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바래봉(전북 남원 20190509)
지리산 바래봉(전북 남원 20190509)
1. 등산코스
정령치휴게소 - 세걸산 - 세동치 - 부운치 - 팔랑치 - 바래봉삼거리 - 바래봉(1,165 M) - 바래봉삼거리 - 용산마을주차장(총산행거리 15KM, 소요시간 6시간)
* 정령치에서 출발하는 것이 부담이 될 경우에는 전북학생교육원을 들머리로 할 수 있다.
* 정령치를 들머리로 할 경우 부지런히 걷지 않으면 6시간내에 도착하지 못할 수 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하산시 임도를 따라 가면 안전하지만 바래봉삼거리에서 10분쯤 내려가면 왼쪽으로 숲길로 들어가는 곳이 있으니 그 길로 가는 것도 좋다
* 본인의 경우 실제 도착한 시간은 5시간 35분 정도 걸렸다.
2. 바래봉 개략
높이 : 1165m
위치 : 전북 남원시 운봉읍
특징, 볼거리
바래봉은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닮았다 하여 바래봉이라 붙여졌다고 한다. 둥그스름하고 순한 산릉인데다 정상 주위는 나무가 없는 초지로 되어 있다. 바래봉은 능선으로 팔랑치, 부은치, 세걸산, 고리봉, 정령치로 이어진다. 정상에 서면 지리산의 노고단, 반야봉 촛대봉, 맑은 날엔 멀리 지리산 주봉인 천황봉 까지 시야에 들어 온다.
바래봉은 지리산의 수백개 봉우리 중 산 자체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전국 제일의 철쭉 군락지로 유명하다. 지리산에서 가장 유명한 철쭉밭이라면 세석평전을 꼽는다. 그러나 지리산을 속속들이 잘 아는 산꾼들은 바래봉이 더 낫다고 말한다.
바래봉 철쭉은 붉고 진하며 허리정도 높이의 크기에 마치 사람이 잘 가꾸어 놓은 듯한 철쭉이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 중간부 구릉지대, 8부능선의 왼쪽, 바래봉 정상아래 1100미터 부근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팔랑치로 이어지는 능선에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곳은 정상부근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약 1.5km 구간으로 팔랑치 부근이 가장 많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팔랑치에서 능선을 계속 따라 1,123봉으로 오르는 능선에도 철쭉이 군락을 이룬다.
보통의 산 철쭉은 나무사이 제멋대로 자란 키에 드문드문 꽃이 달리고 연한 분홍빛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바래봉 철쭉은 거의 일률적으로 허리나 사람 정도의 키에 군락을 이루어 빽빽하고 둥그스름하게 잘 가꾸어 놓은 것 같고, 진홍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 마치 공원이나 정원에 잘 가꾸어 놓은 철쭉을 옮겨 놓은 듯하다.
바래봉 철쭉의 개화시기는 기온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4월 하순 산 아래부터 피기 시작하여 한달간에 걸쳐 정상 부근에서 팔랑치에 이르는 능선까지 피어 올라간다.
개화시기 | 철쭉 군락지 |
---|---|
중간부(700m) 5/1 ~ 5/5 | 등산로 주위 및 중간 구릉지대 군락지 |
8부능선(900m) 5/5 ~ 5/10 | 등산로 주위 군락지 |
정상부(1000m) | 정상 부근 - 팔랑치 주변 철쭉군락지, 이곳의 철쭉이 가장 볼만하다. |
바래봉 철쭉은 산 밑에서부터 정상까지 약 3주간 피어 올라가기 때문에 한번에 산 전체의 철쭉을 볼 수는 없다. 5월10-15일 사이 팔랑치 부근의 철쭉군락지의 철쭉이 만개하는 기간이 적기이나 봄 기온에 따라 만개시기가 다르기도 하다.
