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지방산행

삼악산 산행일기(2005.4.16)

OHO 2005. 4. 23. 06:55

삼악산 산행일기(2005. 4. 16)

 

 


<616봉에서 본 삼악산>

 

 

오전 8시 40분. 상봉터미널에서 춘천행 직행버스를 탄다. 오늘 산행지는 춘천시 서면의 삼악산으로 정하고 집을 나섰다.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기차는 미리 예매를 해두어야 안전하다. 주말이면 늘 경춘선 기차는 매진이라는 말이 들리고, 또 상봉터미널이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버스가 편리하다는 생각에 버스를 택한 것이다.

 

상봉터미널에서 강촌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다. 버스가 강촌정류장에 도착하자 마침 다리 건너 저쪽 강촌역에 기차가 도착했는지 몇몇 등산팀들이 역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철길과 도로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셈이다.


<등선봉에 본 삼악산>

 

 

북한강변을 따라 걷기 좋은 자전거 도로가 있지만 그쪽은 등선폭포나 의암댐으로 바로 갈 경우에 이용하기 편한 길이다. 인터넷에서 삼악산을 갔다온 산행기를 한번 읽어보니 강촌역에서 곧 바로 등선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사람도 적고 바위능선을 등반하는 아기자기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여 등선봉으로 바로 올라가기로 했다.

 

초행길이라 등선봉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긴 산행기를 읽어봐도 등선봉으로 가는 길은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는 말들이 쓰여져 있었다. 무작정 산기슭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길이 나오겠거니 하고 산비탈을 바로 올라간다. 갈수록 경사가 가파르고 길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 고생께나 할 것 같은 예감이다. 완전히 네발로 기어가야 할 정도의 급경사다.

 

30분 이상을 헤매며 산비탈을 올라가다 겨우 길을 찾았다. 처음부터 제대로 길을 따라 왔다면 좋았을 것을, 무식하게도 길도 아닌 곳을 무작정 올라왔다는 생각이 든다. 저 앞에 주말 등산을 나온 부부 한쌍만 보일 뿐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없다.

 

조금 올라가니 나무둥지에 408봉이라고 종이로 써 붙인 안내표지가 보인다. 등선봉으로 올라가는 1차 봉우리에 올라 온 셈이다. 다음 봉우리인 삼악좌봉이 나무가지 사이로 모습을 나타낸다.


<408봉에서 본 삼악좌봉>

 

 

삼악좌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거친 바위들로 뒤엉켜 있다. 울퉁불퉁 꼬불꼬불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걷기 힘든, 고만고만하고 삐쭉삐쭉한 바위들이 발아래서 계속 시선을 빼앗는다. 너덜지대다. 둘러 가는 길도 있는 듯 하였으나 이왕이면 제대로 한번 지나가 보고 싶은 마음에 바위능선을 계속 고집하며 걸어간다. 봉우리 조금 못 미친 곳부터는 능선 양쪽이 모두 잘려져 나간 듯한 낭떠러지다. 군데군데 밧줄도 쳐져 있어 위험하지는 않지만 잘못하면 큰일 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러워진다.


<삼악좌봉을 오르며>

 

 


<능선에서 본 북한강>

 

 

삼악좌봉 위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북한강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강폭이 넓지 않아 강이라기 보다는 커다란 개천처럼 보인다. 강 건너편에는 검봉이 높이 솟아 있다. 저 앞쪽으로는 등선봉의 모습도 아득하게 보인다. 오늘 내가 이 길로 온 이유도 지금까지 걸어 온 길과 저 등선봉을 지나가는 길에서 내가 밟아야 할 아기자기한 바위능선의 다양한 변화를 맛보고자 함이다.


<삼악좌봉>

 


<삼악좌봉 단애>

 


<삼악좌봉에서>

 


<삼악좌봉에서>

 

 

등선봉까지의 길은 다소 피곤하긴 했지만 힘든 코스는 아니었다. 그럭저럭 걷다보면 그냥 도착하게 될 봉우리다. 배가 좀 고프긴 했지만 배낭 속의 김밥을 꺼내 아껴 먹느라고 몇 토막만 먹고 다시 배낭 속에 집어넣는다. 오늘따라 준비를 소홀히 하여  김밥 두줄이 가져온 음식의 전부다. 떡이라도 한팩 넣어 올 걸....... 


<삼악좌봉에서 본 등선봉>

 

 

등선봉에 도착하니 기대와는 달리 특별히 볼만한 것은 없었다. 지나온 삼악좌봉과 앞으로 가야 할 삼악산을 바라보니 생각과는 달리 삼악좌봉도 볼록하니 높이 솟아있고, 저 멀리 삼악산도 길이 멀고 높아 보인다.


