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杯大醉(일배대취)
一杯大醉(일배대취)
한 잔에 크게 취하다.
一漢(일한)이 只夫妻居生而 每出他而還則(지부처거생이 매출타이환즉)
한 상놈이 자기네 부부만이 살고 있었다. 바깥에 나갔다 돌아오는 즉시
毋論人之有無(무론인지유무)하고 卽携厥女而入俠房(즉휴궐녀이입협방)하야 一局爲之(일국위지)하니
남이 있건 없건 따질 것 없이, 즉시 자기 아내를 데리고 곁방에 대리고 들어가서 한 판 하기가 일쑤였다.
妻悶其有人之時(처민기유인지시)하야 謂夫曰(위부왈)
아내가 남이 있을 때가 민망해서 남편에게 하는 말,
“若有人之視則 謂吾曰 ‘飮一杯’(약유인지시칙 위오왈 ‘음일배)로 謂言則 吾當入俠房(위언칙 오당입협방)하리니
“만약에 남이 보는 일이 있을 경우 ”한잔 마시자.“ 라고 말할 것 같으면 나는 마땅히 곁방에 들어갈 것이다.
君亦隨後而入則 他人但只飮酒而已(군역수후이입칙 타인단지음주이이)요 安知厥事之爲乎(안지궐사지위호)”리오
당신이 역시 뒤따라 들어오면 다른 사람은 술을 마시는 줄만 알지, 어찌 그 일을 할 것으로 아리요!”라 했다.
夫曰(부왈) “其言(기언)이 好哉(호재)”라 하고
남편이 하는 말 “그 말이 좋다.”라고 했다.
一自以後(일자이후)로 飮一杯爲約(음일배위약)이러니
마침내 이후부터 ‘한잔 마시자’ 라는 말로 약속이 되었다.
一日(일일)은 妻之父(처지부)가 適來而
하루는 아내의 아비가 때마침 왔는데.
厥者自外而入(적래이 궐자자외이입)하야
그 남자(사위)는 바깥에서 들어와서
數言寒暄後(수언한훤후)에 謂其妻曰(위기처왈) “飮一杯乎(음일배호)”아 한대
몇 마디 날씨에 관한 인사말을 하고난 후 자기 처에게 하는 말 “술 한 잔 할까?”하니,
妻卽入俠房(처즉입래방)하고 厥者(궐자)도 隨後而入(수후이입)하야
아내는 즉각 곁방으로 들어가고 남편도 뒤따라 들어갔다.
移時出來而(이시출래이) 夫妻面上(부처면상)이 皆紅潮矣(개홍조의)라.
조금 뒤에 나오는데, 남편과 아내의 얼굴이 모두 홍조를 띄고 있었다.
※(‘一’은 虛詞로서 ‘마침내’의 뜻) 寒暄(한훤:춥고따뜻함이니 인사말)
妻父歸家(처부귀가)에 怒謂其妻曰(노위기처왈)
처의 아비(장인)가 집에 돌아와서 화를 내어, 자기 아내(장모)에게 하는 말,
“女息(여식)은 反不如他人(반불여타인)이라. 自今爲始(자금위시)로 婆(파)는 勿往(물왕)”하라.
“딸년은 오히려 남만 같지 못하다. 지금부터 시작해서 할망구는 가지 마시오.“
厥女家妻曰(궐녀가처왈) “何故如是(하고여시)”오.
그녀(딸)의 친정집 아내 (즉 친정어머니)가 하는 말 ”무엇 때문에 이와 같으시오?“
翁曰(옹왈0 “吾之嗜酒(오지기주)를 女息(여식)도 稔之而(임지이)
영감이 하는 말, ”내가 술을 좋아한다는 것을 딸년도 오래 동안 잘 알고 있을 것인데,
釀酒於渠之俠房(양주어거지협방)하고 內外獨飮(내외독음)에 無一杯勸(무일배권)하니
그들의 곁방에 술을 담가 놓고 지들 내외만 마시고 한잔도 권하지 않으니,
吾世上天下(오세상천하)에 豈有如此沒人情之女乎(기유여차몰인정지여호)아.
세상 천지에 이와 같이 인정머리가 없는 딸년이 있단 말인가?
