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판 나뭇군과 선녀 이야기
(해설자)
안녕하십니꺼?
요새 하도 재밌는 드라마나 영화가 많이 나와 갖고, 우리 나라 옌날 이야기는 인자마 찬밥 다되삐릿거던예. 그기 참 안타깝은일 아잉교.
그래서 내가 오늘은 우리 향수를 일가주는 이야기하나 해볼랍니더. 요새 우리 겡남 방송국 음향 효과부 직원들이 방송국하고 코드가 잘 안 맞는다고 자꾸 파업을 해쌓코~~~ 저그들이 언제부터 코드 찾았는지예. 참 하도 앵꼽아서 고만 치아뿌라 했십니더. 그래서 우짜능교. 할 수 없이 해설자가 음향효과도 겸해서 하겠습니더.
(1막)
옌날옌날 한 옌날에예~~
어떤 촌에 장개도 못간 나뭇군 노총각이 살고 있었어예. 총각은 너무 가난해서 도통 장개를 갈수가 없었지예. 그때는 마, 옌벤에서 처녀들 데꼬 올줄도 몰랐을거 아입니꺼.
이 총각이 한날은 산에 또 나무 패러 갔어예. 그런데 어데서 무다이~~ 물 찌끼리는 소리가 들렸어예.
( 샤아악 샤아악 풍덩 풍덩 목욕하는 소리)
- 나뭇군 : 이 대낮에 뭐시 지랄하노? 아이고 저기 뭐꼬?
- 선녀 A : 아~ 시원타. 이런 것도 모르고 있는 선녀들 참 안됐다 아이가. 그자?
- 선녀 B : 그래 말이다. 우리 둘은 보통 선녀들이 아이제? 이리 멀리 원정 나와 목간 할 줄도 알고. .
- 나뭇군 : 아이고. 지기준다. 저 이쁜 것들---- 내가마 이랄끼 아이다. 무신 수를 써야제. 내가 저거를 우째 해갖고 데꼬 살아야 안되겠나. 그런데 우예야 되겠노. 옳지 그래. 날개옷을 숭카보자.
- 선녀 A : 인자 됐다. 올라가보까?
- 선녀 B : 그래. 이만하몬 마 본전 뺐다 아이가. 우아하게 올라가보자.
(부시럭 부시럭 선녀들이 옷 찾는 소리)
- A : 엄마야, 내 옷 어데 갔노?
- B : 와? 옷이 없나? 잘 찾아봐라. 나는 옷 다 입었다 아이가.
- A : 분명히 여따 둣는데, 어데 갔노? 이상타.
- B : 우짜노. 나는 막 올라가는데, 니는 옷도 몬찾고.
(훨훨 선녀 하나가 날아가는 소리)
- A : 아이고 가시나야. 니만 가몬 우짜노. 나는 우짜라꼬. 의리도 없는 가시나야~~~
(철버덕 ! 나뭇군 나타나는 소리)
- 선녀 : 아이고 무시라. 이기 뭐꼬.
- 나뭇군 : 놀래지 마소. 나는 이 동네 사는 총각인기라예. 선녀님 옷은 내가 뚱친기라예.
- 선녀 : 뭐시라꼬? 이 머스마가 겁대가리도 없이? 니 내가 눈지 아나? 와 이리 시껍을 시키노. 어이?
- 나뭇군 ; 그기 아이고예. 내가 안즉도 장게를 몬가꺼던예.
- 선녀 : 그기 내하고 무신 상관고? 니 꼴 보니까 장게 몬가게 생깃다 아이가.
- 나뭇군 : 그라지 마이소. 내가 그냥 마~~ 내하고 같이 살몬 안되겠능교?
- 선녀 : 뭐라꼬? 니캉 내캉 같이 살자꼬? 이기 미칫나. 내가 와 니하고 사는데?
- 나뭇군 : 그라모, 우얄낑교? 나는 옷 안줄낀데. 하늘로 한번 날라가보소.
- 선녀 : 에이그, 머스마 그래도 이쁜거는 알아가지고. 우찌 내 옷을 딱 뚱칫네.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든다.
- 나뭇군 : 헤헤.하모예. 우리는 연분이거던예.
- 선녀 : 그라몬예. 같이 살몬 뭐해줄낀데예? 다이야 반지에 밴츠는 기본이지예?
- 나뭇군 : 시끄럽다마. 고마 같아 살몬 되는기지. 뭐해 주기는? 이리 온나. 니는 인자 내 낀기라.
(2막)
(한오백년 노래)
- 선녀 : 아이고 이눔의 팔자. 허구헌날 밥하고 빨래하고. 지겨바서 죽겠다. 저 인간은 묵기도 잘묵제. 그렇타고 돈을 팍팍 벌어와갖고 내 호강 시키주는것도 아이고. 내가 와 사노? 아가 셋 되기 전에 빨리 토끼야 되는데. 근데 저 인간은 와그리 밤마다 설치노 말이다. 낮에 좀 설쳐서 돈 많이 벌어오몬 누가 잡아가나?
(삐거~득 대문 여는 소리)
- 나뭇군 : 밥 도! 아~는? 자 자!
- 선녀 : 보소. 서방님예. 내 옷은 어데있능교? 한번만 딱 입어보몬 좋겠네예.
- 나뭇군 : 신경 꺼라. 내가 와 그거로 갈케주노? 날라가삐릴라꾜?
