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初老)의 언덕에서
2005. 3. 6일 명지산을 오르다 잠시 포즈를 취했다.
전날 밤에 내린 때늦은 눈은 떠나는 겨울을 아쉬워하는 듯 온 산을 하얗게 덮었다.
떠날 때는 자신의 공과(功過)나 아쉬움과는 관계없이
그 자리를 이어받을 다음 세대를 위해 스스로의 흔적을 깨끗이 정리하여야 하나 보다
명지산에 내린 이 눈도 그런 의미이리라!
다가올 봄을 위해 자신이 머물렀던 겨울자리를 눈으로 말끔히 지우며 정리하는 것이리라!
初老의 언덕에 서 있는 우리도 자신의 공과나 아쉬움은 뒤로 하고
이 모든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희생이며, 의무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조용히 스스로의 마음을 정리해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왼쪽부터 22회 이윤석부인, 이윤석, 우오현, 윤만수, 김동성, 예창기, 앞은 예창기 부인
初老의 언덕에서
나는 이제 떠나야지!
초로(初老)의 언덕 위에 홀로 서서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본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추억의 그림 속엔
그리움만큼이나 많은 슬픔과 아픈 기억들이
곳곳에 얼룩져 상처되어 남아있다.
나는 이제 떠나야지!
병풍 속에 가득 찬 너를 향한 그리움은
미련으로 남아있다.
추억이란 이름의 미련으로
아침이면 찾아올 너를 위해
난
초로의 언덕 위에 홀로 서서
융단 같이 고운 삶을 밤새도록 자아낸다.
나의 머리 위에도 어느 듯 한겹 두겹 흰눈이 쌓여간다.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가루 흩날리며
아침이면 찾아올 너를 위해
난
밤새도록 하얀 그림을 그렸었다.
슬픔과 아픔으로 얼룩진 그리움의 그림을
병풍 위에 새겨진 수많은 그리움을
난
밤새도록 그렸었다.
나의 그리움은 미련으로 남아있고
나의 사랑은 슬픔으로 남아있다.
추억의 병풍 위에
하얀 그리움만 그려둔 채
나는 이제 떠나야지
아침이면 찾아올 너를 위해
나는 이제 떠나야지......
2005. 3. 6 명지산을 오르며
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