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북한산 산행일기(2005.09.19)

OHO 2005. 9. 19. 21:47

북한산 산행일기(2005. 9. 19)

 

 

추석 연휴를 맞아 이틀이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니 아침 늦잠에 몸까지 움직이기 싫어진다. 연휴 마지막날인 오늘은 북한산이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다. 한동안 뜸했던 북한산이다. 이번 10월 마지막 주일은 부산 고교동기들이 북한산 등산을 온다고 하니 미리 현지 답사도 해볼 겸 예정된 코스대로 다녀와 보기로 했다. 예정된 코스래야 늘 다니던 코스이기 때문에 별 다를 것은 없다.

 

지하철 4호선 수유역(1번 출구)에서 내려 마을버스(1번)를 타고 아카데미하우스에 내린다. 오늘따라 단체 등산객들이 있어서 그런지 아카데미매표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차에서 내려 북적거린다. 내가 서울에 처음 올라왔던 그 다음해인 1984년도 봄에 이 길을 따라 북한산을 올랐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 땐 4.19탑에서부터 흙먼지가 휘날리는 비포장 자갈길을 걸어 산을 향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그 때의 기억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

 

매표소를 지나 일반적으로 가는 구천폭포 방향으로 가지 않고 곧 바로 진달래능선 방향으로 오른다. 이 길은 3년 전쯤 어느 겨울에 혼자 북한산을 찾았을 때 한번 가본 적이 있어 익히 알고 있는 길이고 또 비교적 순탄한 능선길이라 걷기가 매우 편한 곳이다. 오랜만에 혼자 하는 산행이라 체력점검도 할 겸 속도를 내서 걸어본다. 아직은 별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긴 하지만 그리 탄탄하지만은 않다. 최근엔 집사람과 함께 얕은 산만 다닌 탓에 큰산에 대한 적응이 좀 떨어진 것 같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티셔츠에 땀이 흥건히 밸 때면 대동문에 다다른다. 거의 1시간 정도의 거리다. 대동문에서 가지고 온 사과 한 개를 깎아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산성 길을 따라 백운대를 향한다. 오늘은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아서 그냥 걷는 데만 정신을 쏟고 있는 셈이다. 카메라가 좋은 점도 있지만 순수하게 산을 즐기려면 카메라도 가져오지 않는 것이 보다 참다운 산객이라 할 것이다. 다만 기록이 전혀 남길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고 할까?

 

이틀간의 비는 곳곳에 늘려있는 바윗길을 미끄럽게 만들었지만 익숙한 길이라 별 어려움 없이 나아간다. 위문에 가까웠을 땐 좁은 바윗길을 오고가는 사람들로 엇갈리는 바람에 약간 지체가 되었지만 그런 대로 큰 지체없이 위문 앞에 도착한다.

 

백운대로 올라가는 길은 언제나 그렇듯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백운대에 올라 주변을 바라본다. 북한산의 곳곳에 솟아오른 봉우리들의 아름다움에 마음속까지 후련해진다. 연휴 기간동안 집안에서만 답답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이 곳에 올라오니 그 동안 무의미했던 연휴가 갑자기 뜻깊은 것으로 변하면서 한결 기분이 시원해진다. 오늘따라 약한 비구름이 산 아래에서 건너편 만경대와 인수봉을 휘감으며 천천히 흘러간다. 북한산을 여러 번 올랐지만 오늘같이 비구름에 덮인 모습은 처음이다. 약간의 신비감마저 풍기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백운대에서 점심을 꺼내놓고 천천히 식사를 즐긴다. 오늘은 나 혼자이니 주변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서둘러 내려갈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주어진 대로 맑은 공기, 아름다운 산천을 즐기다 가면 되는 것이다. 넓은 듯 하면서도 텅 빈 공간이 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모든 것은 이렇게 비었을 때 여유로운 것인가? 마음의 나래를 한껏 펼쳐 텅빈 공간을 날아간다.

 

하산길은 백운산장과 인수대피소를 거쳐 도선사로 내려온다. 도선사에서 우이동에 이르는 길도 계곡과 더불어 북한산을 대표할 만한 매우 아름다운 길이지만 아스팔트 포장으로 많은 차들이 산을 오르내리며 내뿜는 매연 때문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과거에는 길 아래 계곡의 곳곳에서 등산객들의 텐트랑 그늘막을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출입금지 팻말과 함께 설치된 쇠그물 담장과 아스팔트 포장이 그 풍경을 대신하고 있다. 길은 그대로 두더라도 산을 위해서나 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포장도로를 폐쇄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3일 추석 연휴를 맞아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산행이지만 오랜만에 찾은 북한산은 우이동의 아스팔트 도로만 제외하면 명실공히 서울의 명산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조용한 마음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2005. 9. 19  북한산(아카데미하우스 ∼ 대동문 ~ 백운대 ~ 도선사)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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