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단합대회로 다녀온 소백산(2005. 12. 3)
한반도의 등뼈 태백산맥의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어내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와 경상도를 갈라 놓으며 큰 산계를 이룬 소백산맥,
그 산맥의 어깨 영주분지를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산 - 소백산(小白山)은
백두산, 태백산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성산(聖山)으로 추앙받고 있는 산이다.
겨울이면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고 하여 소백(小白)으로 불리고 있으나 그 이름과는 달리,
북동으로 부터 신선봉(1,389m), 상월봉(1,394m), 비로봉(1,439m), 제1연화봉(1,394m), 제2연화봉(1,357m), 도솔봉(1,314m) 등 1,300m 이상의 영봉(靈峰)들이 줄지어 선
대단히 넓고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산세를 형성하고 있는 산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소백이란 이름은 산의 규모적인 측면보다는 우리 민족의 토속신앙적 측면과 연관되어 있고
백두산, 태백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앙적 뿌리가 약하기 때문이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백산 정상>
금년 한해도 어느듯 막바지로 달려가나 보다
이맘 때면 직장에서는 의례 수련회나, 단합대회 등의 명목으로 야외행사를 가지곤 한다.
근본적인 목적은 금년 한 해 동안 수고한 직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직장내의 단결력을 과시하여 내년 한 해도 아무 탈 없이 일 잘 해보자는 것이다.
금년에도 이런 의미의 단합대회를 가지기로 하고 1박 2일 일정으로 소백산으로 향한다.
금요일 일과가 끝난 오후 7시에 출발하여 소백산 희방사 입구의 작은 모텔에 들어서니 저녁 10시다.
몇몇 직원들은 등산에는 별 관심이 없고 밤샘 고스톱에 열중한다.
내일 산행을 생각하며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눕긴 하였으나 좀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옆자리에 누운 동료직원의 코고는 소리에 밤새 잠 못이뤄 뒤척인다.
이튿날.
소백산 삼가리의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아침 7시 30분이다.
너무 이른 시간인가?
아직 공원관리인들은 출근도 하지 않았다.
텅빈 등산로 입구에는 찬바람만 '휑~' 하니 불어온다.
입구에 세워진 등산안내판을 바라보며 오늘 산행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곳 삼가리에서 출발하여 비로봉을 오른 다음, 하산길은 천동으로 잡았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많아 가급적 짧은 코스를 택한 것이다.
모두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올라간다.
직장 내의 인간관계도 서로 죽이 맞아야 잘 어울릴 수 있다.
이런 행사 때면 대개 그 죽이 맞는 사람들로 끼리끼리 짝을 지어 올라가게 마련이다.
나도 처지가 맞는 두어 명과 어울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선두로 올라간다.
삼가리 쪽에는 특별히 볼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저 이야기나 하면서........
산 중턱을 넘어서면서 커다랗게 무리를 지어가던 일행들이 한두 사람씩 뒤로 쳐지기 시작한다.
보조를 맞추자니 따분한 생각이 들어 그냥 혼자 앞서 올라간다.
저 멀리 소백산의 모습이 둥그스름하게 떠오른다.
<연화봉과 천문대>
지난봄에 소백산 철쭉제를 보러 여길 왔었다.
그 땐 서울에서 당일 아침에 출발하였기 때문에 소백산 정상에 닿았을 때는 정오를 훨씬 넘겼다.
수많은 등산객들 때문에 비로봉에서 좋은 사진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머리 속을 맴돈다.
이번엔 사람들이 적을 것 같으니 좋은 사진을 담아 올 수 있으리라.......
내심 기대감도 없지 않다.
나 혼자 너무 빨리 올라왔나 보다.
이젠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기엔 내가 너무 앞서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차피 산정에서 다 만나기로 되어 있기에 기왕에 내친 걸음 더욱 박차를 가한다.
왼쪽편 능선으로 연화봉과 천문대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오르고
오른쪽 능선의 국망봉도 지척이다.
비로봉 아래 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다시 한번 힘을 모아
뚜벅뚜벅 목책계단을 밟아 비로봉에 올라선다.
<비로봉에서>
그 순간,
차가운 북풍이 사정없이 얼굴을 때린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이다.
'이럴 수가........'
'불과 몇 미터 아래의 이 쪽 능선과 이렇게 다를 수가.......'
소백산은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산이다.
북쪽으로 바람막이가 전혀 없어 사시사철 어김없이 강풍이 불어온다.
다소 추운 날씨에 약간의 눈까지 내려 어느 정도의 추위는 생각하고 있었으나
이렇게 까지 추울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강풍까지 가세하니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얼굴과 손이 금방 얼어 붙는 느낌이다.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
먼저 올라온 몇몇 사람들이 바람 때문에 얼굴을 돌리며 말을 건넨다.
"예, 정말 그렇네요."
나도 같이 맞장구를 쳐 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 없을 때 비로봉 사진이라도 잘 남겨둘 욕심으로
"죄송하지만 사진 한 장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른 카메라를 건네주며 부탁한다.
카메라를 든 그 사람의 팔이 바람에 날려 흔들린다.
