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문

산봉우리 올라서면

OHO 2005. 11. 22. 17:22
 

<수락산 암봉>

 

 

산봉우리 올라서면

 

 

산봉우리 올라서면
나는 한 그루 푸른 소나무가 된다.
타오르는 태양에도 메마르지 않고,
살을 에는 눈보라에도 잎 지지 않는
산봉우리 높은 곳에 홀로 서있는
한 그루의 늘 푸른 소나무가 된다.

 

산봉우리 올라서면
나는 한 줄기 실바람이 된다.
거친 몸짓으로 휘날리지 않고,
고요히 한 자리에 머물지도 않는
산들산들 솔잎 사이로 소리 없이 불어오는
시원한 한 줄기의 실바람이 된다.

 

산봉우리 올라서면
나는 두둥실 푸른 하늘 떠다니는 흰구름이 된다.
얼기설기 세상일에 얽매이지 않고,
이리저리 시류따라 흐르지도 않는 
허허공간 텅 빈 하늘 마음껏 떠 다니는
두둥실 푸른 하늘 흰구름이 된다.

 

산봉우리 올라서면
나는 이름 없는 산사의
수도승이 된다.
고요하고 아늑한 인적 드문 산사의........

산봉우리 산사에서 사바세계 바라보며

희노애락 고행길을 말없이 걸어가는
이름 없는 산사의 수도승이 된다.

 

 

2005. 11. 20  수락산을 다녀와서
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