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 - 영봉(2006.02.05)
<삼각산 영봉 기슭의 노산 이은상님의 시비>
백운대 푸른 하늘에
그대들 산새되어 날고
인수봉 바위틈에
그대들 산꽃으로 피고
우리는 여기 올적마다
그대들 이름 부르마
- 노산 이은상 -
추억의 한 편린을 찾아 삼각산을 오른다.
작년 가을 부산동기들과 우리 재경팀이 한데 어울렸던 아름다운 추억의 한 편린을........
추억 - 그리움과 아쉬움이 함축된 그 말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에 대한 미련이기도 하며,
또한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로 다시 되돌아갈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자기 연민이기도 하다.
<삼각산 구천계곡의 빙판에서>
아카데미하우스매표소를 지나 구천계곡으로 오른다.
지난 가을 중산대장이 길을 잘못 인도하여 진달래능선으로 올랐던 기억이 새롭던지
'이번에는 제대로 가자'는 말을 덧붙인다.
꽃샘추위라고 하긴 아직 이르지만
한 동안 따뜻하던 날씨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추워졌다.
어제는 올겨울 들어 최고의 한파를 기록하고,
오늘도 강추위에 대한 예보가 있었다. 다행히 오후에는 풀린다고는 하나......
자켓과 파카로 완전 무장한 옷 사이를 뚫고 찬기운이 파고 든다.
계곡에는 겨우내 하얗게 얼어붙은 얼음들이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다.
오랜만의 동반산행에 대한 반가움과 정을 서로 나눈다.
친구란 것도 알고 보면 그런 것이다.
너의 형편이나 나의 형편이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 딱히 도와줄 처지는 못되나
그래도 이 나이에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고
또 아무 허물없이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가 !
대동문에 이르니 일심(김정규)이 합세한다.
재경총동문회에서 여러 선후배들과 교류하며 우리 동기들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인 친구이기도 하다.
친구라고 하여 누군들 오해가 없을까?
저마다 살아가는 길이 조금씩은 다르고
처해진 입장 또한 조금씩은 다르니
때론 시기와 질투로,
때론 오해로,
때론 우정과 사랑으로,
또, 때론 이해타산으로 약간의 다툼은 있게 마련이다.
허나 어찌하랴?
우린 이미 어쩔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진 친구인 것을.......
이제 와서 네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찌할 것이며,
또 내가 너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큰마음으로 서로가 함께 안고 가지 않으면 안될 운명적인 만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 버린 것을.....
<북한산장에서>
산성길을 따라 북한산장에 이른다.
넓고 아늑한 분위기에 햇살까지 곰살 맞게 내리쬐는 산장 마당에는
마침 우릴 위해 마련해 두기라도 한 듯 여남은 명이 오붓하게 앉을 만한 빈자리 하나가 남아있다.
얼른 자리를 펴고 짐을 푼다.
추운 날씨라곤 하나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햇살까지 좋으니 분위기는 절로 화기애애하다.
명절 뒤끝이라 저마다 푸짐하게 먹거리를 내놓는다.
더 넓고 깊은 산, 높은 하늘을 벗하여 먹고 마시니
먹는 일이 어찌 인생살이 크나큰 즐거움 아니랴 !
<만경봉 기슭에서>
인생살이 보람은 무엇이며, 행복이란 또 무엇일까?
인생의 참된 의미는 무엇일까?
아니,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되게 사는 것일까?
성공이란 대개 두어가지로 귀결 지어진다.
출세를 상징하는 권력이나 명예 얻는 사람이 되는 것과
부를 상징하는 돈을 많이 벌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간혹은, 이들과 유사한 것을 얻게 되는 것도 포함되지만........
만경봉 기슭을 돌며 모처럼 환하게 웃는 내 얼굴, 집사람의 얼굴, 그리고 친구들의 얼굴.......
그 뒤로 펼쳐진 멋진 경관들은 우리들의 우정을 그림자로 하였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천지신명이시여 !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되었음에 감사드리고
또, 오늘 우리가 이렇게 건강하였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
이렇게 환한 얼굴로 웃을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백운봉>
멀리서 백운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위문을 통과하여 백운산장으로 내려간다.
자주 오는 산이기에 백운봉을 오르는 것 자체가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로 지체되는 백운봉을 애써 오른다는 것이 짐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허나 ......
언제보아도 웅장한 백운봉의 늠름한 기상에는 어쩔 수 없는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백운산장에 있는 '백운의 혼' 탑>
백운산장에는 수많은 등산객들이 산장에서 파는 라면을 먹으며 추위를 달래고 있다.
그 산장의 한 쪽 옆에 새워진 조그만 탑이 하나 있어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白雲의 魂>이라고 새겨져 있다.
탑신 아래 붙어있는 조그만 석판에는 .......
6.25 전쟁 때 이 곳을 지키다 산화한 이름 모를 한 젊은 장교와 연락병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삼각산이 굳이 삼국시대, 조선시대의 수난사만 간직하고 있으랴 ?
