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산행일기(2005.2.12)
수락산에서
설날 3일 연휴를 맞아 고향을 가지않고 집에서 보냈다. 첫날은 그런대로 지낼만 했는데 둘쨋날은 정말 몸에 좀이 쑤시는 것 같다. 매일같이 바깥 출입을 하던 사람이 하루종일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자니 앉아있기도 힘들고 누워있기는 더 힘든다. 삼일째 되는 날은 산에라도 갔다와야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생각던 차에 마침 예산(예창기)으로부터 수락산에 가자고 전화가 왔다. 반가운 일이다.
아침 10시 30분 지하철 7호선 수락산역에는 예산부부, 사중(김동성)부부, 나 오호(우오현)부부, 그리고 오랜만에 공산 손태수가 나왔다. 요즘 24시마트를 운영한다고 꽤나 바쁜지 그 좋아하던 산을 서너달씩이나 얼굴도 한번 내밀지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니 반갑고, 혈색도 좋아 보였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하면서 덕성여대생활관을 지나 수락산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부터 반짝 추위가 며칠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수락산계곡 입구는 제법 쌀쌀한 냉기가 감돈다. 계곡물 마저도 꽁꽁 얼어붙어 있다.
한이틀 너무 잘 쉰 탓인지 어째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계곡 사이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과 산내음은 산을 다 오르지 않아도 될 만큼 몸과 마음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그래! 오늘도 몸과 마음 속에 쌓여있는 삶의 티끌들을 구석구석 말끔히 털어 내야지!
수락산은 여러번 다닌 곳이고, 또 서울에서는 가장 가까운 산이라 '아무리 늦장을 부려도 시간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하며 쉬엄쉬엄 걸어가니 깔딱고개 앞 큰바위샘이다. 수락산 깔딱고개는 그리 높은 고개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어부인들의 체력안배도 생각할 겸 고개마루에서 조금 휴식을 취한 다음 올라가니 다들 쉽게 올라간다. 이제부터 바위능선이다.
북녁 바라보는 바위능선 아니랬나
찬바람 불어오니 여린 볼이 차갑구나
얼떨결에 모자 덮어 찬바람을 가려보나
아하-! 한줄기 칼바람은
여린 볼을 베어내고
진토같은 삶의 앙금
바람따라 휘이익! 허공 속을 날아가네
능선 바위 발 올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아하-! 맑은 산천
가슴 속엔 둥둥 흰구름이 떠오르네.
설날 연휴기간이라 그런지 늘 붐비던 수락산 암릉길도 다소 한가한 듯 보인다. 찬바람은 불지만 그래도 예전 같지는 않아 살을 파고드는 날카로움은 느낄 수가 없다.
비록 지금은 대부분의 산들이 그렇듯 수락산도 폭포수가 흘러넘치던 옛날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금류폭포, 은류폭포, 옥류폭포 등 그 이름만 폭포로 남아있지만 원래의 수락산은 그 이름 水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도처에 물이 흘러넘치는 폭포와 함께 화강암으로 형성된 괴암괴석들이 조화를 이룬 경관이 매우 뛰어난 산이었다. 다만 북한산과 도봉산의 명성에 가려 서울 근교의 산으로서는 으뜸으로 인정받지 못하였을 뿐 어디를 보아도 명산이라 일컬어도 손색이 없는 그런 산임에는 틀림없다 할 것이다.
암룽구간을 지나 정상을 눈앞에 바라보며, 다시 하산길을 택했다. 수락산 정상은 장암동이나 남양주군 청학동으로 하산하지 않는다면 굳이 정상을 가야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정상의 봉우리는 그저 통과하여야 할 길과 같은 분위기일 뿐만 아니라, 바로 앞 봉우리인 지금의 위치와 높이도 거의 같고 거리도 약 200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뿐 이곳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 동안의 산행경험상 굳이 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철모바위, 코끼리바위를 지나 540봉, 389봉을 거쳐 수락산역 방향인 노원골로 내려온다. 이 길은 매우 완만한 오솔길 같은 코스로 길이도 길기 때문에 산책을 위한 등산에는 매우 훌륭한 길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가한 마음으로 길을 따라 내려온다. 모두가 아무런 부담도 없이 그저 텅빈 마음으로 걸음만을 걸을 뿐 마음속에 아무런 잡념도 없어 보인다.
이윽고 산 아랫마을인 노원골이다. 산행을 끝낸 홀가분함이 마음속에 촉촉이 젖어든다. 노원골 아래에는 꽤나 싸고 괜찮은 음식점들이 몇 개 있다.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수락산역을 지나 늘 가던 사우나탕에서 땀과 피로를 푼 다음 노원골 입구에 있는 두부전골 전문식당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 했다.
등산지도(주소클릭)
http://www.koreasanha.net/san/map/surag_bulam.jpg
2005. 2. 10 수락산을 다녀와서
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