 여느 산의 정상과는 달리 능선상의 일부분이랄까? 그냥 걷다보면 다다르게 될 약간 넓은 평지 같은 곳이다. 하긴 반대편 능선에서 이쪽 정상으로 올라오면 분명 여기가 조금 더 높은 곳이란 것을 느낄 수 있겠지만....... '의정부 산소리산악회'에서 설치한 조그만 나무 팻말 하나를 제외하면 이 곳이 광덕산 정상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
광덕산은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과 강원도 철원군 서면, 화천군 사내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높이 1,046.3m의 산으로 북으로 상해봉(1,010m), 서남으로 박달봉(799.6m)으로 이어져있다. 광덕산은 여름보다는 겨울산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많은 명산 가운데 광덕산이 겨울 산행지로 손꼽히는 이유는 줄곧 능선으로만 오르내리게 되어 있어 눈이 많이 쌓인 겨울철에도 별다른 위험이 없고, 또 첩첩이 도열한 산봉우리들이 모두 하얀 눈에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에서 육중한 산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광덕산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하산한다. 하산길 곳곳에는 위험 표지판이 붙어있지만 겨울철을 위한 위험표지판인지 별다른 위험지대를 만나지는 않는다. 대략 한시간 정도 걸어내려 오니 처음 차를 세워두었던 곳으로 나온다. 계곡에 앉아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아쉬움은 남았지만 대신 별 어려움 없이 산행을 일찍 마감하여 부담감 없이 차를 몰아 서울로 향했다.
<야생화 - 이름 아시는 분은 의견란에 부탁드립니다.>
<돌양지꽃>
<버섯 - 버섯 이름 아시는 분은 의견란에 부탁드립니다.>
<광덕산 등산지도 http://www.koreasan.com/data/m/sangh7.jpg>
2005. 8. 6 광덕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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