허나..........
그토록 여러 번 지나다니면서도 오늘에야 이 탑의 유래를 알게 되었으니
나의 삼각산 사랑도 아직은 부끄러울 정도로구나 !
<영봉에서 본 인수봉>
산장에서 인수대피소에 이르는 길은 온통 얼음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
혹 사고를 당하게 될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인수대피소를 지나 하루재에 이른다.
그 동안 입산금지구역이었던 영봉을 올해부터 개방하게 되었다고 하니
하루재에서 영봉으로 오르기로 한다.
처음이다. 영봉을 오름은........
영봉을 올라 우이능선을 타게 되면
우이동계곡의 그 지겨운 아스팔트길을 걷지 않아도 되니 이 또한 즐거움이다.
영봉(靈峯)은 그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삼각산(특히 인수봉)을 등반하다 불의의 사고로 숨진 영령들을 모신 봉우리다.
과연 그 이름과 어울리게 산기슭에서부터 영령들을 모신 작은 비석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시인 노산 이은상님은 이들 젊은 영령들을 위하여 이렇게 시를 지어
인수봉이 잘 바라보이는 이 곳 영봉에 영령들을 모셨다고 한다.
백운대 푸른 하늘에
그대들 산새되어 날고
인수봉 바위틈에
그대들 산꽃으로 피고
우리는 여기 올적마다
그대들 이름 부르마
<영봉에서 인수봉을 배경으로>
하루재를 지나며 바라보는 영봉은 그냥 초라한 작은 봉우리로만 보인다.
그러나 오늘 영봉을 올라 사방을 바라보니
아~! 삼각산의 비경이 이 곳에 모두 숨어 있었구나 !
초라하게만 여겼던 그 봉우리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인수봉의 빼어난 몸매와 그 뒤로 살짝 얼굴을 내민 백운봉 !
그리고 이들을 조용히 바라보는 듯한 만경봉의 고아한 자태 !
멀리 도봉산의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그리고 오봉.
가까이로는 우이암까지........
삼각산과 도봉산을 가르는 상장능선의 아름다움은 또 .......
아~! 아~! 내 일찍이 보지 못했던 삼각산의 비경이 여기 다 모여있는 것을..........
<영봉에서 예산부인 이여사, 오호부인 서여사, 중산부인 송여사>
경관에 취해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다
이들을 배경으로 하나 둘 추억을 남긴다.
너도......
나도........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아름다운 추억을 남긴다.
오늘의 이 추억은 먼 훗날 우리의 미련이 될 것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의 미련이 될 것이다.
또한 그 것은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미련이 될 것이요
그 때 우리는 참된 삶을 살았노라고 말하는 그런 미련이 될 것이다.
<영봉에서 송여사>
<영봉에서 중산부부>
그래............................................................................................
<영봉에서>
모두들..................................................................................
<영봉에서 예산부부>
즐겁고 ...........................................................................................
<영봉에서 남응>
신나게.................................................................................................
<영봉에서 오호부부>
깨가 쏟아지도록 웃으며 잘 살아야 된다이~ 알았제 ?
<우이능선의 암봉에서 커피 한잔을......>
영봉 꼭대기에 시 한 편이 새겨져 있으니.......
山을 어디라 손대려 하느뇨
山에 들면 가득한 靈氣에 감사할지니
山의 정기 있으매 푸른 氣運 솟고
山의 自然 있으매 맑은 물도 흘러
우리 生命 더불어 모든 生命 사노니
山이여 靈峯이여 萬古不變 하여라
굳이 산속 가득한 영기(靈氣)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산이 있으니 나도 있고
또 우주만물이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잘 살아 갈 수 있지 않겠는가 ?
산 속에 가득한 푸른 기운,
맑고 생동하는 대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
이들이 있기에 세상이 좀더 살 맛 나는 곳이 된 게 아니겠는가 ?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산으로부터 받은 이들 선물에 감사하고,
또 내가 그 속에 머물 수 있음에 감사한다.
<우이능선의 바위에서 집사람>
우이능선을 타고 육모정고개를 넘어 선운사로 내려온다.
약간의 피로는 쌓였지만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더구나 인적까지 드문 조용한 길을 우리끼리만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육모정매표소를 지나 우이동 버스 종점에 닿으니
몸 속엔 나른한 피로가 찾아드나
마음 속엔 뿌듯한 행복이 찾아든다.
<등산코스>
아카데미하우스매표소 - 구천계곡 - 대동문 - 북한산장 - 위문 - 백운산장 - 하루재 - 영봉 - 육모정고개 - 육모정매표소 - 우이동
<함께 간 친구들>
예산(예창기)부부
중산(이윤석)부부
오호(우오현)부부
사중(김동성)
남응(김종문)
일심(김정규)
2006. 2. 5 삼각산을 다녀와서
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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