<등선봉을 오르며 본 삼악좌봉>

 


<등선봉에서 본 삼악좌봉 - 뒤에 보이는 것이 검봉이다>

 


<등선봉에서 본 삼악산>

 


<등선봉에서 본 삼악산>

 

등선봉을 지나 얕은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616봉이다. 616봉은 옛 성터와 연결된 길인지 자칫 잘못하면 길을 따라 바로 도로 쪽으로 내려가게 될 수도 있다. 616봉에서 삼악산을 바라보며 뒤쪽으로 내려간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계속 내려오니 저 아래 흥국사가 보인다. 흥국사를 사이에 두고 삼악산과 616봉은 깊은 골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616봉에서 본 삼악산>

 


<616봉 아래에서 본 삼악산>

 


<616봉에서 본 삼악산의 옆 봉우리>

 


<흥국사에서 본 616봉>

 

원래 삼악산 등산은 「의암댐 - 삼악산 정상 - 흥국사 - 등선폭포」가 가장 일반적인 산행코스이나 오늘 나는 등선봉까지 포함하여 완전 종주를 생각하고 강촌 버스정류장을 등산 기점으로 택하였기 때문에 흥국사에 도착했을 때는 꽤나 지쳐있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삼악산 정상을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어 힘들어도 계속 삼악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젠 사람들도 꽤나 많아졌다. 역시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등산코스라 사람들이 더 많다는 생각을 하며 주변 사람들의 모습에서 다시 힘을 얻어 올라간다.

 

조금 더 올라가면 작은초원이라는 쉼터가 나타나고 거기서 또 조금 더 가면 큰초원이 나온다. 작은초원과 큰초원은 소나무 숲으로 여러 사람들이 앉아 쉬기 좋을만한 곳이다. 시원한 솔바람이 나무 사이로 불어온다.


<작은초원에서>

 


<큰초원>

 

큰초원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삼악산 정상인 용화봉이다. 봉우리가 이 산의 정상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높지도, 그렇다고 넓지도 않은 그저 고만고만하고 거친 바위만 몇 개 있는 작은 봉우리일 뿐, 다른 산의 정상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사방이 탁 트인 시원함이나 높은 봉우리에서 내려다 보는 통쾌함은 맛보기 힘들고, 저 산 아래에 넓게 펼쳐진 의암호를 바라보며 생활에 지친 마음을 조용히 달래보는 것이 이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멋이라고나 할까? 호수의 잔잔함에 마음의 평안을 찾아본다.


<삼악산 정상 용화봉>

 


<용화봉에서 본 의암호>

 

능선을 따라 의암호로 내려온다. 역시 작고 거친 바위들로 울퉁불퉁하니 길이 꽤 험하다. 곳곳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위험성은 없지만 급경사와 좁은 너덜지대의 연속으로 겨울에는 이곳도 꽤나 힘든 등산길이 될 것 같다. 학생들이 단체로 극기훈련이라도 하러 왔는지 저 아래에서 떼를 지어 올라오고 있다. 지도교사로 보이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이가 어려 보인다. 남춘천고등학교에서 왔다고 한다. 


<삼악산 암릉구간>

 


<능선에서 본 의암호>

 


<삼악산 능선>

 


<급경사의 너덜지대를 올라오고 있는 학생들>

 

건너편의 능선을 바라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본다. 하늘 위로 그려진 산등성이의 아름다운 곡선은 어느 산이라고 할 것도 없이 늘 신비함에 가득 찬 듯 내 마음을 끌어당긴다. 내가 산을 찾는 이유중의 하나도 파란 하늘과 산등성이의 굴곡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선의 조화에 마음을 빼앗기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원사 옆 절벽>

 

산 아래쯤에 있는 상원사란 거의 다 쓰러져 가는 조그만 절을 지나 의암호 방향으로 계속 내려간다. 의암호 매표소 입구에 다다르니 의암호의 잔잔한 모습이 더욱 평화롭게 펼쳐진다. 오늘 산행일정을 다 마쳤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다. 거의 5시간반 가량의 산행길이다. 어제 헌혈까지 한 터라 더 힘이 더는 것일까? 피로도 어지간히 쌓였다는 생각이 든다.


<의암매표소 위에서 본 의암호>

 

의암댐에서 강촌까지 가는 버스 편이 좋은 것은 아니어서 천천히 걸어가면서 생각하기로 하고 걸어가 본다. 왕복 2차선의 도로라 길이 좁다. 다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강촌까지는 거의 한시간 거리다. 중간 등선폭포 입구에서 춘천막국수 한그릇을 시켜놓고 잠시 피로도 풀 겸 허기도 채운다. 막국수는 춘천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비빔냉면 비슷한 맛이라고나 할까? 쫄깃쫄깃한 면발에 참기름과 양념으로 비벼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하여 먹어 보니 정말 혀끝을 감치는 특별한 맛이 있다.

 

그럭저럭 강촌에 도착하여 상봉행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다. 경춘가도는 상습적으로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다. 예정된 시간보다는 거의 1시간 정도 지체되어 상봉터미널에 도착했다. 다소 늦긴 했지만 계획한 대로 삼악산을 완전 종주하여 조금 피로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괜찮은 편이다.

 


등산지도(http://koreasan.com/data/m/sam12.jpg)

 

 

2005. 4. 16  삼악산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