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야화 등

擧案齊眉(거안제미)

OHO 2016. 2. 7. 18:13

擧案齊眉(거안제미)

 

밥상을 눈 위로 받들어 올린다.

즉 아내가 남편을 지극히 공경함을 일컫는 말.

 

부풍군 평릉현에 비록 집은 가난하지만 절개가 곧은 양홍(字:백란)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같은 현의 맹가에 몸이 뚱뚱하고 얼굴도 못난 맹광이라는 딸이 있었는데 나이가 서른이 넘어 혼기가 훨씬 지났는데도 좀처럼 시집을 가려고 하지 않자 부모는 근심이 되어 그 연유를 물었더니,

"양백란같은 훌륭한 분이라면 기꺼이 시집을 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양홍은 이 처녀에게 청혼을 하여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곱게 화장하고 고운 옷을 입은 그녀를 양홍은 7일이 지나도록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 날 색시가 하도 궁금하여 자신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 연유를 캐묻자 양홍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바라던 여자는 비단옷을 입고 분을 바르는 그런 여자가 아니라

함께 누더기 옷을 입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살 수 있는 그런 여자였소!"

 

이 말을 듣자 양홍의 색시는 말했다.

 

"이제야 당신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저는 당신의 마음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누더기 옷을 입고 당신의 뜻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양홍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그녀에게 덕요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둘이서 산속으로 들어가 농사를 짓고 베를 짜면서 생활했다.

 

그러나 양홍이 왕실을 비방하는 시를 쓰는 바람에 장제에게 쫓기게 되자

오나라로 건너가 고백통이란 명문가의 방앗간에서 날품팔이를 하며 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홍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의 아내는 밥상을 차리고 기다렸다가 눈을 아래로 깔고 밥상을 눈썹 위로 들어 올려(擧案齊眉) 남편에게 공손히 바쳤다고 한다.

 

[출전] 후한서(後漢書) 일민전(逸民傳)

 

이는 뜻만 보면 남편에게 복종하는 여성상을 떠올리기 쉽지만, 유래까지 살펴보면 진정한 부부애를 생각하게 하는 말입니다.

 

양홍은 외모로 여인을 판단하지 않고 내면을 살펴 중국 5대 추녀로 꼽히는 그녀를 부인으로 삼았고,

또한 거안제미를 행했다 하여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인에게 살뜰하게 대했다고 합니다.

 

부인 또한 그의 의지를 따르고 극진한 내조로 양홍이 학문에 정진하여 명서들을 저술하는데 크게 기여하였기에 두 사람이 서로 백년해로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아무리 박색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남편에게 극진한 마누라가 있을까 ?

 

명절엔 부부간 다툼이 발생하기 쉬운데 부부가 이처럼 서로를 배려한다면 어찌 화목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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