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문

김소월의 시 초혼에 얽힌 사연

OHO 2018. 9. 3. 21:36

 

초혼(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가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