그는 바람 때문에 카메라가 흔들렸을지 모른다며 두어 번씩이나 다시 찍어주는 친절을 베푼다.
<비로봉 정상석 뒷면에 새겨진 서거정의 한시>
카메라를 들고 비로봉 정상석의 뒷쪽으로 돌아간다.
비로봉 정상석의 뒷면에 새겨진 서거정의 소백산 한시(漢詩)를 확인해 보기 위함이다.
지난 번에 올라왔을 땐 대충 보고 사진으로 담아갔는데
집에 가서 확인해 보니 사진이 너무 멀리서 잡혀
무슨 글자인지 자획이 분명치 않은 어려운 한자가 몇 자 있어 늘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이번에 다시 그 글자들을 자세히 보고 자획까지 확인하게 되니
그 동안 밀린 숙제를 해치운 듯 기분이 말끔해진다.
<小白山> - 徐居正 -
小白山連太白山(소백산연태백산) - 태백산에 이어진 소백산
위이百里揷雲間(위이백리삽운간) - 백리에 구불구불 구름사이 솟았네
分明劃盡東南界(분명획진동남계) - 뚜렷이 동남의 경계를 그어
地設天成鬼破간(지설천성귀파간) - 하늘 땅이 만든 형국 억척일세
* 한글로 표시된 글자는 인터넷에서 한자로 표시되지 않음
<비로봉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직원들>
잠시 남쪽 사면으로 내려서서 추위를 피해본다.
약간의 바람막이와 햇볕만으로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신통하다.
몸을 좀 녹이고 산 아래를 바라보니 동료 직원들이 계단을 밟고 올라오고 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은......'
높은 산도 한발 한발 올라가다 보면 결국 정상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단체로 등산을 왔으면 산꼭대기까지 오르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 아래에서 올라오고 있는 동료 직원들을 바라보니 모두가 왜 그렇게 진지하고 훌륭해 보이는지......
직원들의 행렬과 목책계단, 그리고 은은한 산그림자가 어울려 목가적 풍경을 연출한다.
<비로봉에서>
비로봉에 올라온 동료직원들은 모두 거친 바람과 추위에 놀란 기색이다.
하지만 소백산 기념사진을 남기는데 그까짓 찬바람이 대수더냐?
개인 사진, 단체 사진 등등 모두들 사진 찍기에 몰두하더니
종내에는 찬바람에 못이겨 남쪽 비탈 아래 모여 손을 비비며 '호~ 호~' 입김을 불어댄다.
추위에 얼굴은 하얗게 얼어 붙었으나 정상 정복의 만족감 때문일까 ?
모두들 들뜬 마음이다.
<천동 갈림길에서>
정상에 오른 기념으로 정상주 한잔씩 돌린 다음 다시 천동으로 향하나
능선 위의 바람은 생각보다 차고 거칠다.
이런 바람을 맞으며 계속 나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잠시 대피소로 몸을 피한다.
대피소 안에는 두어 명의 등산객들이 먼저 와서 몸을 녹이며 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도 잠시 바람을 피해 몸을 녹인 후 다시 천동 갈림길로 들어선다.
갈림길 위에 하얗게 쌓인 눈이 햇살로 눈부시다.
<소백산 주목>
천동길로 접어드니 커다란 주목 두어 그루가 눈길을 끈다.
얼핏 보아도 수백 년은 족히 되었음직 하다.
평균 수령이 350년(200년 ~ 800년) 정도 된다고 하는 소백산 주목은
주로 비로봉 주변 북서사면 일대에 약 3,800 그루 정도가 분포되어 있다고 하며,
그 중 천연기념물(제244호)로 지정된 것만도 무려 2,000 그루나 된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는 최대의 주목군락지라 할 만도 하다.
<천동계곡 위에서>
눈 덮인 작은 돌무더기들이 발걸음을 어렵게 하는 천동 방향의 하산길로 내려가며
'이젠 소백산 산행도 끝났구나' 생각한다.
길은 내려갈수록 점점 더 넓고 평탄한 길로 바뀌면서
하늘을 찌를 듯 시원스럽게 뻗어 오른 자작나무 숲이 나타나고
길 아래 천동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은 '졸~졸~' 소리를 낸다.
중간 간이매점에서 따끈따끈한 오뎅 국물로 몸을 녹인 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산길을 재촉한다.
하산이 끝난 지점에는 다리안폭포가 기다리고 있다.
다리 위에서 보는 경치라 폭포의 거창한 물줄기를 구경할 수는 없었지만
물줄기를 에워싸고 있는 암갈색의 바위들은 꽤나 위압적이다.
다리 한쪽에는 산악인 허영모씨를 기리는 기념탑이 세워져 있고
5분 가량 더 내려오면 주차장이다.
<다리안 국민관광지 주차장에서>
주차장에 모여,
모두들 무사히 산행을 끝낸 기쁨을 나누며 서로가 서로를 위해 환호의 박수를 보낸다.
"수고들 했습니다."
"고생 많이 했습니다."
가벼운 인사로 서로간의 끈끈한 정을 나누고
오늘 하루 동안의 동고동락을 위로하며 버스에 몸을 싣는다.
2005. 12. 3 소백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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