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문

어머니(20050130)

OHO 2005. 2. 26. 10:12

 

어머니

 


어머니-! 
당신을 뵌 지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당신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이젠 너무 연로하셔서
조그마한 할머니가 되어버리신 어머니!
하얗게 쇠다 못해 듬성듬성 뭉쳐버린 고스랑 머리칼은
세월의 언덕을 넘어
고단한 인생사를 가로질러온
소박한 당신의 모습입니다.

 

어머니-!
어린 시절
개울가에서 손발 씻고
캄캄한 논두렁길 걸으며
어린 자식 논두렁에 빠질까 걱정하여
밤눈 어두운 당신께서 오히려 논두렁을 넘어가시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늦은 저녁
하루 일을 끝내고
어둑한 마당 한 귀퉁이에 앉아 아궁이불 지피며 저녁 준비하시던
그 때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혹시나 내 자식
나쁜 길로 빠져들진 않을까 걱정하며 회초리 드시던
그 때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산비탈 먼 곳에서
불쏘시개 한 짐 머리에 이고 길 따라 내려오시던
그 때의 모습이 눈에 아련합니다.

 

어머니-!
그 때는 그래도 고생인 줄 몰랐는데
그 때는 이렇게 늙어갈 줄 몰랐는데


어머니-!

이젠 너무 연로해버린 당신입니다.
힘없이 축~ 늘어진 얼굴 위의 주름들
긴 세월의 흔적만을 이야기하는 검버섯들
이젠 얼마 남지 않은 스스로의 삶을
그렇게 조용히 받아들이시며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버리신
어머니, 내 어머니!

 

어머니-!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언제 불러도 좋은 당신의 이름을

 

어머니!
잃어버린 당신의 세월을 대신 채워드릴 수만 있다면
못 다하신 당신의 꿈을 대신 이루어드릴 수만 있다면
어쩌지 못할 세월이 원망스럽습니다.


어머니 !
못 다한 자식도리가 후회스럽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어머니-!
부디 오래도록 살아주세요
살아계신다는 것,
그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합니다.

 

 

2005. 1. 30 부산에 계신 어머니를 뵙고 돌아 오면서........
오호(五湖) 우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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