- 선녀 : 그기 아이고예. 고만 한번만 만져보몬 안되겠닝교. 내가 요새 향수벵에 걸리가꼬 죽겠능기라예.
- 나뭇군 : 내가 분명히 말했제? 아 셋 되몬 내 줄끼라꼬. 그때까지 몬기다리나?
- 선녀 : 몬기다리겠다. 이 머스마야. 니 땜에 내 팔자가 이기 뭐꼬. 호강도 몬시킬끼면서 와 데꼬 왔노? 앙앙
(쿵쿵 아이들 들어오는 소리)
- 아이 1 : 아부지 나뿌요. 와 엄마 울리능교.
- 아이 2 :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카는데, 아부지는 엄마 사랑 안하능교?
- 나뭇군 : 사랑하지. 하모. 사랑하고 말고.
- 아이 1 : 아부지는 최무룡이 김지미한테 한 말 기억 못하겠능교. 사랑하기 때문에 보내준다카던거.
.- 나뭇군 : 뭐시라꼬? 야~들이 공부는 몬하는 것들이 이기 무신 소리고? 니는 아~들 교육을 우째 시킷길래 아~들이 이 모양이고?
- 선녀 : 아~들이 낼로 닮았으몬 머리가 좋을낀데 당신 닮아서 안 그렇닝교. 씨가 좋아야제. 씨가 그 모양인데 좋은 작품이 우째 나오겠노.
- 나뭇군 : 와 씨가 어때서? 씨는 이만하몬 데낄인데. 문제는 밭인기라.
- 선녀 : 무슨 소리 하능교. 밭이 어때서요. 억세고 슬기로운 겨레는 오직 어엿한 모성에서 이루어지나니 이 어엿한 자-----
- 나뭇군 : 시끄럽다 마. 또 그 소리. 내가 백번도 더 들었다 아이가. 경남 여고 나왔으면 최고가? 경남 여고가 밥 믹이준다카더나?
- 선녀 : 아이고 내 팔자야. 그때 부산 고등학교 벵수 오빠가 좋타칼 때 마 글로 가삘끼로. 내가 눈이 삐었제.
- 아이 1: 엄마 아빠 지금 무신 소리 하노?
- 아이 2 : 몰라. 지금 우리가 어느 시대 사람고?
- 아이 1 : 우리는 나뭇군과 선녀에 나오는 아이들 아이가?
- 아이 2 : 그라모, 우리 둘이 엄마하고 같이 하늘 나라로 가야되는데 스토리가 이상케 흘러간다 그자?
- 아이 1 : 엄마, 아빠. 지금 우리 나뭇군과 선녀 이야기 아잉교? 지금 뭐하닝교?
- 나뭇군 : 가만. 그렇제. 지금 우리가 누 이야기 하고 있노?
- 선녀 : 가만, 가만, 나는 선녀제. 어데까지 했더라? 음, 빨리 내 옷 주 보소. 내가 한번만 만져보고 도로 주끼요.
- 아이 1 : 아부지요. 고마 내 주소. 참말로 인자사 말이지만, 우리 엄마 아부지 한테 시집와서 고생 억시기 했다아이요. 호강은 못시키도 소원을 들어주소.
- 아이2 : 아따, 우리 아버지 억수로 째째하네. 그거 돈 드는것도 아닌데 싸나이답게 한번 팍 내어주보소.
- 나뭇군 : 일마들 봐라. 너그들 언제부터 엄마 편이고? (혼잣말로) 이러다가 왕따되몬 큰일이제. 그래, 마 기분이다. 내가 딱 한번만 보여준다. 절때로 입으몬 안된다?
- 선녀 : 하모예.
(운명 교향곡)
- 나뭇군 : 자, 만지만 봐라이?
- 선녀 : 야들아, 빨리 이리 온나. 토끼자
- 나뭇군 : 어이? 이기 뭐꼬? 야! 야! 빨리 안 벗나?
- 선녀 : 서방니~~임 잘 있거라이.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업시~~~
- 나뭇군 : 아이고 선녀님요. 제발 그라지 마소. 나는 선녀님 업스몬 몬산다 아임니꺼?
- 선녀 : 니는 내가 업스몬 몬사능가 몰라도 나는 안그렇데이. 잘 묵고 잘살아라.
- 나뭇군 : 아입니더. 아입니더. 내가 잘못 했심더. 인자부터는 밥도 내가 하고 빨래도 내가 하고. 겨레의 밭을 암만 씨부리도 내가 다 들어주끼예. 씨 카마는 밭이 훨씬 중요한기 맞는기라예, 씨가 암만 좋아도 밭이 나쁘몬 도루묵이라예. 잉잉잉잉
(해설자)
이리하여 선녀는 노총각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떠나삐린기라예. 선녀는 아 둘 벌었다카지만, 총각은 이기 뭡니꺼? 여자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이 못됐어예. 믿을끼 못되예. 그런데도 열심히 꼬시가지고 결혼해서 평생 믹이살리고 오늘 또 이리 좋은 토요일 골프 치러도 몬가고 앉아있는 서방님들예. 참말로 장하십니데이. 나뭇군과 선녀는 선녀가 떠나삐린 슬픈 옌이야기지만, 우리 미국 선녀님들은 서방님들 모시고 오래오래 예쁘고 착하게 잘 살낍니더. (출연진들 모두) 서방님들 사랑해요~~~~
우리의 질긴 인연을 노래할랍니더. “만남” 합창.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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