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고은 님 여의옵고

OHO 2018. 7. 5. 20:02

고은 님 여의옵고

- 왕 방 연 -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은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데 없어 냇가에 앉았더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녜놋다

 

이 시조는 義禁府都事 왕방연(王邦衍)이 세조의 명을 받고 단종을 강원도 영월까지 호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허탈한 그의 마음을 달랠길 없어

유배지 청령포를 굽어보는 서강 강변 언덕에 앉아,

그의 애절한 심정을 노래한「戀君의 斷腸曲」이다.

 

이 시조에서 그는

참혹한 권력의 희생양이 되신 단종에 대한 애끓는 그리움과

서러움을 절절이 표현하면서, 동시에

부도덕한 정치권력으로 부터 어린 임금을 보호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기력함을 애통하는 회한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단종을 청령포까지 압송한 자신의 임무가 그에게는 한없이 원망스러운 일이었다.

 

이렇듯 단종에 대한 애틋함으로 괴로워 하는 그 에게 무자비한 임무가 또 한번 주어진다.

 

금부도사인 왕방연에게 단종을 賜死(사사)하라는

사형집행관 임무가 그것이었다.

 

감히 왕명을 거역할 수 없어 무거운 발걸음으로 청령포에 도착하였지만 무슨 일로 왔느냐는 端宗의 下問에 차마 사실대로 아뢰지 못하고 마당에 엎드려 머뭇거리기만 하였다.

 

이에 수행하였던 羅將이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으니 속히 집행할 것을 재촉하였으나 그는 계속 주저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홀연히 이 일을 자청하는 자가 있었다.

 

다름아닌 공생(贡生)이었다.

 

그는 활시위에 긴끈을 이어 단종의 목에 걸고 뒷문에서 잡아당겨 단번에 보란듯이 단종을 목졸라 죽였다.

 

1457년 10월24일,

魯山君(단종)의 나이 17세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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