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 인사하는 법
<유머 - 인사하는 법>
옛날 어느 고을에 아주 어리석고 미련한 사내가 살고 있었다.
얼마나 멍텅구인고 하면 손님을 맞아도 그 인사 차리는 절차를 도무지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저 멀뚱거리고 앉아 있기만 하니 그 아내가 답답하게 여기어 남편에게 일렀다.
“인간의 탈을 썼으면 우선 사람 접대하는 도리쯤은 알아야 하잖아요?”
“어떻게 하면 되는데?”
“어떻게 접대하는지 그 방법을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는 평안하시냐고 묻고, 다음에는 담배를 권하고, 다음에는 술 마실 줄을 아시느냐고 묻지요. 그리고 술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계집종을 불러서 술상을 차려오라고 분부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이렇게 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남편은 난색을 표명했다.
“그걸 어떻게 다 외운담?”
그러자 잠깐 생각에 잠겼던 아내는 눈에 빛을 담고,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우리 이렇게 해요. 우선 노끈을 당신 거기에 맨 후, 그 한 끝을 벽 틈으로 내보내어 손님이 오면 내가 잡아 당겨 신호를 하도록 하지요.
한 번 당기면 ‘평안하시냐고’ 묻고,
두 번 당기면 ‘앉기를 청하고’,
세 번 당기면 ‘담배를 권하고’,
네 번 당기면 ‘술 마시기를 청하고’,
다섯 번 당기면 ‘술상을 들이라’ 하세요.”
“그거 괜찮은 것 같군.”
멍텅구리 사나이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익히고 익히어 마침내는 길이 잘 든 개처럼 노끈에 대해서 실수 없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끔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엔 이들 내외가 신세를 많이 지고 살았던 친구 한 사람이 찾아왔다.
‘옳거니!’
아내가 노끈을 한 번 잡아당기자 사나이는,
“안녕하시오?”
또 한 번 잡아당기니,
“담배 피우시죠.”
또 한 번 잡아당기니,
“술 마시겠습니까?”
또 한 번 잡아당기니,
“술 가져 오게!”
친구는 이 멍텅구리 사나이의 장족의 진보에 혀를 내두르며,
“자네, 전엔 통 인사하는 법이라곤 없던 사람인데 언제 이렇게 싹싹하게 변해 버렸나?”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미련퉁이는 뽐내면서,
“그까짓 거, 안 해서 그렇지 하려면 아주 잘한다오.”
“아무튼 퍽 다행한 일일세.”
“그 인사란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거기에 신경을 쓴단 말야”
아내는 이제 술상을 보려고 잡고 있던 노끈을 소 뼈다귀에 매어 문틈에 끼어 두었다.
아내는 남편이 인사절차를 잊지 않고 잘해 준 것만이 기뻐서 부지런히 상을 보고 있는데 개 한 마리가 노끈을 매어 놓은 뼈를 탐내어 입으로 물었다.
그러자 노끈이 저절로 움직였다.
친구와 대좌하고 앉았던 멍텅구리는 거기를 잡아맨 끈이 한 번 흔들리자,
“안녕하세요?”
또 노끈이 움직이니,
“앉으시게.”
또 움직이니,
“담배 피우시오.”
자꾸 자꾸 끈이 움직이자,
“술 마시겠소?
술 가져오게,
안녕하시오?.......”
친구는 너무 웃음이 나와서 술상을 마다하고 그 집을 뛰쳐나와 버렸다.
그러나 개는 아직두 뼈다귀를 깨무느라 열심이니, 멍텅구리 사나이는 친구도 없는 빈 방에 홀로 앉아서,
“안녕하시오?
앉으시오,
담배 피우시오,
술 마시겠는가?
술 가져오게........”
끊임없이, 끊임없이 혼자서 중얼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