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야화 등

재미있는 풍자글

OHO 2019. 10. 12. 06:51

#1. 먼먼 옛날, 아주 머언 옛날 ᆢ

 

폭정이 계속되어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있으나, 백성의 어려움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어리석은 임금에게 총애를 받아 각종 이권에 개입하여 재물을 긁어 모은 후 여러 대신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형조판서에까지 오른 사악한 간신이 있었더랬다.

 

그 권세가 심히 높아

그 간신의 멍청한 딸년까지 진사시, 심지어 별시나 알성시도 없이

성균관에 입학 하였더라.

 

그 딸년은 학문과는 담을 쌓고 남사당패에 들어가 장구와 징이나 치던 년이라 매년 대과에서 낙방을 하였으나

그 아비의 권세에 눌려

성균관 대제학 마저 찍소리를 못하더니

 

이에 이 딸년의 성균관 유생 자격을 두고 전국 각지에서 특혜를 의심하는 상소가 빗발쳤으나 이 간신은

 

" 저~~녀 사실이 아닙니다. "

 

라고만 하였더라...

.

.

.

어느날

 

지나가던 나그네가 이 간신의 집에 들러

밥 한끼와 술 한 잔을 청하나

인정머리 없는 이 간신은

''부인이 관리하는 곶간이 비고 쌀이 없어서

자기들도 굶고 있으니

밥알 한톨 줄 수 없다.''고 하였더라.

 

나그네가 고개를 들어 툇마루를 바라보니

간신의 딸년이 드러누워 고기를 뜯으며 말을 하는데...

 

" 허리 접질려 먹기만 해 돼지 되고 있나봉가... "

 

하더라.

.

.

.

나그네가 조용히 집필묵을 청하여

시 한 수 짓고 가는데...

 

이 간신이 나그네가 두고 간 시를 읽어보니...

.

.

.

變容自足呈鳳嘉 (변용자족정봉가)

: 얼굴을 바꾸고 스스로 만족하여 봉황의 아름다움이라 뽐내고

 

權下醉驕登峰歌 (권하취교등봉가)

: 권력 아래 교만에 취해 정상에 올라 노래 부르나

 

難祕本愚生奉假 (난비본우생봉가)

: 근본의 어리석음을 숨기지 못해 태어나면서부터 거짓을 받드니

 

萬民怨聲刑棒加 (만민원성형봉가)

: 만백성의 원성에 형벌의 몽둥이만 더하리라.

 

하였더라...

 

#2. 나그네의 글을 읽고 대노한 간신이

머슴을 시켜 나그네를 뒤쫓아가 잡아왔다.

분에 못 이긴 간신은 나그네에게 오라를 채워

칼을 목에 채우고 꿇어 앉혔다.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자 도성 내의 모든 기생들을 불러들여서

나그네를 욕보일 심산으로 때아닌 술판을 벌렸겠다.

.

.

.

각 기방마다 내로라 하는 기생들을 보내왔는데

그 중에는 이젠 늙어서 퇴물이 되어버린 행수 기생도 끼어 있었더랬다.

 

이 행수기생년은 소싯적에 시 깨나 짓고 글 깨나 쓴다하여 도성에 널리 알려졌으나

본디 그 음기가 방탕하여

기둥서방을 셋이나 갈아치웠던 년이었다.

.

.

.

이 행수기생이

평소 간신의 외모에 끌려 흠모하였던지라 간신의 마음을 달래주고자 간신 옆에 달라붙어 아부를 떨어대는데 오랫동안 비염이 있어 그 말투와 목소리 또한 기괴하여

듣는 사람들의 소름을 돋게 하였더라...

.

.

.

" 형판대감, 소인이 대감을 왜 흠모하는지 아시옹?

소인이 주상전하께 성심을 다하는 바 대감은 주상전하께서 총애하시니

소인은 그저 주상전하만 믿고 다른 누가 뭐라고 해도 대감의 편에 설 것이옹 ~ "

 

하더니 간신에게 술을 한 잔 따르고 나서 마당에 꿇어 앉은 나그네를 꾸짖어 가로되...

 

" 네 이놈, 어찌 우리 대감을 음해하고 비난한단 말인공?

네 목숨 하나 부지하는 것이 다 주상전하의 음덕이공,

이 형판대감께서는 이 자리에서 당장 네 목을 쳐도 아무도 시비걸 수 없는, 전하의 가장 총애하는 대감인 것을 정녕 모른단 말인공?

지금이라도 대감께 백배 사죄하공 목숨만이라도 부지하여 썩 물러남이 어떠한공? "

 

하니...

.

.

.

