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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 - 양다리 걸치는 사유는 불탈불갑

OHO 2016. 3. 22. 18:52

야담 - 양다리 걸치는 사유는 불탈불갑

 

 

무릇 사람의 양물은 홀랑 벗겨진 것이 있기도 하고 머리가 감추어진 우멍거지가 있기도 하단다. 옛날의 어느 날 강원 감사가 새로 부임했는데 여러 기생들이 교방에 모여서 서로 한 마디씩 하기를

 

“이번 감사 사또께서도 양도가 벗겨졌겠느냐? 아니면 우멍거지냐? 그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도다.”

 

하고 떠들어 대자 그중 사또께 수청들기로 된 기생이 웃으면서 말했다.

 

“벗고 벗지 아니하였음은 내가 먼저 알 수 있을게 아니냐?”

 

이 말을 읍기(邑妓)가 훔쳐 듣고 대답해 말하되

 

“탈과 갑을 아는 데는 내가 아니고 누구랴?”

하고 나서니 군기(郡妓)들이 모두 손뼉을 치면서 꾸짖어 말하기를

 

“망년이로다. 너의 행실이여! 먼저 알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이 때 관노 한 놈이 앞에 나서면서 군기들을 향해

 

“내가 만일 그 사실을 먼저 아는 경우에는 그대들은 어찌 하려오?”

 

하자 군기들이 말하기를

 

“그렇게만 한다면 우리들이 사또를 맞는 연회석에서 그대에게 후한 상금을 드리리다.”

 

하니 관노가 기뻐하여 말을 달려 십리 길에 나아가 두 갈림길이 있는 옆에 당도하여 새로 부임하는 감사를 기다리고 있다가 감사가 당도하자 감사의 앞에 나아가 공손히 인사하고 이르기를

 

“폐주에 풍속이 있어 예로부터 전해옵니다. 여기 길이 두 갈래로 갈려 있사온 바 사또께서는 이에 당도하여 양도가 벗겨지셨으면 윗길로 가셔야 하옵고 그것이 우멍거지시면 아랫길로 가셔야 하실 줄 압니다.

만약 이것을 어기신다면 성황신이 대노하여 성황당 안팎의 사령 관노들이 말도 듣지 않고 불충할지며 뿐만 아니라 온갖 이속들이 영민치 못하여 바보가 되어 버린답니다.

소인이 미리 아뢰옵는 것은 사또를 위하는 일편 충심이오니 원컨대 사또께옵서 재량하시기 바라나이다.”

 

이 말을 듣고 감사는 어이가 없는지라 말고삐를 붙잡고 한참 있더니 눈을 지그시 껌벅이며 일부러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그게 대체 무슨 돼먹지 못한 풍속이란 말이냐?”

 

하고 한 번 꾸짖은 다음 그래도 안됐는지

 

“그렇다면 윗길로 가는 것이 옳으리라.”

 

하였다.

그리고는 스스로 말 위에서 중얼거리되

 

"무릇 사람의 양도는 비록 형제간이라도 볼 수 없는 것이며 붕우의 사이라도 이를 서로 숨기는 것이나 이제 저 조그만 관노 놈까지 아는 바 되었고 이리해서 온 고을이 다 알게 되었으니 내 이제 이를 속일 길이 없으나 그러나 내 또한 이와 같은 수법으로써 내가 받은 이 부끄러움을 씻으리라."

 

하고 벼르더니 부임 이튿날 아침에 영을 내려 말하기를

 

“너희들 대소이원들은 듣거라. 오늘 나를 보러 들어오는 자는 마땅히 그것이 벗겨진 자는 섬돌 위에 오를 것이며, 우멍거지인 자는 뜰아래에서 고하라!”

 

이에 그 품계를 따라 혹은 섬돌 위에 서기도 하고 혹은 뜰아래에 내려서기도 하였다. 그런 중에 한 사람의 이속이 한 발은 섬돌 위를 밟고 한 발은 뜰아래에 놓은 것을 보고 감사가

 

“너는 웬일이냐?”

 

하고 물으니

 

“소인의 물건은 불탈불갑이온데 세상에서 이르기를 별양이라 하여 자라의 그것과 같사옵기에 그 어느 곳을 좇아야 옳을지 알지 못하와 이와 같은 형상을 지었소이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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