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문

투명인간(2005.6.7)

OHO 2005. 6. 7. 23:14

투명인간

 

중년이 넘으면 투명인간이 된다더니
나도 나이를 먹게 되니 절로 투명인간이 되었나 보다.
요즘 신문지상에 간혹 보도되는 중년 가장의 이야기다.
직장에서는 압박과 스트레스가........
가정에서는 무관심과 홀대의 대상이 되어 가족으로부터 멀어진다고 한다.
하긴 몇몇 중년 가장의 말을 들어보면,
나이가 들수록 집에서 가장의 편은 없어진다고 한다.
출. 퇴근시 '잘 다녀오라'는, '잘 다녀왔는냐'는 당연한 말 한마디가 그립지만
이젠 투명인간이 되었으니 마누라의 눈에 내가 보일 리 없고,
아이들이 다가와 재롱을 떨 수도 없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쳐다보지도 않고, 또 그런 인사도 할 수 없는 것이리라.
나는 투명인간이 되었으니 그런 마누라를 이해해야 하지만
혼자가 되어간다는 외로움에 괜스레 슬퍼하며 가슴 속에 멍이 든다.
사랑하는 딸들에게도 듬뿍 나의 사랑을 표시해주고 싶지만
이젠 주책없는 아빠가 될지도 모른다.
나는 홀로 나의 방에 누워 잠을 청하며 생각에 잠긴다.
아직은 젊은데......
아직은 가정을 책임지고 바깥에서 돈을 벌어오는데.......
아직은 나 없으면 가정이 금방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영화 속의 투명인간은 나쁜 욕망을 채우려고 애쓰지만
현실 속의 투명인간이 된 나는 나름대로 가정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직은 마누라도, 사랑스런 딸들도 다 내가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투명인간은 늘 불안에 싸여있다.
조만간 그 능력을 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간
멀어져 가는 가족들에겐 내가 부담스런 존재가 되고
또 언젠간
그 혼자만의 방이 노인 냄새 가득한 골방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나도 이젠 투명인간이 되어가나 보다.
천천히, 천천히...........
그래도 다행스런 것은
아직은 나의 건강이 넉넉하고
또..........
투명인간을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2005. 6. 7  투명인간의 의미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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