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이백의 산중문답 해설

OHO 2016. 1. 19. 19:25

이백의 <산중문답> 해설/ 장웅상

 

山中問答(산중문답)

 

問余何事捿碧山(문여하사처벽산)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桃花流水杳然去(도화유수묘연거)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무슨 뜻으로 산속에 사느냐?"고 나에게 묻기에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저절로 한가롭다.

복숭아꽃 물에 흘러 아득히 떠가니

인간세상이 아니라 별천지로다.

 

이백의 시는 술을 가지고 인생을 노래하거나, 사물로 사랑을 비유하는 시가 많은데 <산중문답>은 전원을 통해 이상향을 노래한 이백의 시이다.

 

이 시의 전구와 결구에 나오는 "복숭아꽃 물에 흘러 아득히 떠가니 인간세상이 아니라 별천지이다"라는 내용은 이상향적 세계이다.

 

비교문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한국에서 이 시와 유사한 내용의 시로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가 있다. 먼저 시를 감상해 보자.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소.

새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요.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은 일본 릿쿄대 영문학과 출신이다. 그는 영문학을 전공했음에도 그의 시는 상당히 동양적이다.

 

이 시는 동양적 관조와 목가적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시에서 '남'은 화자가 지향하는 남쪽에 있는 전원이다. 시인은 도시라는 인위적인 세계에서 벗어나 전원에 들어가서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이 시의 시상이 응축된 부분은 마지막 연이다.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구절은 시인의 인생에 대한 달관의 웃음을 이야기한다.

 

이 시의 마지막 연을 영작하면 "when someone asks why I live, I just smile."이라고 한다.

 

이백의 <산중문답>에서도 "무슨 뜻으로 푸른 산속에 사느냐고 나에게 묻기에 웃으면서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이 저절로 한가롭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재미 있는 사실은 김상용의 시에서는 웃는 내용이 시의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는데 이백의 시에서는 웃는 내용이 시의 전반부에 나타나 있다.

 

김상용의 웃음이 달관의 웃음이라면 이백의 웃음은 쓸쓸함의 웃음이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에는 자연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경지가 나타나는데 이백의 <산중문답>에서는 자연에 살면서도 이상향을 꿈꾸는 내용이 나타난다.

'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 /李白(이백)  (0) 2016.01.31
眞樂在閑居(진락재한거)  (0) 2016.01.21
縱筆(종필) - 奇大升(기대승)  (0) 2015.06.22
春風(춘풍 - 봄바람)  (0) 2015.03.05
春日(춘일)  (0) 2015.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