인기명산 78위
소백산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적인 철쭉 명산인 바래봉은 철쭉이 만개하는 5월에 집중적으로 찾는다. 5월중에서도 5월 중순이 철쭉산행의 최적기이다. 산세는 100명산에 포함될 정도로 수려하지 않지만 테마산행으로 산행문화가 변화하면서 중위권 이상의 인기명산이 되었다.
3. 산행후기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한다. 기온이 따뜻하여 온갖 꽃이 피고 뭇생물이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라 활기가 넘치고 또한 자연이 서로 순화하여 생명력이 넘쳐나면서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르기 때문에 여왕이란 한 마디로 종결지은 것이리라 ....
하지만 여왕은 갑남을녀(甲男乙女)인 우리에겐 어쩐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고 온실에서 곱게 자란 서양화(西洋花) 같은 고귀한 존재이다. 산을 좋아하는 우리 산우(山友)들에겐 어린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 '고향의 봄'에 나오는 노랫말 처럼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가 더 어울리고 그리운 것이라 생각된다.
말하자면 곱게 자란 꽃 보다는 집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가까운 뒷동산에 오르면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꽃들이 차라리 여왕 보다는 더 정겹고 활력을 불어 주는 꽃이다.
4월을 끝으로 진달래도 지고 바야흐로 철쭉의 계절 5월이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기에 참꽃이라 부르며 꽃을 따서 생으로 먹기도 하고 술을 담그거나 화전을 굽기도 하는 등 흔하면서도 귀한 꽃 대접을 받았다. 반면 철쭉은 끈적거리고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기에 개꽃이라 부르며 푸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철쭉은 꽃이 예쁘서 관상용으로 집 안팎에 많이 심어두기도 하고 또 정원을 가꾸는 쓰이는 등 장식용으로 사랑받는 꽃이다. 철쭉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사람을 미혹(迷惑) 케 하여 그 곁을 떠나지 못 하고 머뭇거리게 만든다는 옛 문인들의 글귀도 있을 만큼 예쁜 꽃이기도 하다
철쭉으로 이름난 전북 남원의 지리산 바래봉은 이맘 때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산이다.
다행이 충분히 성원이 될 만큼 30여명의 수지천사산악회 회원들이 모였다. 당초 계획은 정예 멤버 2~3명만 정령치로 가고 나머지는 모두 전북학생교육원에서 올라갈 예정이었으나 버스가 정령치에 닿자 너도 나도 우루루 내리는 바람에 덩달아 따라 내리게 되니 오히려 2~3명만 빼고 전부 정령치에서 오르게 되었다. 산행거리는 15 킬로미터고 주어진 시간은 6시간 밖에 되지 않아 대부대를 이끌고 가기엔 좀 빡센 시간이다.
정령치에서 고리봉까지는 약간 오르막길이고 이후부터는 오르락 내리락 하며 올라가는 길이라 비교적 쉬운 산행이지만 고령자가 많은 산악회라 30~40대가 주류를 이루는 여느 산악회와 비교할 수는 없다.
어쨋든 그렇게 출발하여 그러저럭 고리봉, 세걸산, 세동치, 부운치를 거쳐 가면서 조금씩 힘이 빠지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기에 마냥 늦장만 부리고 있을 수는 없다.
왜 산을 오르는냐는 해 묵은 문답이 있다
어떤 이는 "극기(克己)"라고 하고, 어떤 이는 "건강"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산이 그기 있으니까" 라고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대개는 하나의 목표가 있다. 산속 어느 곳에 있든 산정(山頂)을 향하는 목표 의식이다. 그래서 늘 정상 정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일관되게 나아가는 집중력을 발휘하고 결국엔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내려오면서 성취의 기쁨을 누린다.
