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O
2023. 9. 22. 13:47
<제갈공명의 아내 이야기>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공명에게는 못생긴 아내가 있었다.
제갈량이 신부감을 찾고 있을 때,
소문을 들은 형주의 유지이자 이름 높은 선비였던 황승언이 제갈공명을 찾아가서
"나에게 추한 딸이 있다.
노란 머리에 피부색은 검으나 재능은 당신과 배필이 될 만하다."
라고 하며 권하였다.
이에 제갈량이 승락하자 황승언은 딸을 마차에 태워 데려다 주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웃음거리로 삼았고,
"공명의 아내 고르는 일은 흉내내지 마라."
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제갈공명이 결혼을 하고 첫 날밤 신방에 들어갔는데,
황씨 부인이 너무 못생겨서 차마 그 자리에 있지 못하고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신부 황씨가 제갈공명의 옷깃을 잡아 끄는 바람에 옷이 뜯어져 버렸다.
황씨 부인은 제갈공명의 옷을 받아 기워주겠다고 했고,
그리고는 바느질을 한답시고 돗바늘로 듬성듬성 꿰매는 것이었다.
제갈공명은 그런 부인의 모습을 보고 더 미운 마음이 들어 바느질한 옷을 받자마자 바로 신방을 나가 버렸다.
그런데 그 집을 벗어나려고 아무리 헤매도 계속 집 마당 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결국 새벽녘이 되어서 마당에 나온 장인 때문에 다시 신방으로 들어갔는데,
날이 밝아 다시 옷을 보았더니 듬성듬성 기운 줄 알았던 옷이 틀로 박아 놓은 것처럼 고왔다.
제갈공명의 부인은 알고 보니 바느질에만 솜씨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없었다.
제갈공명은 그런 부인의 도움으로 더더욱 걸출해질 수 있었다.
제갈량의 아내 황씨는 재능이 뛰어나고 됨됨이가 훌륭해 남편이 승상의 자리에 오르는데 큰 받침이 될 수 있었다.
제갈량이 융중에 살 때, 손님의 방문이 있어 아내 황씨에게 국수 준비를 부탁하니 바로 국수가 나왔다.
제갈량이 그 속도가 괴이할 정도로 빨라 후에 몰래 식당을 엿보았더니,
몇 개의 나무 인형들이 나는 듯이 보리를 자르고 맷돌을 돌리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아내에게 이 재주들을 전수 받아 제조방법을 이용하여 식량 운송용인 목우유마를 만들기도 했다.
제갈량은 늘 깃털 부채를 들고 다녔는데 이는 아내 황씨의 부탁이었다.
그녀가 부채를 선물한 까닭은 화 나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당부가 담겨 있었다.
황씨가 제갈량에게 말했다.
"친정 아버지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당신은 포부가 크고 기개가 드높은 인물이라고 짐작했어요.
유비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당신의 표정이 환했지요.
하지만,
조조에 대해 말할 때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더군요.
손권을 언급할 땐 고뇌에 잠긴 듯 보였고요.
큰 일을 도모하려면 안색에 곧바로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침착해야 해요. 이 부채로 얼굴을 가리세요."
제갈량은 집을 떠나 있는 동안 늘 학우선 부채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부채질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 황씨가 말한 "얼굴을 가리라."라는 말은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가리고 침착하라!"는 뜻이었다.
그녀는 마음이 고요해야 태연함과 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 학우선(鶴羽扇)은 학(두루미)의 깃털로 만든 부채 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