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小鹿島)
한센병(문둥병) 환자들의 수용소로 널리 알려져 왠지 가까이 하길 꺼리는 작은 섬
그러나 알고 보면 "작은 사슴 섬"이란 그 이름만큼 이나 아름다운 섬 입니다
일제시대부터 한센병 환자들을 이곳에 격리시켜 일반인들의 접근이 금지되어 오다가 최근에 일부 구역은 개방하였다기에
소록도의 아름다움과 아픔을 함께 느껴보고자 시간을 내어 가 보았습니다
입구에서 부터 펼쳐지는 바닷가 풍경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본관 건물 뒷편의 감금실, 수술실, 시체감식실 등등
인간임을 부정당하는 현장을 보면 절로 끔찍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뒷쪽으로는 작은 공원과 한센인들이 사는 거처가 있습니다
이 작고 예쁜 섬 속에 숨어있는 한센병 환자들의 절망적인 삶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만은
대표적으로,
한센인들의 출산을 막기 위한 수술대인 단종대
그 복도의 벽면에 걸려있는 시
"단종대" 와
뒷편 작은 공원 연못에 세워진
"예수상"
천천히 음미하고
또 바라본다면
그들 앞에 놓여진 절망 같은 현실을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종대 / 무명
그 옛날 나의 사춘기에 꿈꾸던
사랑의 꿈은 깨지고
여기 나의 25세 젊음을 파멸해 가는
수술대 위에서
내 청춘을 통곡하며 누워 있노라
장래 손자를 보겠다던 어머니의 모습
내 수술대 위에서 가물거린다.
정관을 차단하던 차가운 메스가
내 국부에 닿을 때
모래알 처럼 번성하라던
신의 섭리를 역행하는 메스를 보고
지하의 히포크라테스는
오늘도 통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