이런 결과를 생각하면 산을 찾는 것은 "극기" 라거나 "자기와의 싸움"이라거나 하며 너무 거창한 표현까지 동원할 건 없고 그저 스포츠의 개념으로 즐거움을 찾기 위한 일종의 게임이라 여기며 즐거움을 우선시 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여겨진다. 건강이나 극기는 그런 가운데서 덤으로 따라오는 보너스 같은 것이다
부운치를 넘어 1123봉에 이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팔랑치가 보이고 철쭉군락지인 듯 불그스레 물든 일단의 구역이 보인다. 아직 철쭉이 제대로 만발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됐다 싶을 만큼 군집을 이루고 크고 작은 꽃망울과 활짝 핀 꽃들이 무리 지어 여기저기서 어린 시절 우리가 즐겨 불렀던 '고향의 봄'을 노래하고 있다. 아름다운 봄 한 철의 추억도 담고,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철쭉의 예쁜 모습도 사진으로 담으면서 여기까지 힘들게 온 보람을 챙긴다. 이건 우리가 오늘 산행에서 꼭 챙겨하야 할 중요한 목표중 하나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철쭉을 뒤로 하고 바래봉삼거리를 거쳐 키 높은 편백나무길이 끝날 때쯤 바래봉약수터가 나온다. 지나는 길에 약수물 한 바가지 들이키니 뼈속까지 시원한 물맛에는 약간의 단맛까지 느껴진다. 피로가 조금 쌓였기 때문이리라 생각하며 마지막 오르막길인 바래봉을 오른다
바래봉은 지리산의 여러 봉우리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장소로도 알려졌다.
바래봉 바로 아래에는 작은 전망대가 하나 있고 이 전망대에는 앞에 보이는 지리산 여러 봉우리들의 사진과 그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가까이로는 오늘 우리가 지나온 고리봉과 세걸산이 있고, 멀리로는 노고단과 반야봉 그리고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황봉까지 사진과 실물을 대조하며 지리산의 전경(全景)을 하나 하나 살펴 보면 지리산의 장대함과 함께 그 품은 속살은 또 얼마나 풍요로울까 생각하게 된다. 문득 작년 10월 멋 모르고 지리산 종주 35킬로미터에 도전하여 생고생한 나의 추억도 저 속 어드메 쯤 흔적 없이 묻혀 있으리라......
바래봉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한 장 찍는 것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를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려와 약수터 옆 나무그늘에 앉아 산악회에서 나눠준 떡으로 점심을 떼운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팔랑치를 지나오며 배가 쪼글거리는 걸 느꼈지만 점심을 먹으면 몸이 둔해질까 걱정하여 아껴두다 보니 이 시간까지 굶게 된 것이다. 시원한 약수물에 정갈하게 빚은 쑥떡. 단촐한 점심이지만 어느 진수성찬이 이 보다 더 맛있을까? 목구멍에서 연방 "어서 옵쇼~!!"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제 시간은 넉넉하다. 바래봉삼거리에서 1시간 30분이나 남았으니 늦장을 부려도 충분하지만 늦장 부리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다. 바래봉삼거리에서 10분쯤 걸어 내려오면 숲길로 들어가는 작은 입구가 있지만 지난 번에 이 숲길로 간적이 있기에 이번엔 그냥 임도길을 계속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15~16년전 처음 바래봉을 올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임도길을 작은 돌로 덮었다는 것 뿐이다. 임도가 끝나는 곳엔 가판대가 하나 있고 정면으론 운지암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주차장 가는 길이다. 그 갈림길 아래 계곡으로 몰래 들어가 맑고 시원한 계곡물로 간단하게 세수도 하고 발도 씻은 후 철쭉제가 한창인 용산마을의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 30분 정도의 여유가 남아 뜻밖에도 내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한다.
"아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등산지도
트랭글에 표기된 산행 궤적
트랭글의 산행 기록들
산악회 제공 등산지도
정령치에 있는 지리산 등산안내도
고리봉
멀리 뒤쪽에 보이는 것이 바래봉
고리봉에서 본 정령치휴게소(사진 가운데 흰 부분
세걸산에서
세동치
부운치
팔랑치 주변 철쭉군락지에서
바래봉삼거리
바래봉 약수터
전망대
바래봉 정상(1,165 M)
전망대에 있는 지리산 전경 설명판
용산마을주차장에서 30분 거리의 식당에서 저녁을........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