조용히 듣고만 있던 나그네가 다시 한 수 시를 읊는데...

.

.

.

淺川出妓亦頭空 (천천출기역두공)

: 개천 출신 기생이라 역시 머리가 비었고

 

悞諂老身欲滿孔 (오첨노신욕만공)

: 그릇된 아첨과 늙은 몸뚱이로 구멍이 채워지길 바라는구나

 

短春温風辱心貢 (단춘온풍욕심공)

: 짧은 봄 따뜻한 바람에 욕된 마음을 바치나

 

長冬寒雪哭悔恐 (장동한설곡회공)

: 긴 겨울 한설에 울고 후회하며 두려워하게 되리라.

 

하였더라...

 

#3. 이 말을 듣고 있던 형조판서가 더욱더 대노하여 아랫것들에게 일러 가로되

 

" 저, 저, 저, 저 발칙한 놈을 매우 쳐라 !! "

 

하니

 

주변에 있던 머슴들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드는데...

.

.

.

이때 나그네 군호(軍號)할 제...

 

-'' 암행어사 출도야 !'' -

 

외치는 소리에

강산이 무너지고 천지가 뒤눕는다.

초목(草木) 금수(禽獸)인들 아니 떨랴!

 

남문에서 출도야!

북문에서 출도야!

 

동서문 출도야!

외치는 소리가 청천에 진동하더라...

.

.

.

천둥 벼락같이

우르르 몰려든 어사또의 군졸들이 간신과 기생무리들을 포박하여 마당에 꿇어 앉히고

어사또는 대청마루에 올라 간신의 죄목을 낱낱이 읊었겄다.

.

.

.

" 죄인 형판은 들으라.

 

네 비록 주상께서 총애하는 벼슬아치이나

직위를 이용하여 재물을 탐해 축재하고 네 딸년마저 위계로써 성균관에 진학케 하니

그 죄가 만방에 퍼져 원성이 자자하여

삼척동자도 네 잘못을 알거늘 어찌 모른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잡아떼며 만민을 개, 돼지, 가재, 붕어로 업신여기는가?

 

만백성이 너의 간교함과 위선을 알고 있어 네 스스로 자중해도 모자라거늘 어찌 관직을 탐하여 구름 위의 용이 되어 그 위세를 대대손손 이어가려 한단 말인가?

 

내 이제 너에게 합당한 벌을 내려 백성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똑똑히 알게 하려 함이니,

수형을 달게 받아

평생 네 죄를 뉘우치며 살아라. "

 

하였더라.

.

.

.

그러나 이 간신은 임금이 자신을 총애한다는 것을 믿고 오히려 큰 소리로 외쳐 말하되...

 

" 네 이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감히 주상전하의 복심인 내게 이렇게 하고도

네놈이 무사할 줄 알더냐?

네놈에게 어사또를 하사하신 것도 주상이시거늘

네 어찌 주상의 마음에 반하여 내게 이렇게 무엄할 수 있느냐?

게다가 너는 내 수하요, 나는 너를 감찰할 수 있는 형판이다.

네 어찌 감히 네 상관을 수감할 수 있단 말이냐?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이놈! "

 

하니

 

이에 어사또가

.

.

.

" 민심이 곧 천심이요, 백성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라.

임금의 위세가 높은들 하늘의 뜻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나는 오직 백성의 뜻을 받들 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

 

하시며

 

" 여봐라! 저 죄인을 당장 끌고가라! "

 

하시더라...

.

.

.

이에 간신이 이제 희망 없음을 생각하고

끌려가며 어사또께 묻되...

 

" 어사또 존함이나 알려주시오. "

 

하니

 

어사또 다시 시 한 수 읊어 가라사대...

.

.

.

凡君授令以義尹 (범군수령이의윤)

: 무릇 임금은 의로써 다스리라고 명령을 주었으나

 

貪官爪加民淚潤 (탐관조가민루윤)

: 탐욕스런 관리의 손톱은 백성의 눈물 젖음을 더할 뿐이라.

 

天命對正以唯允 (천명대정이유윤)

: 하늘은 오직 진실로써만 올바름을 대할 것을 명하였으니

 

爲守百姓不折鈗 (위수백성부절윤)

: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부러지지 않는 창이 될 것이다.

 

하시고는

.

.

.

" 본관은 파평이나...

죄인이 어사또 이름은 알아서 무엇에 쓰겠는가?

가당챦은 네 이름이나 개명하거라. "

 

하시더라...

 

- 이글의 해설 -

여기서 말하는 형조판서는 법무부 대표 조?이요.

암행어사는 윤??총장이며, 늙은 기생은 공??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