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추선(秋扇)
OHO
2019. 4. 17. 11:47
我相思(아상사)
胸生火(흉생화)
君亦然(군역연)
贈扇枝(증선지)
나는 사랑으로
가슴에 불이 난다오.
그대 또한 그러시리라
부채를 보냅니다.
부채에 되도 않는 난을 치고, 글도 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白湖(백호) 林悌(임제)처럼 가을 부채를 미소가 아름다운 어느 여인에게 주었습니다.
하로동선(夏爐冬扇)은 철이 지나 쓸모 없게 된 물건입니다.
조선시대 사랑하는 남녀가 가을 부채를 선물하면, 그대는 내게 더이상 쓸모 없는 물건이라는 뜻이 되니, 추선(秋扇)은 바로 결별의 선언입니다.
아래는 천하 풍류객 백호 임제가 합죽선을 펴고 일필휘지(一筆揮之)하여 동기(童妓) 월선(月仙)에게 준 시입니다.
莫怪隆冬贈扇枝(막괴융동증선지)
한겨울에 부채 준다고 괴이타 마라
爾今年小豈能知(이금연소기능지)
네가 어리니 어찌 알 수 있겠느냐
相思半夜胸生火(상사반야흉생화)
그리움에 한밤 중 가슴에 불이 나니
猶勝炎蒸六月時(유승염증유월시)
외려 유월 불볕 더위보다 더하단다
월선은 이별의 상징물이라는 가을 부채를 선물로 받았으니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을 겁니다.
그리고는 다시 부채에 쓰여진 글을 읽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