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삼각산 - 문수봉(2006.2.11)

OHO 2006. 2. 11. 19:39

삼각산 - 문수봉(2006.2.11)

 

 

<진달래능선에서 본 삼각산>

 

이젠 겨울도 떠나려나..........

한 이틀 제법 많은 눈이 내리더니 오랜만에 활짝 갠다.

온 산을 하얗게 덮어버린 눈이 '뽀드득!' 발밑에서 소리를 낸다.

올 겨울은 혹한의 추위도,

매서운 바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눈조차도 그다지 많지 않았던 그냥 그런 겨울이었다.

진달래능선의 긴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오랫만에 눈이 하얗게 덮인 삼각산 정상을 바라본다.

백운봉, 인수봉, 만경봉.

언제 보아도 듬직하고 묵직한 그 모습에서 은근한 매력이 풍겨난다.

 

낮 기온은 영상이라더니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뚝-! 뚝-!' 흘러내린다.

2월도 중순에 접어들었으니

이젠 슬슬 땀이 흐를  때도 되었나 보다.

한 이틀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고는 하나

바람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라 양지 바른 곳에는 벌써 눈이 녹아 질척거린다.

집사람은 기분이 울적한지 아까부터 시종일관 침묵만 지키며 따라 온다.

애들 학교 문제로 어제 저녁 약간 언성을 높였더니 속이 좀 상했나 보다.

부부간에도 가끔은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그로 인해 답답함을 느끼긴 나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말 없이 발밑만 쳐다보며 묵묵히 산을 올라간다.

산다는 것도 알고 보면 그런 것이다.

좋은 일이 있는가 하면

또 금방 좋지 않은 일이 찾아온다.

그런 끝없는 갈등의 연속에서 웃고 울며 한 세월 보내는 것이다.

 

<대동문에서>

 

어느 듯 대동문에 이른다.

"휴~! 오늘 산행의 1차 관문은 통과했구나"

여기까지가 오늘 산행의 고비에 해당하니

이제부터는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즐기며 슬금슬금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호흡도 가다듬을 겸 양지바른 곳에 쪼그리고 앉아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인생길 !

힘들고 어려운 그 긴 여정은 때때로 마라톤에 비교되기도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산행길도 때론 인생길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고 우여곡절 많은 삶을 닮은 위험하고 거친 산이 있는가 하며

별 어려움 없이 순탄하고 평이한 삶을 닮은 그런 완만하고 걷기 좋은 산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순탄하고 평이한 삶이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어려움과 고뇌는 있게 마련이다.

적어도 오늘 내가 오르는 이 산처럼.......

진달래능선은 별 장애물이 없고 완만하여 참 걷기 좋은 산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 긴 능선을 타고 오르다 보면 나도 모르는 가운데 힘들어 숨이 차고, 또 땀도 나지 않는가?

이처럼 평탄한 길이라 하여도 최소한의 어려움은 있게 마련이다.

하물며 곡절 많은 인생이야 오죽하랴!

 

<산성길에서>

 

산성길을 따라 대남문으로 향한다.

성곽을 따라 꾸불꾸불 길게 이어지는 이 길에는 꽤나 많은 눈이 쌓여 있어 발이 '푹! 푹!' 빠져든다.

멀리 삼각산 정상의 봉우리들이 허옇게 알몸을 드러내고 서 있다.

 

<대남문에서>

 

헉-! 헉-! 거친 숨을 내쉬며 울퉁불퉁 산성길을 오르내린다.

생각보다 길고 기복이 심한 산성길을 오르내리느라 허벅지엔 뻐근한 피로가 쌓여간다.

보국문, 대성문을 지나 대남문에 이르니

파란 하늘에 걸린 듯

텅 빈  공간으로 높이 솟은 문수봉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대남문 주변에서 바라 본 문수봉>

 

봉우리를 향해 이어지는 낡은 성곽은 허무하게 무너진 백제의 영광을 묻어 버리려는가?

돌조차 숨어 지내려는 듯 우거진 잡목 사이로 몸을 감춘다.

성곽 옆으로 난,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한 폭의 그림 같이 단아한 문수봉의 모습이 눈 앞으로 다가온다.

 

<문수봉>

 

바람결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처럼 하얀 눈발 흩날리며 묵묵히 서 있는 문수봉!

부드럽고 하얀 살결 !

매끈하고 균형 잡힌 몸매 !

듬성듬성 공간을 메운 푸른 소나무들의 은근함 !

 

<문수봉을 배경으로>

 

더 넓고 높게 열린 봉우리에 올라

오늘 하루의 힘겹고 어려웠던 기억들을 씻어낸다.

가슴 속까지 후련하게 뚫리는 통쾌함에 취해

힘들었던 지난 날의 기억들을 바람결에 날려보낸다.

 

<문수봉을 배경으로>

 

산정에서 잠시 망설인다.

의상봉으로 넘어갈 요량이었으나

그 쪽 방면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눈 때문에 너무 미끄럽다고 한다.

이젠 왠만큼 걸었다는 생각도 들어

대남문 한 귀퉁이의 양지 바른 곳에 앉아 허기진 배를 채운다.

따사한 햇살이 곰실곰실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젠 그만 하산해야지?"

"그래요 !"

구기동계곡으로 향하면서 문수봉의 높은 봉우리를 바라본다.

괜스레 붙여진 이름은 아니다.

그 기상이 이 보다 더 높을 수가 있으랴?

 

<문수봉 기암>

 

<보현봉>

 

크고 작은 돌무더기를 지나 구기동계곡 아래로 내려오니

근 20년 전의 직장생활이 주마등 같이 지나간다.

그 땐 광화문의 중심가인 정부종합청사의 총무처를 다닐 때였나 보다

매주 수요일을 체력단련의 날로 정해

동료 직원들과 점심시간이면 단체로 이 구기동계곡을  찾아오곤 했었다.

그 땐 등산이 좋은 줄도 몰랐었는데............

세월이 흘러 20년이 지난 지금

새삼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기에.......

 

 

<등산코스>

우이동 - 진달래능선매표소 - 대동문 - 보국문 - 대성문 - 대남문 - 문수봉 - 대남문 - 구기계곡

 

 

2006. 2. 11  삼각산을 다녀와서

오호(五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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