切勿往厥女家(절물왕궐녀가)리라.
그년의 집에 절대 가지 마시오.
吾若知往厥女家知事則(오약지왕궐녀가지사즉) 必有不好光景矣(필유불호광경의)”리라.
만약 그년의 집에 간 사실을 내가 알기만 하면 반드시 좋지 못한 광경이 벌어질 것이다.“
厥妻聞此言(궐처문차언)하고 乘其翁之無(승기옹지무)하야 往見女息曰(왕견여식왈)
그 아내가 이 말을 듣고, 늙은 영감이 없는 틈을 타서 딸자식에게 가 보고 하는 말,
“汝父(여부)가 大怒大怒矣(대노대노)”라. 女曰(여왈0 “何故(하고)로 大怒(대노)”오.
”네 아버지가 노발대발하셨다.“ 하니, 딸년이 하는 말, ”무엇 때문에 크게 노하셨소?
其母曰(기모왈) “某日汝父來時(모일여부래시)에 汝之內外(여지내외)가 入俠房獨飮(입협방독음)하고 不勸一杯事(불권일배사)로 大怒矣(대노의)”라
그 어미가 하는 말, “어느 날 네 아버지가 왔을 때 너희 내외가 곁방에 들어가서
너희들끼리만 술을 마시고, 한잔도 권하지 않았던 일로 크게 화를 내셨다.”고 했다
女曰(여왈) “父主(부주)는 未及洞燭也(미급통촉야)니이다.
딸이 말하기를, “아버님은 통촉에 미처 이르지 못하셨네요.
本事如此如此而(본사여차여차이) 實無酒矣(실무주의)요.
본래의 일은 이러이러하며, 실은 술이 없었어요.
若有酒則 寧有不獻待之理乎(약유주즉 녕유불권대지리오호)잇가.
만약 술이 있었다면 아버님께 올려서 대접하지 않는 일이 있겠습니까?
此事(차사)를 善言于父主(선언우부주)하야 解怒(해노)가 如何(여하)”오 한대,
이 일을 아버님께 잘 말씀드려서 노여움을 풀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했다.
其母(기모)가 還家謂翁曰(환가위옹왈) “吾今日(오금일)에 往如息家矣(왕여식가의)”라 하니
그 어미가 집에 돌아와서 영감에게 하는 말, “오늘 딸자식 집에 갔다 왔다.”고 했더니,
翁爲先大怒曰(옹위선대노왈) “吾勿往女息家屢屢言及而(오물왕여식가누누언급이) 胡爲乎去哉(호위호거재)”오.
영감은 먼저 화부터 내며 하는 말, 딸년의 집에 가지마라고 누누이 말했었는데 어째서 갔느냐?“고 했다.
婆曰(파왈) “息怒(식노)하고 聽吾言(청오언)하오.
노파(영감의 아내)가 하는 말, 노여움을 잠시 식히고 내 말을 들어보세요.
本事(본사)가 如此如此而 實無酒矣(여차여차이 실무주의)요.
본래의 일은 이리이리하며, 실은 술이 없었대요.
若有酒則 豈不待父主理乎(약유주즉 기불대부주리호)”하니
만약 술이 있었다면 어찌 아버지에게 드리지 않을 리가 있었겠습니까?“라 하니,
翁曰(옹왈) “本事之如此(본사지여차)를 吾未及知矣(오미급지의)로라.
영감이 하는 말, ”본래의 일이 이와 같다는 것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其方甚妙(기방심묘)하니 吾亦飮日杯乎(오역음일배호)”아.
그 방법이 아주 기묘하니 나도 낮술을 한잔 할까!”하니,
婆曰(파왈0 “好哉(호재)”라 하며 飮一杯後(음일배후)에
노파가 하는 말, “좋다.”라 하며 한잔 한 후,
婆曰(파왈) “加飮否(가음부)”아 하니
노파는 “한잔 더하자.”고 하니,
翁曰(옹왈) “老人(노인)은 一杯大醉(일배대취)”라 하더라.
영감이 하는 말, “한잔으로 크게 취했다.”고 하더라.
古今笑叢(고금소총)에서.....