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수도권산행

수락산 산행일기(2005.3.27)

OHO 2005. 3. 27. 21:58

수락산에서

 


<홈통바위 위에서>

 

아침에 날씨가 흐려 오늘은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성급하게 봄 날씨를 즐기려고 옷도 제대로 입지 않고 저녁운동을 나갔다가 엷은 감기에 걸렸는지 몸이 자꾸만 으스스하다. '오늘은 하루 쉴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집에 있어봐야 몸만 더 괴로울 뿐이라는 생각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장암역에서 만나 수락산으로 가기로 했다. 수락산은 마땅한 산행지가 없을 경우에 찾는 곳이다. 장암역에서 출발하는 수락산 산행은 너무 많이 간 곳이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10시 30분 장암역에서 예산부부, 중산, 청공 그리고 나 오호 다섯 명은(나중에 도일이 합세 함) 간단하게 자판기 커피를 한잔씩하고 역을 빠져 나와 도로를 건너니 생각과는 달리 화창한 봄 날씨가 우리를 맞이한다. 장암계곡 입구에 있는 조선시대의 유학자 서계(西溪) 박세당선생의 고택을 바라보며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박세당선생의 둘째아들인 박태보선생의 서원인 로강서원(鷺江書院)이 나온다. 박태보선생은 인현왕후의 폐위를 반대하다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서계 박세당 선생 고택>

 


<로강서원>

 


<로강서원 안내판>

 

길을 따라 일주문을 통과하면 금방 석림사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이제 장암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등산길이다. 장암계곡에는 지난 3월 초순에 내린 눈이 아직도 다 녹지 않고 계곡을 꽉 메우고 있는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오늘 날씨는 정말 몸이 늘어지도록 나른하고 화창하여 얼음을 보아도 얼음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다.

 


<석림사 일주문 앞에서 - 중산>

 


<일주문을 지나서>

 

아직 꽃은 볼 수 없었지만 암반 사이로 졸졸거리며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봄을 재촉하고 있고, 물 속에는 개구리알이며 도룡뇽알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배낭을 잠시 내려두고 입구에서 사온 막걸리를 한잔씩 돌리고 잠시 봄의 정취에 취해본다.

 


<장암계곡을 오르며 - 전면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 계곡의 얼음이다>

 


<계곡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비탈 저쪽 위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나와 빵 부스러기 하나를 입에 물고 달아난다. 겨우내 답답한 굴속에 갇혀있다가 이제 봄을 맞아 바깥세상 구경도 할 겸 먹이도 찾으러 나왔나 보다. 갈색 줄무늬에 보슬보슬한 꼬리털을 늘어뜨리고 빵을 한입 물고 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앙증맞다.

 



<장암계곡에 봄나들이 나온 다람쥐>

 


<다람쥐>

 

계곡을 지나 고갯마루로 올라간다. 따끈따끈 내려 쬐는 봄의 햇살은 자켓 속으로 파고들며 땀을 쏟아내게 만든다. 발걸음도 점점 더 느려진다. 하긴 이렇게 좋은 날은 일부로라도 천천히 걸으며 봄을 즐길 만하다.

 


<고갯마루를 오르며 - 예산부부>

 


<고갯마루에서 - 오호>

 

고갯마루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능선을 타고 올라간다. 지난겨울 눈으로 뒤덮여 미끄럽던 이 길이 이젠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발 밑을 미끄럽게 한다.

 


<고갯마루에서 - 중산과 오호>

 

오랜만에 홈통바위로 가보기로 했다. 겨울에는 눈으로 덮여 위험하다고 기피했던 홈통바위(관통바위 또는 기차홈통바위라고도 함)를 오랜만에 올라보니 햇볕에 달아 오른 바위의 감촉이 신발에 '착착' 올라붙는다. 느낌부터가 좋다.

 


<능선에서 바라보는 홈통바위>

 

홈통바위에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올라간다. 겨우내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한꺼번에 다 채우기라도 하려는 듯 바위 양옆에 걸쳐진 밧줄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매달렸다. 3-4명 이상 동시에 줄에 매달리지 말라는 안내문도 있지만 눈 때문에 몸 전체를 밧줄에 의지해야 하는 겨울철에 비하면 바위 위에 발끝의 힘을 실을 수 있는 봄철에는 다소 사정이 다를 것이다.

 


<홈통바위 아래에 있는 독수리바위에서 - 중산>

 


<독수리바위에서 - 중산과 오호>

 


<홈통바위를 오르며 - 청공>

 


<홈통바위를 오르며 - 중산>

 


<홈통바위 위에서>

 


<홈통바위 위에서 본 독수리바위>

 

홈통바위 위를 올라가면 수락산 정상으로 연결되는 주능선이 나오고 한쪽 옆에는 제법 큼직한 헬기장이 하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점심을 먹기도 한다. 우리도 헬기장 주변에서 자리를 정하고 점심을 꺼내든다. 컵라면도 이젠 계절 때문에 한물 가버렸는지 추위에 언 손을 '호- 호-' 불어가며 먹던 지난겨울의 그 맛과는 영 딴판이다. 이젠 점심도 밥으로 싸 와야 할 것 같다.

 


<헬기장에서 본 수락산 정상>

 


<헬기장에서 본 철모바위>

 

햇살도 즐길 겸 느긋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굳이 정상까지 갈 필요도 없이 중간에서 다시 장암계곡으로 하산한다. 전보다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아오고 또 몸도 갈수록 나른해지는 걸 보면 본격적인 봄날씨로 넘어가려나 보다.

 

오늘 뒷풀이는 감기 때문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사우나와 저녁은 생략하고 혼자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등산지도(http://www.koreasanha.net/san/map/surag_bulam2.jpg)

 

2005. 3. 27  수락산을 오르며
우오현

음악감상

제 목 : Le premier bonheur du jour / Francoise Hardy

      Le premier bonheur du jour(하루의 첫 행복) - Francoise Hardy Le premier bonheur du jour C"est un ruban de soleil Qui s"enroule sur ta main Et caresse mon epaule C"est le souffle de la mer Et la plage qui attend C"est l"oiseau qui a chante Sur la branche du figuier Le premier chagrin du jour C"est la porte qui se ferme La voiture qui s"en va Le silence qui s"installe Mais bien vite tu reviens Et ma vie reprend son cours Le dernier bonheur du jour C"est la lampe qui s"eteint 하루의 첫 행복 하루의 첫 행복은 당신의 손을 감싸며 제 어깨를 스쳐가는 엷고 가느다란 아침 햇살이랍니다. 그 행복은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미풍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해변이랍니다. 그 행복은 무화과 나무가지 위에서 노래하던 새들이랍니다. 하루의 첫 슬픔은 닫히는 현관문이고 떠나가는 당신의 자동차, 그리고 남아있는 고요한 정적이랍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당신께서는 곧 돌아올테고 저의 삶은 다시 순조롭게 흘러가죠. 하루의 마지막 행복은 바로 꺼져가는 램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